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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KPMG, '프리미엄 실사'로 시장장악 대기업·PEF의 회계자문 독점...노하우는 '퀄리티 마케팅'

현상경 기자공개 2010-01-20 08:00:26

이 기사는 2010년 01월 20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9년 한 해 동안 삼정KPMG는 굵직굵직한 인수합병(M&A) 회계실사(Due Diligence)를 거의 독점했다. OB맥주, 타임스, 금호렌터카, 현대종합상사, 쌍용, 삼화왕관 등 두산계열사, 에스콰이아, 영화엔지니어링 등이 전부 삼정KPMG의 손을 거쳤다. 글로벌 '빅4' 회계법인이라는 말이 국내에서 무색할 정도로 시장의 주목을 받은 딜들이 삼정에 몰렸다.

이근모 삼정KPMG 어드바이저리 대표는 그 비결을 '프리미엄 실사'라는 한 마디로 요약했다. "제대로 된 M&A를 하고 싶은 기업이나 사모펀드라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삼정을 찾아오고 그게 아니면 수수료가 싼 회계법인을 찾아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삼정KPMG는 2009년 더벨 M&A 리그테이블에서 건수, 금액기준을 막론하고 기업인수와 기업합병 분야 1위를 차지했다.

회계실사를 맡는 M&A거래의 건당 평균금액도 약 2900억원으로 경쟁사들보다 2배~4배가량 높다. 쉽게 말해 여타 회계법인이 수수료 수입확대를 위해 500~1000억원 거래의 회계자문을 맡는 동안 삼정은 중대형 거래의 회계자문을 도맡았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회계자문사 선정은 RFP를 보내지 않고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다보니 기존 고객의 만족도가 중요하다"며 "큰 돈을 투자하는 M&A를 진행하는 기업일수록 '아무곳이나 쓸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삼정을 찾아왔다"고 평가했다.

사실 어찌보면 "회계법인의 서비스은 다 거기서 거기 아니냐"는 의문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일반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같지만 실사보고서의 품질 차이는 크다"고 말한다. 여기서 삼정이 내세우는 차별화 방안은 바로 실사과정에서 파트너급의 참여다.

고객과 첫 미팅에서 얼굴 한 번 비추고 각종 접대에나 참여한 뒤 정작 실사는 실무직원에게 맡기는 식을 지양한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가장 경험이 맡은 파트너나 이사급이 킥오프미팅때부터 시작해 현장실사, 재무실사, PT과정까지 전부 참여하고 주도하면서 굉장히 깊게 대상기업을 평가한다"며 "그러다보니 같은 기업을 실사해도 최종보고서의 수준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시니어 레벨이 참여하는 실사에서는 대상기업에 대해 요청하는 자료나 던지는 질의 수준부터 다르다는 것.

이 대표는 이런 삼정의 프리미엄 실사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30여명으로 구성된 TS본부의 퀄리티나 인원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할 것을 주문해왔다. 그는 "갑자기 인원을 늘리거나 업무량을 확대하면 결국 품질이 떨어지기 마련"이라며 "고품질의 DD서비스가 삼정의 강점인만큼 이를 지켜나가겠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깐깐한 품질관리 덕에 국내 M&A시장을 이끌어 온 롯데, 두산, MBK파트너스, H&Q 코리아 등은 삼정KPMG TS본부의 오랜 '단골'로 알려져 있다. 다른 회사보다 30%가까운 수수료 프리미엄을 지불하더라도 삼정의 회계실사 보고서를 받아보기 원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기업이나 사모펀드 입장에서도 이런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고 얘기한다. 일례로 삼정KPMG는 대형 유통업체 크로스보더에 인수자문으로 참여, 매각자가 회계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때 이를 반영하도록 해 인수금액을 무려 10%가까이 낮춘 적도 있다. 비싼 만큼 제값을 한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2010년 M&A시장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는 "한때 더블딥을 예상하고 사업계획을 짜기도 했지만 지금은 공격적인 전환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08년에서 2009년 상반기까지는 매각자-인수자간의 인수가격 미스매칭이 많았는데 작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합리적인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며 "인수자나 매각자의 전략도 확실히 섰고 자금도 많이 풀려 비즈니스가 많이 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로스보더 딜을 예로 들면 미국이나 일본 등의 대상매물 가격이 더 내려갈 경우 많은 M&A가 일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삼정KPMG는 몇 가지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일단 산업구조 전반의 일본식 변화, 즉 제조업의 부진과 이에 따른 서비스업의 확대, 그리고 이에 발맞추기 위한 기업들의 사업부 조정을 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업종에 대해서는 전문화된 특화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자원개발 및 에너지 부분은 이미 전담 임원을 둬 확실히 시장을 선점했다"며 "이외에도 신재생에너지 분야와 제약ㆍ바이오 등 헬스케어에 대한 금융 및 회계자문을 전문적으로 키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략은 그가 늘 강조했던 크로스보더 딜에 대한 특화다. 이 대표는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상당수 기업이 성장동력 확보차원에서 해외의 좋은 매물을 찾고 있지만 오버밸류되어 있거나 영업이익이 낮은 회사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해결하고자 딜소싱은 물론, 해당기업이 왜 고객에게 적절한 매물인지, 또 인수를 통해 어떤 효과를 얻을지 연구하고 그 결과를 설명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이 대표는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IB와 국내IB들간 자문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모델도 생각 중이다. 그는 "회계법인이 가진 전문성, 업종특화능력 그리고 엑스큐션 능력을 더 활용할 예정"이라며 "국내IB들이 회계법인과 손을 잡고 딜을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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