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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그래도 바이오, 그래도 신약

최은진 제약바이오부장공개 2025-01-07 07:42:33

이 기사는 2025년 01월 06일 0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달째 계속되는 기침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병원 문턱이 닳도록 다녀도 별다른 처방이 없다. 그저 감기 혹은 기관지염이라며 항생제나 수액 처방으로 일시적으로 진정시키는게 전부다. 기침 한번 할 때마다 주변의 따가운 눈초리로 찌릿하지만 그렇다고 격리될(?) 방법도 없다.

이쯤되니 코로나 팬데믹 때가 떠오른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감기의 일종이었을 뿐인데 왜 그렇게 세상이 셧다운될 정도로 들썩였을까 싶은게 '바이러스가 혹세무민을 하나'라는 생각까지 든다.

하지만 단순한 감기처럼 보였던 질병이 인류의 목숨을 말살시킬 강한 파급력을 지닌 바이러스로 진화했던 사실을 우리는 여러차례 목도했다. 백신, 치료제까지 뚫을 정도의 빠른 바이러스의 진화는 실체있는 공포였다.

그럼에도 바이러스에 맞선 인간의 더 빠른 진화로 바이러스는 사멸되고 결국 인간이 승리한다.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는 질병에 맞서며 인류도 진화한다.

인프라와 같은 유형의 자산을 만들며 개척·혁신·발전을 이뤘던 때를 지나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 바이러스와 같은 무형의 자산에서 혁신을 만드는 시대가 됐다. 암 정복을 꿈꾸던 인류가 유전질환, 심지어 노화까지 잡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그야말로 또 한번 인류의 진화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AI에서 바이오로 신성장 산업의 시선 이동에 대해 그 누구도 이견이 없다. 그러나 여전히 바이오 산업은 민간주도로 영세하게 진행될 뿐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 지원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하로 바이오 투자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색하게 작년 한해 우리 바이오 시장은 힘겨운 시기를 견뎠다. 의사파업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더해 갑작스러운 지정학적 위기까지 겹치면서 생존 문제의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의정갈등으로 신약 임상이 늦춰졌고 제약사들은 실적 악화로 신약 개발 동력이 상실됐다.

하지만 작년 이 같은 어려운 와중에도 유한양행 폐암치료제 렉라자가 미국을 넘어 유럽 진출에 성공했고 'P-CAB' 기전의 위식도역류질환과 마약성 진통제로 국산 신약 2종이 탄생하기도 했다. K-바이오의 신약기술을 노리는 해외사에 8조원대의 기술수출을 이뤄내기도 했다.

아직은 미미한 수준일지라도 황무지와도 같은 산업 환경에서 민간 주도로 이룬 성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이다. 대한민국 산업 발전이 '벤치마크'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되짚어보면 바이오 산업이 후발주자를 넘어 글로벌 시장의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는 건 꽤 자랑스러운 일이다.

2025년에도 정부의 R&D 예산확대에 더해 기대할만한 이벤트들이 있다. 국산 CAR-T 치료제가 품목허가를 앞두고 있고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 국산 약물들도 대기하고 있다. 여러모로 힘들었던 시기 혹한기에도 그래도 바이오, 그래도 신약을 외칠수 밖에 없는 이유. K-바이오는 묵묵히 그 길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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