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철강사 생존전략]'무관세' 종료 美시장…KG스틸USA, 실적유지 가능할까②하반기 재협상 앞둬…석도강판에도 25% 관세, 가격 협상력 유지가 관건
이호준 기자공개 2025-04-07 09:13:00
[편집자주]
철강 업계의 불황이 일상화되면서 회사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우리 회사는 괜찮을까. 하위공정에 자리 잡은 무수한 중견 철강사들 사이에서 이 같은 문제의식이 깊게 확산되고 있다. 재무 전략을 수정하거나 반대로 이 상황을 기회로 삼아 투자, 나아가 지배구조 변화를 모색하는 등 여러 움직임이 감지된다. 더벨은 중견 철강사들의 사업 및 재무 현황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2일 11시1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G스틸의 미국 법인 KG스틸USA가 지난해 매출 4000억원을 넘겼다. 전년보다 18배 늘어난 규모다. 전체 매출이 2년 연속 감소하는 가운데 유일한 위안거리가 됐다. 다만 이 성과는 지난해 석도강판 무관세 조치를 한시적으로 적용한 덕분이다. 올해 다시 강화된 무역장벽 속에서 미국 중심 전략이 유효할지 주목된다.최근 공시된 KG스틸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3조3009억원으로 전년(3조4298억원)보다 약 3.5% 줄었다. 2023년의 3조8196억원에서 2년 연속 내리막을 탔다. 특히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3조3547억원)의 매출보다도 적었다.
그나마 미국 법인 KG스틸USA가 반등의 돌파구 역할을 했다. 지난해 매출은 4141억원으로 전년(232억원)보다 18배 급증했다. 이 법인은 자체 생산설비 없이 국내에서 생산한 석도강판을 미국 현지에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석도강판은 냉연강판에 주석을 도금한 제품으로 주로 음료캔·식품캔·오일캔 등에 사용된다.

홀로 좋은 성과를 낸 배경에는 지난해 미국 상무부의 무관세 혜택 확대가 있다. 미국 내 석도강판 자급률이 5%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공급난이 심해졌고 현지 업계는 연 7만톤으로 묶여 있던 한국산 석도강판 무관세 쿼터에 추가 물량 면제를 요청했다. 미국 당국이 이를 수용하면서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물론 판매량은 늘었지만 아직 손익 개선까진 갈 길은 멀다. 물류비와 현지 운영비 증가로 지난해 5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5월 석도강판 생산 공정을 단축해 연간 5만톤 이상의 추가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회사 측은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현지 시장 진입이 더욱 쉬워질 것으로 봤다.
그러나 변수가 생겼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복원하면서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12일 이후로는 그간 무관세였던 석도강판에도 25%의 추가 관세가 붙어 미국에 나가고 있다.

다행히 올해 미국향 석도강판 물량 대부분은 지난해 말에 이미 계약이 체결된 상태다. 트럼프 정부가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출 가격이 상승했지만 계약 이후에 시행된 조치이기 때문에 기존 물량 수출은 그대로 진행된다.
철강업계는 하반기 이후 진행될 미국향 신규 계약 협상부터가 본격적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수출 물량에서는 거래처와 관세를 분담해 손실을 줄일 수 있겠지만 하반기에 도래하는 재협상 시점부터는 쿼터 면제 혜택 없이 타국 공급자들과의 경쟁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KG스틸USA는 국내에서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법인으로 관세와 물류비가 가격에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 단순히 미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둔 TCC스틸 등 경쟁사와 비교하면 가격 협상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하반기 이후부터 무관세 특수 없이도 미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가 본격적으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금이야 관세 부담을 거래처와 나눌 수 있지만 계약이 끝나면 본격적인 재협상이 시작된다"며 "하반기 가격 협상 결과가 앞으로의 사업 성패를 가를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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