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1년 02월 24일 08: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황우석 박사는 한때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수없이 가진 촉망받는 생명공학 박사였다. 세계최초의 복제 젖소 '영롱이', '인간배아 줄기세포',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소, 체세포 복제 개인 '스너피'가 모두 그의 작품이다. 세계 과학계의 주목을 받았고 국내에서도 영웅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논문 조작 의혹이 제기돼 지난 2006년 1월 서울대 교수직을 박탈당하면서 황우석 열풍도 사그러들었다. 이제는 ‘황우석 사태’로 인해 국내 바이오 산업이 오히려 홀대를 받고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마저 나올 정도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도 황우석 잔상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는 곳이 있다. 바로 코스닥 시장이다. 일부 코스닥 상장사들은 줄기세포라는 테마로 개미들을 현혹해 거리낌 없이 주가부양을 하고 있다.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10년 가까운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깡그리 무시해버린다. 황우석 열풍을 체험한 개미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주식을 사들인다. 혹세무민이 따로 없다.
확인영어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1650원에 머물던 이 회사 주가는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 4140원까지 치솟았다. 무려 2배가 넘게 오른 것이다. 코스닥 시장본부에서 3차례에 걸쳐 주가급등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할 정도였다.
이 같은 주가급등은 지난해 8월 변경된 최대주주가 공공연히 바이오사업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투자자를 끌어 모았기 때문이다. 사실 시장에서는 지난해부터 확인영어사가 대대적인 변신(?)을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아니나 다를까 확인영어사는 지난 2월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바이오사업 등 무려 59개 사업을 신규 업종에 추가했다. 영어교육 업체가 갑자기 미생물 연구를 하고 유전공학제제 및 신약을 개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황우석 박사의 처남이나 장모, 심지어 제자가 코스닥 상장사에 투자를 했다고 하면 어김없이 주가가 뛰곤 한다. 촌극이 따로 없다. 황우석이란 테마를 이용해 주가급등을 노리는 비도덕적인 경영진의 행태를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코스닥 시장의 젖줄역할을 담당하는 벤처캐피탈 관계자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바이오 사업의 성공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바이오 산업은 투자금 회수(엑시트) 기간이 길다. 아무리 짧아도 7년 이상이 걸린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벤처투자 조합의 존속기간이 5~7년인 것을 감안하면 엑시트를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자연히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 실적도 저조하다. 벤처캐피탈 협회에 따르면 2002~2010년 전체 벤처투자 금액 중 바이오기업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1%에 머물렀다. 2004년에는 2.1%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황우석 열풍이 절정이던 2005년과 2006년에도 각각 8.6%와 8.3%에 그쳤다. 마의 10% 벽을 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 지난해 12월에는 풀무원 계열의 바이오기술투자가 창투사 라이선스를 자진 반납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주로 바이오기업에 투자를 해왔지만 엑시트에 난항을 겪으면서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벤처 바이오기업 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바이오기업이 나오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오 사업 업력이 5년도 채 되지 않은 곳이 당장이라도 줄기세포 관련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바이오기업 종사자들이 이 얘기를 들으면 실소를 금치 못할 일이다. 황우석 박사가 일본 훗카이도대학 객원연구원으로 시작해 ‘영롱이’를 탄생시키는데 걸린 시간은 무려 15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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