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 끝난 조선업체, 이젠 환율상승 주범 올해 수주급감 전망, 조선사發 달러 매물 공백 '현실화'
이 기사는 2009년 02월 23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007년 10월 31일 달러/원 환율이 장중 900원을 깨고 하락하자 시장이 발칵 뒤집혔다. 경상수지 흑자가 감소하는 걸 보고 달러매수(원화매도)에 나섰던 투기세력들은 아연실색했다.
전문 분석가들도 슬슬 달러강세(원화 약세) 전망을 내놓고 있었다. 환율 하락의 끝이 멀지 않아 보였다. 발빠른 역외 세력들은 이미 950원 아래에서 원화 매도포지션을 쌓아가고 있었다.
환율을 900원 아래로 끌어내린 것은 다름아닌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었다. 대규모 수주에 성공한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이 선물환 매도 공세에 나서자 환율은 속수무책으로 하락했고 결국 역외 투기세력도 백기를 들고 말았다. 당시 외환시장에선 이를 '조선사들의 반란'이라고 일컬었다.
환율 하락 이끌었던 조선사 호황..단기 외채 급증
2005년까지 분기별 100억달러 미만이던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규모는 이후 급증했다. 2006년에는 분기별 200억달러에 근접했고 2007년에는 300억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조선사들의 수주는 환헤지를 위한 선물환 매도로 이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분기평균 달러 순매도 규모의 90%를 조선사들이 차지할 정도였다.
조선업체의 호황과 선물환 매도는 원화의 과도한 절상을 유발했다. 2006년 이후 경상수지 흑자가 대폭 줄고 있었고 성장률도 둔화되고 있었지만 환율 하락엔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았다. 조선사들의 달러 매도 물량이 워낙 컸기 때문이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조선업체들의 선물환 매도 규모는 1046억달러에 달했다. 전체 수주잔고 1963억달러의 53%에 해당한다.
조선사 선물환 매도는 은행의 단기외채 급증으로 이어졌다. 조선사에서 선물환을 사들인 은행은 헤지를 위해 해외에서 외화를 차입해 국내 외환시장에서 팔았다.
지난해말 현재 대외채무는 3804억달러중 차입금은 1457억달러 수준. 이중 올해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이 1060억달러에 달하고 그중 은행(외은지점포함) 몫이 1017억달러로 거의 전부다.
부메랑이 돌아온다.. 수주 급감으로 환율 상승 '불씨'
문제는 조선사의 호황과 그로 인한 선물환 매도 헤지의 후폭풍이 이제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수주가 급감하고 있고 일부 선사가 수주 취소 및 선수금 연기 요청을 하고 있어 달러 '씨'가 마를 가능성이 높아진 것.
더 심각한 것은 경상수지가 흑자를 보이더라도 달러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박을 인도하기 전에 선수금 등으로 이미 다 받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외환시장에 조선사발 매물 공백이 가시화되고 있다.
올해 만기도래하는 조선사들의 선물환 매도 규모는 약 348억달러로 추정된다. 헤지비율을 53%로 가정할 경우 연간 532억달러를 수주해야만 매물 공백을 메울 수 있다.
그러나 조선업계에서는 올해 수주 전망을 대략 200억~300억달러로 보고 있다. 적게는 200억달러, 많게는 300억달러 이상의 달러 매물 공백이 생기는 셈이다.
여기에 기존 수주잔량에서 계약 취소가 대거 발생할 경우 엎친데 덮친 격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해 하반기 STX 등 몇몇 조선사들이 수주 취소를 통보받았고 삼성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도 최근 28억달러에 달하는 수주 취소 관련 협상을 벌이고 있다. 취소시 곧바로 달러 매수 요인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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