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GM은 뭘 얻었나?" GM, 산은 요구 대부분 수용..한미FTA·저리 자금지원 등 반대급부 가능성
이 기사는 2010년 12월 08일 16: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이 8일 GM대우자동차의 장기발전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미국 GM(제너럴 모터스)과 체결했다. 하지만 협상의 두 주체 중 한쪽은 일방적으로 희생했고 한쪽은 손해없는 장사를 한 것으로 나타나 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은행이 이날 발표한 'GM대우 관련 산은과 GM과의 협상타결' 자료를 보면 미국 GM 본사는 이번 협상에서 소득이 전혀 없는 굴욕협상을 했다. 공개된 발표 내용으로만 보면 산은은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 냈다.
먼저 GM은 단독 소유하고 있던 공동개발 기술 소유권을 일부 헐어내 '항구적인 무상 사용권'을 자회사인 GM대우측에 제공한다.
현재 GM대우는 자동차를 제조할 때마다 미국 GM에 기술사용 로열티를 지급한다. 이러한 불공정한 비용분담협정(Cost Share Agreement)을 개정해 GM이 철수하더라도 GM대우가 스스로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틀을 만들겠다는 게 산은측의 요구였고 이게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GM은 또 GM대우가 발행한 우선주(원리금 및 배당금 포함 총 2조3000억원)의 상환보증을 해주기로 했다. GM이 망하지 않는한 GM대우 우선주를 채권처럼 들고 있는 국내 채권자들은 원리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이 트인 셈이다. GM으로서는 보증에 따른 부채가 늘어나는 반면 국내 채권자는 '후순위 채권'이 '선순위 채권'으로 바뀌게 됨을 말한다.
이 외에도 GM은 산은측에 주주총회 비토권과 이사 3인 추천권을 내주었다. 최대주주인 GM(70.12%)이 2대주주인 산은(17.02%)에게 경영을 감시할 절대 권한을 내준 것이다. 이사회를 장악한 최대주주가 2대주주에게 부여하는 권한치고는 상상 이상의 권한이다.
모든 협상 내용이 GM측에게는 불리하고 산은에게 유리한 방향인데도 GM이 선뜻 산은의 요구를 거의 수용해준 속사정이 있지 않냐는 게 협상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이다.
GM 입장에서는 굳이 내주지 않아도 되는 권한을 산은에게 제공한 셈이고 이는 GM 주주의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일이기도 하다. 당장 GM의 보증이 늘어나 부채 상승 영향이 있다. 국내에서는 이런 사례가 발생할 경우 소액주주 등이 배임 소지가 있다며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GM이 뭔가 반대급부가 있었기 때문에 산은에게 양보를 했을 거라는 시각은 이 때문에 강하게 제기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드러난 내용만 봐서는 GM이 뭘 얻어가는지 불분명하다"며 "다른 협상 내용이 있을 거라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가능성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과 연관됐을 거라는 시각과 산은 등 채권단이 추가로 저리의 자금을 GM대우측에 공급키로한 게 아니냐는 시각 등이다.
시기적으로 한미 FTA 재협상이 시작됐을 무렵부터 산은은 GM대우의 대출금을 한달씩 연장해가며 협상을 이어왔다. 그리고 한미 FTA 재협상이 타결되자마자 곧바로 양측의 협상 역시 타결됐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FTA 협상 과정에서 GM 등 미국 자동차 회사에게 반대급부가 제공되자 미국 GM이 전폭적인 양보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은행권의 저리 신디케이트론 제공 가능성도 제기된다. GM대우는 수일전 이례적으로 산은 대출금 1조1262억원을 상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여유자금이 남아 부채를 줄이겠다는 뜻이지만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어야 하는 GM대우 입장에서는 굳이 대출금을 상환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아마 저리의 자금을 대규모로 조달할 수 있는 한도를 받아놓은 뒤 대출금을 상환했을 수 있다"며 "언제든지 자금이 필요할 때 자금을 빼서 쓸 수 있는 구조가 유력하다"고 말했다.
GM대우 관계자는 이에 대해 "GM의 가장 큰 수확은 한국에서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하게 됐다는 점"이라며 "사업을 하다보면 금융권과 관계가 좋아야 하는데 국내 굴지의 은행인 산은과 좋은 관계를 가지게 됐다는 점은 재무조달의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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