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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신탁의 부활, 전가된 PF 리스크 시공사 부실땐 대손위험 증가..부동산 금융상품 개발 등 나서야

길진홍 기자공개 2010-10-06 10:30:23

이 기사는 2010년 10월 06일 10: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0년대 초반 부동산신탁 전업사들은 큰 홍역을 치렀다. 신탁업계의 1세대 격인 한국부동산신탁이 2003년 문을 닫았다. 부동산 광풍에 편승한 무분별한 토지신탁(차입형)이 문제였다.

외환위기를 거치며 미분양이 늘고, 공사미수금이 쌓였다. 대규모 수익을 노리고 뛰어든 개발사업이 결국 부메랑이 됐다. 이후 부동산신탁업계는 담보, 처분, 관리 등의 비개발신탁이 주류로 자리 잡았다.

그로부터 10여년. 업계의 이목이 다시 토지신탁에 쏠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토지신탁을 무대로 불러냈다. 이번엔 신탁사의 차입기능을 없애고 도급 계약자인 시공사의 역할을 강화했다.

신탁사가 명목상 인허가권과 토지 소유권을 갖지만 실질적인 사업의 주체는 시행사가 맡도록 했다. 건설사 신용보강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시장이 요구하고 있는 ‘관리형토지신탁’의 구조다. 역설적이지만 주택시장의 거품 붕괴가 토지신탁을 부활시켰다.

◇시공사 부실...신탁사 대손위험 커져

2010년 6월말 현재 11개 부동산신탁 전업사의 관리형토지신탁 수탁고는 17조2000억원에 이른다. 2008년말 5조9000억원에 불과하던 수탁고가 1년반 사이에 무려 세배 가까이 불어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사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용보강을 기피하면서 관리형토지신탁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입주시 수분양자 보호와 시행사 파산으로 인한 사업장 연쇄 부실 등을 방지하는 수단으로 관리형토지신탁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의 토지 담보신탁과 자금관리 대리 사무계약이 갖는 한계를 보완하려는 것이다. 최근 부실 PF사업장 대손충당 적립요건 강화와 맞물려 관리형토지신탁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신탁사 재무위험도 그만큼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장이 부실화되면 관리형토지신탁을 수탁한 신탁사는 시행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결국 시공사 우발채무 부담이 간접적으로 신탁사에 옮겨진 것과 다름없다.

img3.gif 신탁업계는 그러나 관리형토지신탁사업의 부실 위험이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관리형토지신탁 구조에서는 시행사가 파산할 경우 시공사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형식적으로는 신탁사가 시행자이지만 시공사가 책임준공 또는 책임분양 방식으로 사업을 이끈다.

문제는 시행사와 시공사가 모두 부실화될 경우다. 신탁사는 사업의 실질적인 주체가 된다. 사업장 준공을 위해 직접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차입형 토지신탁으로 전환이 불가피하며 자금 투입으로 대손위험에 노출된다.

김포 신곡지구의 관리형토지신탁을 맡은 A사는 최근 대체 시공사를 물색 중이다. 시공사와 시행사가 모두 워크아웃에 들어가 사업이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대체 시공사 선정이 지연되면 그동안 시행 위험은 고스란히 신탁사 몫이 된다.

사업이 완료되더라도 위험요인은 여전히 존재한다. 명목상이지만 시행사로서의 법적 책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올 초 B사는 준공 사업장 입주민들로부터 하자보수청구 소송을 받았다. 시공사의 하자보수 책임기간이 끝나자 주민들이 서류상 시행사인 신탁사를 찾아가 대금지급을 요구했다. 결국 이 회사는 신탁보수를 훨씬 웃도는 금액의 하자보수금을 지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부동산 금융상품 개발 나서야

신탁업계는 관리형토지신탁 부실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우량 시공사 선정과 사업장 검증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신탁사들이 주도적으로 부동산금융 상품 개발에 나서는 것이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일감이 줄면서 관리형토지신탁 수탁대상이 중견 건설사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업체간 과열경쟁으로 신탁보수도 급감했다. 총 매출액(분양가) 대비 0.5%에 달하던 신탁보수가 최근 건당 3억~5억원대까지 떨어졌다. 수천억원대 개발사업의 리스크를 떠안는 대가가 불과 수억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신탁사들은 금융위기 이후 이렇다 할 부동산 금융상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PF 시장에서 신탁사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며 “부실사업장 정리와 PF 대출 사업자 관리 등의 상품 개발로 영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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