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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초라한 수익률이 아킬레스 건" 펀딩 늘려 외형성장...수익률은 '허들 랩' 못넘는 경우 많아

전병남 기자공개 2009-08-19 09:01:23

이 기사는 2009년 08월 19일 09: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자전거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공장이다."

벤처캐피탈 업계에선 스틱인베스트먼트를 자전거에 비유하곤 한다. 가끔 공장에 비교하는 사람도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도용환 부회장은 늘 '밟지 않으면 넘어진다'는 페달론을 주장한다"며 "스틱인베스트먼트에겐 펀딩이 페달이자 공장"이라고 말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창립 이래 10년 간 외형 성장을 추구해왔다. 펀드 조성이 대표적인 사례. 한 관계자는 "스틱인베스트먼트 성장 전략은 200억원 규모 펀드가 만기되기 전에 500억원 짜리 펀드를 만들고, 이 펀드가 다시 만기되기 전 1000억원 상당의 펀드를 또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벤처캐피탈에 비해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외형에 집중해 온 이유는 뭘까. 창업 초기 상황과 연관이 크다는 게 시장의 해석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설립된 1999년은 국내에 IT 버블이 일던 시기다. 일반적으로 버블 상태가 되면 펀드 결성을 위한 자금조달은 쉬워지고 투자금 회수 시 수익률은 높아진다. 그러나 버블 때 집행된 투자는 나중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 시 적정 가치(Valuation) 평가가 어렵기 때문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 역시 IT 버블 시기에 본계정 자금을 포함해 많은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투자도 신중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실무자는 "당시엔 보유중인 펀드 자금을 다 소진해야 관리보수를 받을 수 있었다"면서 "스틱인베스트먼트는 (관리보수를 받고 펀드를 더 만들기 위해) 신중한 투자보다는 빠른 투자에 비중을 두고 회사를 운영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펀딩 상황은 좋았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쉬지 않고 펀드를 결성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당시 스틱인베스트먼트는 펀딩마저 어려웠다면 회사 문을 닫아야 했을지도 모를 상황이었다"면서 "펀드 운용을 통해 나오는 관리보수에 회사 수익을 의존하는 모델은 이 때 만들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외형을 확장하는 전략을 편 것도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창립 10년,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받는 관리보수는 연 200억원에 육박한다. 직원 연봉과 관리비를 다 제하고도 30억원 이상이 순이익으로 고스란히 남는 구조다.

문제는 수익률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펀드는 계속 만들면서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회사가 오랫동안 유지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의 투자수익률은 썩 높지 않다는 것이 시장의 냉정한 평가다. 성과 보수를 받는 기준 수익률인 허들 랩(Hurdle lap)을 넘지 못하고 원금에 손해를 끼치지 않는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국내 연기금 관계자는 "스틱인베스트먼트에서 성공한 조합은 2000년 LG전자와 함께 결성한 '스틱-LG투자조합' 정도 뿐"이라고 말했다. 당시 이 조합은 리코시스, 엠텍비전, IDS 등에 대한 투자로 3.52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으나 LG전자가 2호 조합 결성 상대로 스틱인베스트먼트(당시 스틱IT투자)가 아닌 KTB를 골라 업계의 의문을 자아내기도 했다.

수익률은 스틱인베스트먼트 내부에서도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에 정통한 관계자는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임정강 대표는 그동안의 스틱인베스트먼트의 투자성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심사역에 대한 강력한 성과주의 정책을 펴는 것도 예전의 투자 방식에 대한 반성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펀딩을 통해 성장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투자자가 만족할 만한 수익률을 올리지 못하면 롱런하기 어렵다는 압박감이 스틱인베스트먼트 내부에 늘 존재한다"며 "그동안의 투자수익률이 높지 못했다는 게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아킬레스 건"이라고 털어놨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투자 실패를 줄이기 위해 검증시스템을 3단계로 강화했다. 해당 본부와 세션에 걸친 두번의 심사 후 마지막으로 투자심의위원회의 인가가 떨어져야 자금이 집행된다. 크로스체크 제도도 도입했다. 밀어붙이기 보다는 고르고 또 고르는 방식의 투자 프로세스를 갖춰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한 관계자는 "리스크를 줄여 나가는 방식의 문화가 자리잡혀 가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수도 있는 일"이라면서도 "경영진이 '더 보수적으로 본다'는 식으로 투자에 접근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해당 심사역이 힘들어하기도 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투자 인력의 근속 연수가 짧은 것도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장기 근속 연수는 길어야 4년 정도다. 심사역의 절반은 2년차가 대부분이다. 펀드의 존속기간이 8년 이상임을 감안할 때 투자에 대한 책임감이 떨어지고 문화가 일관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내에 중동 자금을 끌어들인 대표적 업체인 스틱인베스트먼트가 투자자에게 예상보다 낮은 수익을 안길 경우 앞으로 다른 벤처캐피탈이 중동 등 해외로부터 자금을 출자받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면서 "업계 전체를 위해서라도 스틱인베스트먼트에겐 높은 수익률을 올려야 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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