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I인베스트, 한일상생펀드로 부활할까 관계사 SBI PE, KTB證과 공동 GP로 선정…딜 성사시 '평판' 개선
이 기사는 2011년 04월 08일 1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과연 SBI인베스트먼트(옛 한국기술투자)는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서갑수 전 회장 부자의 배임·횡령, 경영권 분쟁 등으로 점철된 지난 2년은 SBI인베스트먼트로선 시련의 연속이었다.
국내 1호 벤처캐피탈로서 지난 25년간 '한기투'가 쌓아온 위상은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영업적자는 벌써 3년째 계속되고 있다. 예전 인력들도 이미 상당수가 물갈이가 됐다. 더구나 새롭게 바뀐 최대주주는 SBI홀딩스로 불리는 생소한 일본계펀드다.
문제는 펀딩이었다. SBI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한 개의 벤처 조합도 결성하지 못했다. 수차례 펀딩 기회가 있었지만 번번이 물을 먹었다. 정책금융공사가 출자하는 일본부품 업체 인수합병(M&A)펀드 운용사 선정에도 KTB투자증권과 함께 나섰지만 마찬가지였다.
기회는 올해 다시 찾아왔다. 정책금융공사가 아예 '한일상생펀드'라는 이름을 내걸고 운용사 재선정에 나선 것. 국내 유일의 일본계 벤처캐피탈로 변모한 SBI인베스트먼트 입장에선 마지막 찬스였다. 다만 SBI인베스트먼트가 아닌 SBI PE를 KTB증권과 공동 무한책임사원(GP)으로 내세우는 전략을 택했다.
SBI PE는 SBI홀딩스의 사모투자펀드(PEF) 조성을 담당하는 자회사다. SBI인베스트먼트를 전면에 내세우기에는 '한기투'의 옛 이력이 여전히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물론 컨소시엄의 대표 운용역으로 KTB투자증권 인사와 함께 다카하시 요시미 현 SBI인베스트먼트 사장이 참여하는 만큼 사실상의 큰 차이는 없었다.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KTB증권-SBI PE 컨소시엄은 8일 KT캐피탈-오릭스 PE와 함께 총 1400억원이 출자되는 한일상생펀드의 운용사로 선정됐다. 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SBI인베스트먼트의 운용사 탈락에는 ‘한기투’라는 배경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SBI인베스트먼트 측은 기대감에 부푼 상태다. 관계사인 SBI PE가 운용사로 선정된 만큼 향후 자체 펀딩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한 LP 관계자는 “SBI PE가 무사히 펀딩을 마치고 딜을 성사시킬 경우 과거 한기투의 흔적을 지울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이번에 700억원을 조달받기는 했지만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 위해선 추가적으로 300억원을 모아야 한다. 다른 LP들의 신뢰가 필요한 이유다.
일본기업 인수에 함께 참여할 국내 전략적 투자자(SI) 발굴도 필수다. 일본 대지진 이후 독도 영유권 분쟁과 재난 지원 등을 두고 미묘하게 전개되고 있는 한일 관계 역시 변수로 평가 받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 있는 일본 중소업체를 국내기업이 인수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과제"라며 "딜의 성사 여부에 따라 국내 벤처캐피탈 업계에서 SBI인베스트먼트의 회생 여부를 점쳐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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