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격화되는' 장외 여론전..."사업비전, 양측 다 부족하다"결과와 무관한 주주친화 행보…트로이카 드라이브 대안·엑시트 플랜 주목
이호준 기자공개 2025-01-06 11:21:02
이 기사는 2025년 01월 02일 16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3월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의 장외 여론전이 격화되고 있다. 주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각자가 '주주환원책'을 우리가 더 적극 시행할 것이라며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증권업계에서는 주주총회 이후의 주가 상승을 정당화할 사업적 비전은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결과와 상관없이 명확해질 '주주친화' 행보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지난달 10일과 28일, 임시 주주총회 지지를 호소하는 주주서한을 잇따라 발송했다. 이어 지난 31일에는 신년 인사를 겸해 또 한 번 주주서한을 보냈다.
최 회장이 서한을 보낸 이유는 명료하다.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MBK파트너스와의 차별점을 부각하며 주주들에게 선택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서한에서 그는 "주주 이해관계에 진정 부합하는 경영진이 누구인지 가리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의 임시 주주총회는 이달 23일 오전에 열린다. 의안 상정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제기된 집중투표제 도입 등 첨예한 갈등을 포함한 안건이 상정된 상태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소수 주주 보호 규정 신설, 분기 배당 도입, 배당기준일 변경, 발행주식의 액면 분할 등의 주주친화적 내용도 포함됐다.
어느 기업에서라면 한 번은커녕 보기조차 드문 주주들이 좋아할 만한 주주친화 의안이 한꺼번에 모두 포함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는 양측 모두 동의하는 의안들이다. 임시 주주총회 결과와 상관없이 앞으로 고려아연 주식은 이러한 기조를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려아연은 지난 10월 밸류업 계획도 공시했다.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주주환원을 강화해 3년 평균 총주주환원율(TSR) 40% 이상, 3년 평균 자기자본수익률(ROE) 9% 이상을 목표로 하는 게 골자다. 주주의 배당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정관 변경 등에 앞서 중장기 재무목표를 통해 밸류업 행보까지 구체화해 놓은 상황이다.
◇사업 비전 부족…트로이카 드라이브 대안과 엑시트 플랜 주목
관건은 임시 주주총회 이후다. 가령 TSR(총 주주수익률)은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투입한 금액을 포함하기도 하지만 통상 주가 흐름과 배당금을 기준으로 산출된다. 특히 시가총액이 큰 대형 기업일수록 주가 변동에 크게 좌우된다.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모두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은 공통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향후 사업적 성장 가능성을 구체화하며 주가 흐름이 상승할 것이라는 확신을 주주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사업적 비전은 비교적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고려아연의 트로이카 드라이브(Troika Drive)는 2021년 시작돼 5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신재생에너지, 이차전지 소재, 리사이클링 등 3개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는 게 핵심이다.
다만 이차전지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업체 이그니오 홀딩스 인수 구조와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와 관련해 의혹을 제기한 만큼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 주주들을 다시 어떻게 납득시킬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상태다.
물론 반대로 생각해도 비슷하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의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고, 이번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회를 장악할 경우 그들이 비판해 온 고려아연의 트로이카 드라이브 사업은 중단될 공산이 크다.
고려아연의 미래 가치에 반영돼 온 일정 부분의 성장 잠재력이 평가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이 경우 최종적으로 MBK파트너스는 엑시트(차익 실현) 플랜 등을 시장에 명확히 제시해야만 주가 상승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고려아연의 의결권 지분은 최윤범 회장 측이 39%,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44%로 추정된다. 나머지 약 17%는 국민연금, 국내외 기관,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임시 주주총회의 결과를 좌우할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주환원책의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현재의 주가 수준과 비교했을 때 주가 상승을 정당화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며 "양측 모두 플러스 알파의 사업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가시성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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