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벤처펀드 LP로 자리잡으려면… 벤처캐피탈 GP 선정 후 투자 전과정 간섭..."대리인 대하듯 해"
이 기사는 2009년 04월 22일 08: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 업계에서 국민연금의 위상은 모태펀드 이상이다. 정책적인 목적을 가지고 많은 벤처캐피탈에 정부 예산을 나눠 집행하는 모태펀드와는 달리 국민연금은 고수익을 내 줄 벤처캐피탈에 '화끈하게' 자금을 출자한다.
국민연금 벤처투자 위탁 운용사로 선정되면 사실상 다른 유한책임사원(LP, Limited Partner)을 모을 필요가 없다. 자체 자금만 조금 보태면 펀드 결성이 가능하다. 벤처캐피탈이 국민연금 벤처투자 펀드를 선호하는 이유다.
네번의 출자만에 국민연금 펀드 운용 경력은 업계의 훈장이 됐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선수급' 벤처캐피탈이 운용사로 선정 돼왔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이 "국민연금 벤처투자 펀드 운용 경험은 타 펀드 조성시 자금확보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며 "LP들이 국민연금 펀드 운용경험을 벤처캐피탈의 트랙레코드로 인정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도 과장은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 벤처캐피탈이 국민연금을 좋아하진 않는다. 또 모두가 운용사로 선정되길 원하지도 않는다. 국민연금 특유의 벤처투자 펀드 운용 방식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최대 80%의 펀드 자금을 출자하면서 무한책임사원(GP, General Partner)인 벤처캐피탈에 무언의 권리를 요구한다. GP의 자유로운 투자 결정을 제한한다. 투자에 관한 보고를 수시로 받고 간섭한다. "벤처캐피탈을 (국민연금의) 대리인 부리듯 한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자연스레 나온다.
펀드 실적이 저조할 경우 벤처캐피탈에 해당 심사역 문책을 요구하기도 한다. 인사간섭의 부당함을 느끼지만, 국민연금과 사이가 나빠질 경우 다음 선정에서 배제될 것을 우려해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기대 이하의 수익률을 기록한 벤처캐피탈을 공공연하게 비난하기도 한다.
한 업계 전문가는 "(국민연금이) 투자 전 과정에 관여하고도 실적 부진의 책임을 GP에 만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2009년 벤처 펀드 운용사 선정 공고일이 다가왔다. 국민연금이 국내 벤처캐피탈 시장 최대 LP 중 하나인 만큼 관심은 뜨겁다. 다섯번 째 벤처투자에 나서는 국민연금이 이전보다 더 합리적인 LP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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