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승계 로드맵 점검]김승연 회장의 '과감한' 결단, 승계 속도 높였다(18)승계작업 시작한 뒤 3개월만에 증여 완료…한화에어로발 잡음 커지자 정면돌파
고설봉 기자공개 2025-04-07 09:14:37
[편집자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김동원·김동선으로 경영권을 양도하는 작업이 본격화했다. 그룹사 사업부문을 나누고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승계 재원 마련의 핵심 키로 여겨지던 한화에너지 IPO도 개시됐다. 정부와 규제 당국, 시장 관계자, 공급망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만큼 관심이 집중된다. 더벨은 한화그룹 승계전략을 분석하고 각 과정에서 풀어내야할 과제와 리스크를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3일 07시3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아워홈 인수를 시작으로 첫 삽을 뜬 뒤 약 3개월 만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한화 지분이 세 아들에게 증여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심의 방산업 지배구조 개편과 한화에너지 상장(IPO) 등 굵직한 현안들을 빠르게 풀어내는 모습이다.이번 승계작업이 속전속결로 이뤄지는 배경엔 김승연 회장이 있다. 특유의 결단력 있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승계 작업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시장의 오해와 저항을 정면돌파하면서 불필요한 잡음을 만들지 않으려는 김 회장의 강직함이 승계작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아워홈 인수로 첫발…3개월만에 ㈜한화 지분 증여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의 서막은 지난해 12월 올랐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아워홈 인수에 나서면서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2월 중순 아워홈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했다. 이에 비춰보면 인수를 추진한 것은 지난해 11월부터라고 볼 수 있다.
아워홈 인수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들간 독립경영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평가됐다.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 몫의 계열분리를 위해 추진된 것으로 평가된다. 호텔과 유통, 건설, 로봇 등 사업부문을 떼 김동선 부사장이 경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후 한화그룹은 분산돼 있던 한화오션 지분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모으는 작업을 올해 2월 진행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사회를 거쳐 한화임팩트파트너스(5.0%)와 한화에너지(2.3%)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총 약 1조3000억원에 매입하기로 의결했다.
한화오션 지배구조 개편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김동관 부회장 입장에선 동생들의 계열분리 이전 자신이 맡아 경영할 주력 회사들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할 필요성이 있었다.
특히 한화에너지와 한화임팩트 등으로 분산돼 있는 한화오션 지분은 향후 계열분리를 복잡하게 만들 리스크 요인이었다. 다른 주력 계열사들이 ㈜한화 자회사로 편입돼 있는 것과 달리 한화오션은 4개 계열사에 걸쳐 지분이 분산돼 있었다. 한화오션 기업가치가 나날이 커지던 때였던 만큼 비교적 주가가 덜 올랐을 때 미리 지배구조 개편을 하는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길이었다.
승계작업의 핵심인 한화에너지 상장(IPO)은 지난달 초 추진됐다. 한화에너지는 지난달 11일 전후주요 국내 증권사에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 제안 요청서(RFP)를 배포했다. 한화에너지 IPO를 위한 이사회 의결 등이 이뤄진 시점은 3월 초로 추정된다.
한화에너지 IPO는 김동관 부회장과 김동선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부사장 등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한화그룹 안팎에선 과거부터 삼형제가 대규모 승계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창구로 한화에너지를 지목했다. 이에 따라 한화에너지 IPO는 승계작업의 전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IPO 과정 및 그 이후 지분을 현금화해 승계 재원을 만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지난달 31일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한화 지분 절반을 삼형제에게 차등 증여했다고 발표했다. 증여 후 ㈜한화 지분율은 김승연 회장 11.33%, 김동관 부회장 9.77%, 김동원 사장 5.37%, 김동선 부사장 5.37%으로 조정됐다. 단일 최대주주인 한화에너지는 여전히 22.1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삼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 승계의 서막이 오른 뒤 김승연 회장의 지분 증여까지 걸린 시간은 약 3개월 정도다. 다른 기업집단의 승계와 다르게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는 짧고 간결하게 막을 내렸다. 아직 김승연 회장은 지분 11.33%를 남겨뒀지만 이번 증여에서 승계 원칙이 드러난 만큼 향후 계획대로 잔여지분 증여가 이뤄질 전망이다.
◇거세진 시장의 저항…김승연식 정면돌파 승부수
한화그룹이 승계작업의 속도를 높인 것인 크게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 이미 승계에 대한 구상과 전략이 오래 전부터 구축돼 있었다. 또 삼형제간 계열분리와 독립경영 로드맵에 대해 어느정도 합의가 진행됐다.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 전략이 명확하게 수립된 만큼 실행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이어 오너일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및 루머가 양산되기도 했다. 불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로 튀었다. 김동관 부회장 등에 이익을 몰아주기 위해 한화에너지로 현금을 유출한 뒤, 주주들에 투자금 명목으로 손을 내밀었다는 비판이 일었다.
승계작업의 속도가 너무 빠르자 한화그룹 안팎에선 김승연 회장의 건강 이상설이 등장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달 28일 예정됐던 김승연 회장의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방문이 취소되면서 건강 이상설이 확산하기도 했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여러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지자 김승연 회장이 결단을 내린 것이란 후문이다. 김 회장은 특유의 과감한 결단을 통해 부정적 이슈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특히 이번 김 회장의 ㈜한화 지분 증여는 재계 및 한화그룹 내부에서도 파악하지 못했던 이슈였다. 김 회장 등 오너일가와 극소수 경영진만이 관련 내용을 전달받아 실무를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의 지분 증여 이후 시장과 투자자들의 반응은 조금 누그러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건강 이상설 등 루머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련한 잡음이 이전과 비교해 크게 줄어들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등과 관련해 시장의 오해와 우려를 바로잡기 위해 정면돌파를 선택 한 것”이라며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 등에 대한 밑그림이 미리 그려져 있었고, 승계를 위한 재원 등도 마련돼 있었던 만큼 과감한 결단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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