[새판 짜는 항공업계]'은둔 경영자' 권오일 대명화학 회장, 항공업 판 흔들 수 있나?화학·유통·패션 넘어 항공물류 도전…본업 경쟁력 약화, 투자여력 저하
고설봉 기자공개 2024-12-16 11:05:31
[편집자주]
항공업계가 새로운 경영환경을 맞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FSC의 시장 점유율 하락이란 모순에 직면했다. 또 FSC 산하 LCC들 인수합병이 추진되며 단거리노선 구조조정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 틈을 메우는 것은 LCC들이다. 장거리노선 사업에 뛰어들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단거리노선도 확장하고 있다. 도서지역 공항 개항에 맞춰 소형항공사들도 속속 출현하고 있다. 항공시장은 새로운 경쟁체제가 형성되고 있다. 더벨은 항공시장을 진단하고 각 항공사들이 준비하는 미래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2일 07: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어로케이항공 대주주에 오른 대명화학은 권오일 회장이 이끄는 대기업집단이다. 권 회장은 회계사 출신으로 대명화학 인수 뒤 화학사업을 넘어 패션, 유통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해왔다.권 회장의 사업확장 DNA는 항공업 진출로 이어졌다. 숱한 인수합병(M&A)를 통해 그룹을 키워온 만큼 사세를 불리기 위해 에어로케이항공을 인수했다. 패션과 유통 등 그룹 주력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풀이된다.
다만 대명화학그룹 전체적으로 지난해부터 재무구조 악화 등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권 회장이 구상한 에어로케이항공 경영 정상화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항공업 메기를 꿈꾸며 구조조정이 단행되던 때 에어로케이항공을 인수했지만 내부 경영 부진에 따라 그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대명화학의 항공업 진출…저렴한 신생항공사 노렸다
대명화학그룹을 이끌고 있는 권오일 회장은 회계사 출신의 전업투자자였다. 2000년대 중반 창업투자회사인 '케이아이지'라는 회사를 인수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주식담보대출을 화용해 거침없는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며 2023년 말 혀재 49개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권 회장은 2020년 하고엘앤에프를 비롯해 분크, 키르시 등 여러 패션·잡화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기업 규모를 키워왔다. 대명화학은 현재 코웰패션(연결 법인 15개), 모다이노칩(연결 법인 14개), 디에이피(항공산업) 등 4대 기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핵심사업군인 패션에서부터 전자, 운송, 뷰티, 부동산, 항공까지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패션과 유통을 중심으로 신사업을 구상하던 권 회장은 2022년 대명화학 자회사인 전자부품 제조업체 디에이피를 통해 에어로케이항공을 인수하며 항공시장에 진출했다. 앞서 로젠택배 인수를 통해 물류사업에 진출하며 패션과 유통업과 시너지를 창출하려던 권 회장은 여기에 항공사업을 추가해 본격적으로 항공물류사업으로 다각화를 추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명화학이 에어로케이항공을 인수한 시기 저비용항공사(LCC)는 주로 사모펀드(PEF)를 새 주주로 맞았다. 코로나19로 오랜 불황을 겪으며 경영부실이 생긴 LCC를 PEF가 비교적 낮은 가격에 사들였다. 대명화학은 이 기회를 틈타 신생항공사인 에어로케이항공을 통해 시장에 진입하며 발빠르게 움직였다.
◇2년만에 크게 위축된 지원여력…항공업 정상궤도 올릴까
대명화학이 에어로케이항공을 정상화 하려면 당분간 꾸준한 투자가 단행돼야 한다. 다만 대명화학의 투자 여력은 최근 빠른 속도로 저하되고 있다. 주력인 화학과 패션, 유통업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중 분쟁, 국내 경기 침체 등 영향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 저하에 더해 재무구조 악화가 진행되고 있다.
대명화학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020년 142.95%를 기준으로 2021년 182.08%, 2022년 187.57%, 2023년 200.72% 등 매년 악화하는 추세다. 자본총액 증가율보다 부채총액 증가세가 훨씬 가파르다. 2020년 대비 2023년 자본총액 증가율은 25.72%에 그쳤지만 부채총액 증가율은 76.53%로 높았다.
외부 차입에 따른 부담도 커졌다. 2020년 8553억원 수준이던 총차입금은 2023년 말 1조5073억원으로 76.23% 증가했다. 직접 금융기관 등에서 차입한 장단기 차입금이 크게 증가했다. 2020년 말 3625억원이던 단기차입금은 2023년 말 6593억원으로 81.8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장기차입금은 1619억원에서 4381억원으로 170.60% 증가했다.
총차입금 가운데 단기차입 비중도 크게 높아졌다. 2020년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부채 등 단1년래 상환해야할 차입금은 5085억원으로 총차입금의 59.45%를 차지했었다. 그러나 2023년 말에는 단기차입이 9235억원으로 총차입금의 61.27%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보유현금은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2020년 1317억원에서 2023년 2671억원으로 102.81% 늘었다. 이에 따라 순차입금은 2020년 말 7236억원에서 2023년 말 1조2402억원으로 71.39%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순치입금비율은 2020년 말 88.54%에서 2023년 말 120.0%로 32.17% 포인트 저하됐다.
항공업계에선 대명화학그룹이 여전히 지원여력이 있다는 평가를 내린다. 다만 본업 경쟁력 회복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가용 자원을 적극 투자하는 것은 부담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항공기 신규 도입 등 대규모 자본력이 필요하고 외부 차입이 동반되는 인프라 투자 등에선 더욱 부담을 느낄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예정된 기존 투자를 집행하는 일도 에어로케이항공으로선 부담이다. 이미 리스사와 분쟁으로 항공기 1대가 개점휴업 상황이 가운데 추가 항공기 도입이 늦어지면서 최근 호황기를 맞은 항공산업에서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올해 대형항공사를 비롯해 저비용항공사 모두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통상 LCC의 손익분기점으로 항공기 10대를 잡는데 에어로케이항공은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그 시기를 점점 놓치고 있다"며 "항공기 수급이 불안정하고 수요가 늘면서 리스료와 신규 항공기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어 항공기 도입에 대한 부담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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