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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시장에 분 RA 바람]'일임서비스 개시' 숙원 이뤘다…반절 허용 '옥에 티'②연금 수익률 높일까…DC형 미포함, 초기 가이드라인도 미비

박상현 기자공개 2025-04-16 14:18:17

[편집자주]

로보어드바이저(RA) 퇴직연금 일임 서비스가 올해 개시됐다. 규제와 단기 수익을 중시하는 국내 투자 문화에 가로막혀, 지금껏 꽃을 피우지 못한 RA업계는 반전의 기회를 맞이했다. 이에 더벨은 RA의 도입 후 성과와 한계, 그리고 퇴직연금 시장을 중심으로 펼쳐질 새로운 미래를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9일 11시0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RA) 일임 서비스가 지난해 12월 24일 본격 개시했다. RA가 국내에 상륙한 지 9년 동안 어려움을 겪어왔던 RA 업체들은 드디어 숙원을 이뤄냈다는 분위기다. 사실 RA는 자산 증식보다 배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미국에서는 이미 퇴직연금계좌 핵심 상품으로 쓰이고 있다.

이번 변화를 RA업계에서는 전반적으로 환영하는 모습이지만 일부 아쉬움도 묻어난다. 서비스 대상 계좌가 개인형퇴직연금(IRP)로 한정됐고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일부 부재했기 때문이다.

◇단순 자문에서 일임으로…원리금보장 비중 낮출까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4일 정례회의를 통해 퇴직연금 RA 일임 서비스를 혁신금융 서비스 중 하나로 지정했다. RA가 AI와 알고리즘 등을 통해 고객의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그에 따라 개인형퇴직연금(IRP) 적립금을 일임 운용하도록 했다. 시행 첫해인 올해 최대 900만원까지 맡길 수 있고 한 해가 지날수록 한도가 900만원 증가한다.

금융위가 RA 일임 서비스를 도입한 배경은 퇴직연금의 장기 수익률이 저조한 데에 있다. 퇴직연금 총 적립액은 2024년 말 기준 약 427조원이다. 직전년 382조원에서 약 45조원(11.7%) 증가한 수치다. 회사가 운용하는 확정급여(DB)형은 214조원(50.2%)이고 근로자가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 113조(26.7%), IRP 98조원(23.1%) 수준이다.


문제는 장기수익률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DC형의 최근 5년과 10년 수익률은 3.26%, 2.57%이고 IRP는 3.16%, 2.31%다. DB형의 경우 더 낮다. DB형은 3.04%, 2.54%다. 이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DC형의 경우 원리금 보장 상품 가입 비율이 전체 75,9%(비보장 24.01%)이고 IRP는 66.4%(비보장 33,5%)다. DB형은 전체 93%가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다.

당국은 높은 원리금 보장 비율을 낮추고자 RA 일임 서비스를 개시한 모습이다. RA 알고리즘은 크게 △안정추구형 △위험중립형 △적극투자형 등으로 나뉜는데, 안정추구형만 놓고 보더라도 일반 원리금 보장형 상품보다는 수익률이 높다. 코스콤베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1년 평균 수익률은 9.89%였다. 위험중립형과 적극투자형은 각각 12.33%, 14.96%다.

퇴직연금 일임 서비스는 RA 업계의 숙원 사업으로 알려진다. RA가 국내 시장에서 도입된 건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인 2016년 무렵이다. 금융당국이 금융 선진화를 위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개정, RA를 도입했으나 확산 속도는 더뎠다. 여타 법률 규제가 RA의 비대면 자문·일임 서비스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영역에서도 RA에게는 상품 추천 등과 같은 단순 자문 서비스만 허용됐다. 자문 서비스가 일임에 비해 수익성이 낮다는 점 외에 RA 기업들이 그간 개발한 알고리즘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였다.

RA는 퇴직연금에 어울리는 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자산 증식보다는 자산 배분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RA가 단기간에 오를 것 같은 주식을 꼽아주는 족집게 프라이빗뱅커(PB) 노릇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다수의 RA가 주식·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를 기초자산으로 삼는다. 사실상 AI PB가 운용하는 타깃데이트펀드(TDF) 혹은 EMP(ETF Managed Portfolio)인 셈이다.

