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4월 14일 07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때 재계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이라는 광풍이 불었다. 일상업무나 사업영역을 완전히 디지털로 바꿔야 한다는 절실함의 산물이었다. 단순히 IT를 접목하는 수준의 변신 혹은 변환이 아닌 보다 더 혁신적이고 획기적이며 전향적인 '형질 전환'을 요구했다.형질전환은 적당히 옷을 갈아입는 정도가 아니다. DNA의 변화, 유전적 성질까지 변화시켜야 한다는 강력한 의미를 담는다. 그만큼 비즈니스 일상의 모든 것들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싹 다 바꿔버리는, 미래사회를 현재에 가져다 놓을정도의 혁신이 DT의 핵심이었다.
이는 바이오 사업을 고민하는 대기업들도 새겨들여야 할 부분이다. 요즘 재계 트렌드에서 바이오가 빠지지 않고 있다. 바이오와 연관없던 현대차까지 화이트 바이오를 겨냥하고 간부회의에서 바이오를 화두로 꺼내기까지 했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로 이젠 재계 필수의 영역이 됐다.
하지만 그저 사업의 한 토막정도로 바이오를 본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삼성조차 바이오를 하기까지 돌고 돌아 이제 겨우 5조원 매출을 만들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갈길은 멀고 성공 유무도 단정할 수 없다. 아직도 돌다리를 두들기는 정도다.
SK도 마찬가지다. 선대 회장시절부터 수십년을 연구한 물질 하나를 상업화 해 이제 막 돈 버는 구조를 갖췄다. 일단 회사 골격을 만드는 건 성공했지만 지속가능성을 이룰 아이템을 찾아야 하는 또 다른 과제를 안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바이오를 장악했다고 볼만한 플레이어가 있을까. 패권이라는 걸 가질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정답을 찾기 어렵다. 수많은 바이오 벤처가 난립한 현실에 대기업까지 뛰어들고 있지만 이렇다 할 모범답안은 없다. 그러다보니 기대감만 부풀고 그 안에서 누구는 장난을 치고 누구는 또 슬며시 사라진다.
그룹을 먹여살릴 '신사업'이라고 호기롭게 뛰어들었던 롯데는 불과 3년만에 수장을 갈아치웠고 바이오 사업을 해보겠다고 수년 전 법인을 만들었던 현대중공업은 첫삽조차 뜨지 못했다. 괜찮은 바이오 벤처들을 만나고 다닌다는 소문은 파다하지만 이 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손사레를 친다. 단지 돈만 있다고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는 얘기다.
업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DT가 확산됐던 것처럼 재계는 바이오 사업을 위해 바이오 트랜스포메이션, 즉 BT가 필요하다. 그저 바이오 사업을 하기 위해 적당히 흉내를 내고 사람 몇명 뽑아서는 될 일이 아니다. 사고 자체를 변화하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기질과 성공 DNA를 싹 벗어던질 정도의 혁신이 필요하다.
제조업으로 성공한 삼성이 이제 '제조 DNA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자성한 것처럼 바이오 사업을 위한 새로운 유전적 형질을 장착해야 한다. 긴 텀을 기다릴 준비,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을 용기, 미지의 세계에 뛰어들 모험. BT를 이해해야만 척박한 한국 바이오 산업의 토양에서 그나마 길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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