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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당국, '새 협약' 만든다 신용공여 500억 이상 회생제도 '실종'..진흥기업 살릴 '임시협약' 필요성

문병선 기자공개 2011-02-11 16:02:01

이 기사는 2011년 02월 11일 16: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채권은행과 금융당국이 진흥기업을 살릴 '사적 워크아웃 협약'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공적 워크아웃법(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지난해 시한이 만료됐고 재입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적 워크아웃'도 채권금융회사 100% 동의가 필요해 진행이 쉽지 않지만 '새로운 협약'을 만들 경우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재입법될 때까지 이 제도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진흥기업이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 '사적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채권은행과 금융당국은 '사적 워크아웃'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새로운 협약을 구상 중이다.

워크아웃이란 기업 스스로 하기 힘든 구조조정을 채권금융회사 주도로 진행하는 회생 절차의 일종이다. 이중 '공적 워크아웃'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라는 법률에 의해 채권금융회사 75%의 이상의 동의를 얻어 강제적으로 진행하는 제도를 말한다.

반면 '사적 워크아웃'은 강제성 없이 채권금융회사 100% 동의를 얻어 채무상환을 유예하는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작업이다.

진흥기업이 신청한 구조조정 요구는 '사적 워크아웃'에 해당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촉법이 일몰된 상황에서 공적 워크아웃을 진행할 법적 테두리가 없어 사적 워크아웃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적 워크아웃'은 추진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진흥기업이나 채권은행의 고민이 크다. 현실적으로 채권금융회사 100%의 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워크아웃은 '사적 워크아웃'이든지 '공적 워크아웃'이든지 원리금을 깎아주거나 채무상환을 유예하는 등 채권자의 권리가 손해보는 쪽으로 변경되는 작업이다. 모든 채권금융회사는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다만 '공적 워크아웃'은 주요 채권자 75% 이상이 동의를 하면 강제적으로 워크아웃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사적 워크아웃'은 강제성도 없어 채권금융회사 중 1%만 이탈하더라도 도미노 현상처럼 잇따라 워크아웃에 찬성하지 않고 채권회수에 들어간다.

2007년초 휴대폰 제조회사인 VK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시한이 만료돼 '공적 워크아웃'에 들어가지 못하고 '사적 워크아웃'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은행들이 저마다 이해관계를 내세워 권리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나 끝내 회생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진흥기업도 지금으로서는 딱히 대안이 없다. 제2금융권에서 잇따라 자금회수에 나서고 있다. 모기업인 효성도 그동안 쏟아부은 자금에 더해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는 일에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 '사적 워크아웃' 의사를 전달했으나 우리은행 역시 처리 방안이 없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이고 사적 워크아웃을 진행하더라도 100% 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아 고민"이라며 "진흥기업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협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다른 관계자도 "공적 워크아웃법이 일몰된 상황이고, 이미 만들어져 있는 채권은행협약은 신용공여액 500억원 미만인 기업에 적용되는 제도이므로 진흥기업과 같은 기업을 처리하려면 새로운 협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구조조정 제도는 △'은행법 시행령'에 따른 대기업그룹 재무구조개선 약정 제도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의한 개별대기업 워크아웃 제도(신용공여액 500억 이상) △채권은행간 협약에 근거한 중소기업 워크아웃(신용공여액 500억 미만) 등 크게 3가지인데 진흥기업은 어떤 제도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마저도 안되면 통합도산법에 의지한 법정관리를 신청해야 한다.

새로운 협약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조항이 원용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신용공여액 500억 미만 중소기업의 워크아웃을 위해 만들어 놓은 채권은행협약도 거의 대부분 기업구조조정촉진법과 유사하다. 다만 반강제적인 자율협약이므로 제2금융권이 협약에 참여할지가 관건으로 남는다.

채권은행들과 금융당국이 이러한 협약을 구상하는데는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다.

공적 워크아웃을 대체할 대안이 필요하다는 현실론이 첫째 이유다. 진흥기업과 유사한 사례가 나올 경우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

두번째는 진흥기업과 모기업인 효성이 그동안 회사를 살리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여 왔다는 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건설사 신용위험 평가 이후 채권은행의 요구로 모기업인 효성이 진흥기업 유상증자에 참여해 1300억원 이상을 지원했다"며 "이렇게 모기업이 희생한 건설사가 망하지 않는다는 사례를 남기기 위해서도 진흥기업을 회생시켜야 하는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새로운 협약을 만드는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협약이 거의 대부분 사적 자율로 진행되기 때문에 시간이 더디고 이 과정에서 일부 채권은행의 반발도 예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협약에 참여하지 않는 채권금융회사의 채권 원리금 상환을 어떻게 분담해야 할지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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