◇출시 초기 혼선…IRP 한정 아쉬움도 묻어나

이번 변화에 대해 RA 업계는 전반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서는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위는 퇴직연금 RA 일임 서비스를 IRP에 한정해 허용했다. 현재 IRP 계좌의 총 적립금은 98조원으로 DB형(214조원)·DC형(113조원)과 비교해 가장 작은 규모다. DC형 계좌 역시 개인이 운용 주체라는 점에서 IRP와 유사한데, IRP만 허용한 뚜렷한 이유를 모르겠다는 게 업계 일각에서 나오는 얘기다.

한 RA업계 관계자는 “DC형 계좌 역시 대부분의 적립금이 원리금보장 상품에 묶여 있다”며 “금융위가 이번 일임 서비스를 허용한 이유를 고려하면 DC형은 왜 포함되지 않았는지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초기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하지 않은 점도 혼란을 초래했다. 퇴직연금 계좌는 위험자산비율이 70%로 제한돼 있다. RA가 일임을 할 때도 이 비율을 지켜야 한다. 애당초 RA 상품은 적극투자형이더라도 위험자산 비율이 70%를 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안될 것으로 판단됐다.

그러나 문제는 투자자가 퇴직연금 RA 일임 서비스를 신청할 경우, 해당 고객의 연금 계좌의 운용 주체가 계좌주와 RA로 복수가 된다는 점이다. 각자의 운용 방식 혹은 성과에 따라 이 비율이 깨질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가령 고객 A의 IRP 잔액이 2000만원이라고 가정하자. 이때 900만원을 RA에 맡기고 나머지 1100만원은 직접 운용한다. 고객이 적극투자형 RA를 선택, RA는 자체적으로 위험·안전 자산 규모를 630만원(70%), 270만원(30%)씩 운용한다. 계좌주는 주식을 770만원(70%), 채권에 330만원(30%)를 투자한 상태다. 계좌주의 주식이 올라 전체 위험 자산 비율이 70%를 초과할 경우 적극투자형 RA는 정해진 알고리즘대로 운용이 불가능하게 된다.

운용 보수와 관련해서는 금융위가 성과보수형을 고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객 계좌 수익률이 플러스(+)여야 RA 사가 보수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른 RA업계 관계자는 “일반 펀드는 기본보수와 운용 보수를 함께 받는다”며 “RA 역시 서버, 알고리즘 등 여러 분야에서 비용이 드는데 초기 성과보수만 요구했던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이후 금융위와 선정사 관계자들은 지난 1월과 2월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간담회를 진행했다. 1월 간담회를 통해 세부사항을 검토한 뒤 2월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선정사 관계자들이 질문하면 금융위 담당자가 답변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간담회 결과 위험자산 70% 산정의 경우 분모값 기준은 RA 운용규모로 한정하기로 했다. 즉, 계좌주의 운용 방식 및 성과와 별개로 RA가 자체적으로 위험자산 비율 70%를 맞추면 된다는 의미다. 보수 체계도 확립됐다. 고객이 △기본보수 △성과보수 △기본보수·성과보수 혼합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일부 RA사들이 기본보수형을 포함할 것을 요청했으나 금융위로부터 확답받지 못했던 모습이다.

현재 RA사들은 이러한 내용들을 토대로 혁신금융개시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신청서에 대한 금융당국의 허가가 떨어지면 RA사는 곧바로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다. 동시에 퇴직연금사업자인 증권사들도 IRP 계좌의 약관을 수정하고 내부 전산개발을 마무리 짓는 모습이다.

파운트(fount)가 첫발을 내딛었다. 파운트는 하나은행과 손잡고 지난달 말 ‘파운트 IRP 일임 서비스’를 출시했다. 하나은행의 IRP 적립금 규모는 약 12조4600억원이다. 업계 1위 디셈버앤컴퍼니도 이달 내 서비스를 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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