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기사는 2009년 08월 12일 15: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필자는 지난 5월 초 금융위기 해결 가능성과 미래를 주제로 칼럼을 기고한 바 있다. 칼럼의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일부 지적과 함께, 향후 시장에 대한 임팩트 있는 내용을 담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지금 시점에서 옹호를 좀 하자고 한다면, 5월 이후 환율이 하락기조를 유지하기는 하는데, 시장의 기대만큼 빠른 속도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배경을 그 바탕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임팩트 없는 장세를 예상했기 때문에 칼럼 내용 또한 임팩트가 없었다는 변명이 되겠다.
5월 필자의 개인적인 전망은 2~3분기 환율이 하락추세 및 반등 조정 국면에서 1200원 ~ 1320원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이에 따라서 환율 반등시 1400원 선을 전망하거나, 환율 하락 시 성급하게 1100원선을 언급하는 모든 시각을 경계하고자 하는 의미의 칼럼이었다고 자평 하고 싶다.
그렇다면 환율이 당분간 레인지를 벗어나기 힘들다고 전망하는 판단 근거에 대해서 몇 가지 짚어보겠다.
필자는 올 들어 국내 금융시장의 전환점, 특히 외환시장의 전환점을 4월 30일로 기억하고 있다. 4월 들어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경기 바닥론이 실제 각종 경기선행지표에서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여주고, 외국인 주식 순매수세가 재개되면서 환율은 2~3월의 암울했던 긴 터널을 빠져 나오기 시작했다.
4월 29일 1340.7원에 마감한 환율은 4월 30일 1323원으로 갭다운 출발한 이후 1282원에 장을 마감하였다. 필자는 리먼사태 이전의 금융위기와 이후 본격적인 회복단계를 1323원 ~ 1340.7원 사이의 아일랜드 갭이 구분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7월 중순 환율 반등 시기에도 고점을 1320원으로 예상한 근거였으며, 실제 환율은 1315원 에서 그 상승세를 멈췄다. 5월 이후 국내 기업의 수출은 자동차, 휴대폰, 디지털 미디어 (주로 TV) 분야의 세계 시장에서의 약진이 이루어지면서 월간 수출 300억 달러 선을 회복하였고,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연간 예상규모였던 2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2008년도 40조 이상을 팔아 치우던 외국인 주식투자가 강력한 순매수로 전환되면서 자본수지 역시 초과 공급 상태를 나타내면서 환율은 빠른 속도로 1200원대를 회복한 이후 1200원대 붕괴를 시도하였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와 달리 1200원이 쉽게 다가오지 못하면서 당국이 시장 미세조정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 시장의 시각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을 미루어 볼 때, 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만 가지고 시장이 제어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설령 가능하다 하더라도 단기 효과에 그쳤던 것이 우리의 시장 경험이지만 현재의 시장상황이 거기에 해당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따라서 대규모 경상수지와 외국인 주식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하방 경직요인을 보이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첫째, 선박 인도대금을 들 수 있다. 지금 통계상 잡히는 무역수지 흑자 중 월간 40억불 이상은 선박인도 대금이다. 그리고 해당 포지션은 과거에 대부분 선물환으로 매도헤지가 이루어진 포지션이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외환시장에 공급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적어도 상반기 무역수지 흑자 중 200억불 이상이 외환시장에 공급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물론 선물환 상환을 통해 국내 단기외채는 감소하고 외화자금 사정은 개선되었을 것이며, 이는 간접적으로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선박인도대금만큼의 공급량 감소분은 신규 수주 및 추가 선물환 매도헤지를 통해서 충당해야 하나, 세계 교역량 회복 지연으로 선박수주 회복세 역시 지연되고 있다.
둘째, 장기 차입여건이 아직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한 점이다. 물론 작년 하반기나 올 1분기에 비해서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는 했으나, 아직 정상화를 논하기는 이르다. 최소한 5년 외평채 CDS 스프레드가 100 bp 이하 수준은 회복해야 할 것이다. 환율 1300원이 붕괴된 시기와 CDS 200bp가 하향 돌파된 시기는 4월말 ~5월 초로 거의 일치한다. 앞서 말씀 드린 본격적인 금융위기 해소국면으로의 전환일 것이다. 그 이전에는 공포가 시장을 지배했다면, 그 이후에는 희망과 실망의 교차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희망과 실망의 반복은 공포국면에서의 시장 변동 형태와 구별될 것이다.
7월 중순 환율 1300원 반등 시기에도 CDS 스프레드는 200bp 수준에서 상승세가 제한되었으며, 하단 역시 120bp 수준에서 제한되고 있다. 항상 맞는 것은 아니지만 현시점에서 개인적으로 1100원 + CDS Spread = 적정 환율이라는 등식도 마음속 염두에 두고 있다. 또한 장기 차입여건 개선뿐만 아니라 장외파생상품 크레딧라인 회복도 지연되고 있다. 이는 향후 기업체의 장기 선물환 매도 수요가 증가한다 하더라도 은행권 헤지의 발목을 잡을 것이고, 환율 하방 경직의 또 다른 요인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작년 환율 급등 기에 발생한 각종 투자손실에 대한 매수 수요가 아직 남아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작년 말 결산환율이 1257.5원이었음을 감안할 때, 그 이하 레벨에서는 각종 청산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환율 하락 시 1240원, 1220원 등 레벨 별로 정체국면을 보였고, 해당 레벨에서 충분한 거래량을 동반한 이후 향후 방향성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향후에도 1220원, 1200원 선 등에서 매수세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올 4분기 이후 대부분의 전문가는 환율 1100원대를 예상하고 있으며, 필자 역시 연초부터 연말 환율을 1100원대 중반 정도로 추정했었다. 그렇다면 1200원선을 뚫고 내려가기 위해서는 어떤 점들이 변화되어야 할까?
이미 앞에서 대부분 이야기가 이루어 졌다. CDS 스프레드가 100bp 이하로 안정되면서 장기 차입 여건이 현재보다 더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세계 교역량 역시 회복세를 보이면서 신규 선박 수주가 증가하고 외화 차입여건 개선과 맞물려 선물환 매도 규모가 현재보다 증가해야 할 것이다. 기업 선물환 순매도 규모는 작년 3분기까지 분기당 150억 ~ 200억 달러 규모에서 4/4분기부터 급감한 이후 올 1,2 분기 각각 40억 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정수준 회복이 전제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10% 중반까지 하락한 통화옵션 변동성도 10% 초반까지 추가 하락하거나, 아직도 여전한 콜 선호도가 추가로 해소될 때 환율은 1200원선을 뚫고 다음 레벨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칼럼니스트 소개]
[학력 및 경력]
1990~94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졸업(경영학 부전공)
1996~00 한국외환銀 역삼동지점 기업금융, 외화자금부 외환딜러
2000~03 내쇼날 호주은행 Money Market 딜러, 외환딜러
2003~04 크레디 리요네은행(현 칼리옹) 외환딜러
2004~08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외환딜러, 파생상품 세일즈
2008년~ 현재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FX Strategist 및 파생상품 트레이더
[기타경력]
2005 올해의 외환딜러(Korea Forex Club, 인터뱅크 부문)
2005~06 외횐시장협의회 전문위원
2007 IFID(International Fixed income & Derivatives, ICMA Centre)
자격증 취득
2006~ 현재 파이낸셜뉴스 부설 경제연구소 자문위원
2006~ 현재 신한은행 사내 교수(파생금융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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