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0년 07월 09일 10: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가 비씨카드 인수를 추진한지 1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성과를 못 내고 있다. 협상 테이블에 나선 주요 주주들이 정작 지분 매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KT는 지금껏 단 한 주의 비씨카드 주식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 정인철 청와대 기획비서관의 '공기업·은행장 모임'관련 청탁의혹이 불거지면서 KT의 비씨카드 지분인수가 자칫 무산될 수도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은 보유중인 비씨카드 지분(27.65%) 가운데 10~20%가량을 매각하기 위해 지난달 KT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었다. 구속력이 없는 넌 바인딩(Non-binding) MOU이긴 하지만 이 조차도 이사회의 결정이 내려지지 않고 있어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
우리은행으로선 무엇보다 공개 입찰을 거치지 않고 KT와 수의계약을 맺기가 부담스럽다. 공적 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측면을 고려하면 입찰을 통해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이치에 맞기 때문이다. 더구나 모기업인 우리금융지주가 민영화라는 큰 숙제를 남겨두고 있다는 점이 운신의 폭을 좁힌다.
우리은행이 비씨카드 가맹 라인에 100% 가까이 의존하는 만큼 당장 매각에 서두를 이유는 없다. 협상력 차원에서도 일정 지분은 보유해야 하는 상황이다. 섣불리 매각하다간 자칫 'KT밀어주기'가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실제 우리은행의 경우 잔여지분 19%정도를 남겨둘 경우 향후 비씨카드 경영권 확보에 있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 보고펀드와 KT가 보유할 수 있는 최대 지분이 30%대 초반에 불과해 우리은행의 협조 없이는 경영권 행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비씨카드 지분 14.85%를 보유중인 신한카드는 지난 2월 KT와 MOU 체결 이후 실사도 마쳤지만 본계약은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우리은행 보유 지분 매입이 선행돼야 한다는 전제조건 때문이다. 우리은행 측의 지분 매각이 늦어지면서 신한카드도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신한카드와 함께 지분 매각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부산은행도 조용하긴 마찬가지. 보유 지분 4.03% 가운데 3.03%를 매각할 계획이지만 독자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은 떨어진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지분 매각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가격, 같은 조건으로 3사가 일괄 매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느 한 쪽과의 협상이 완료됐다고 해서 매각이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결국 KT로선 3사가 모두 수긍할 수 있는 매각 조건을 제시해야 비씨카드 지분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협의 중인 주당 매각 가격이 과거 보고펀드의 지분 인수가(14만4000원)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이종휘 우리은행장 역시 KT가 내놓은 조건과 가격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비씨카드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설사 KT가 이들 지분을 매입한다 해도 고민은 남아있다. 우리은행, 신한카드, 부산은행의 매각 대상 지분을 모두 합쳐도 비씨카드 지분율이 30%대에 그치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에는 등극할 수 있어도 단독 경영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KT는 국민은행(4.95%), 농협(4.95%), 기업은행(4.95%) 등 기타 주주들에 비씨카드 지분 매각을 타진해 왔지만 성과는 없었다. 그 동안 지속적으로 현 최대주주인 보고펀드(30.68%) 쪽에 공동 경영을 제안해 온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일단 보고펀드는 KT가 아직 한 주의 주식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공동 경영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선을 긋고 있다. 오히려 보고 펀드가 추가 지분 인수를 통해 단독 경영에 나서는 것이 유리한 상황에서 굳이 KT와 사전 약조를 할 필요는 없다.
보고펀드 관계자는 “만약 KT가 일정 지분을 확보한 상황이라면 굳이 별도로 제안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비씨카드에 대한 공동경영 체제가 구축될 수밖에 없다”며 “주주들을 설득해 50%이상 지분을 확보하는 것은 아직까지 KT의 희망사항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KT가 지분매각에 부정적이던 우리은행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인 것은 외부의 변수가 개입했기 때문 아니냐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정부와 금융위는 물론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관여하지 않았던 우리은행의 비씨카드 지분매각을 이끌어낸 데 의아해 하는 시각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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