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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차세대 지형도]'한 지붕 세 울타리' SK家, 분가 선택할까③최창원 부회장, SK디스커버리 독자 노선…SK네트웍스 관건은 지배력

고진영 기자공개 2023-05-25 10:19:32

[편집자주]

소유와 경영이 드물게 분리되는 국내에서 오너기업의 경영권은 왕권과 유사하게 대물림한다. 적통을 따지고 자격을 평가하며 종종 혈육간 분쟁을 피할 수 없다. 재계는 2022년 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승진과 함께 4대그룹이 모두 3세 체제로 접어들었다. 세대 교체의 끝물, 다음 막의 준비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주요기업 차기 경영권을 둘러싼 후계 구도를 THE CFO가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9일 08:0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업이 대를 내려갈수록 계열분리의 씨앗은 틀림없이 싹을 피운다. 삼성, LG, 현대 등이 모두 한 뿌리에서 여러 집단으로 갈라졌다. SK그룹은 오너일가가 큰 분쟁없이 경영권을 나눠가졌지만 독립의 유혹은 또 다른 얘기다.

분가에 대한 뜻이 없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은 벌써 십여년 전 계열분리에 대한 의지를 수차례 언급했다. 동생 최창원 부회장의 SK디스커버리 역시 쪼개져 나갈 채비가 이미 갖춰졌다. 문제는 실익과 자본이다.

◇SK디스커버리, 준비는 됐는데…득실 '글쎄'

SK그룹은 한 지붕 아래 사촌 4형제가 공동경영을 하고 있다. 창업주 최종건 회장 일가와 2대 총수인 최종현 회장 일가로 중심이 나뉜다. 최종현 회장 계에서 장남 최태원 회장이 SK㈜ 대표이자 총수직에 올랐고 차남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SK온의 인큐베이팅을 맡았다. 최종건 회장 일가의 경우 최신원 전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이 SK네트웍스, SK디스커버리로 각각 울타리를 꾸렸다.

정통성을 따진다면 SK㈜보다는 SK네트웍스와 SK디스커버리 라인이 더 진한 쪽이다. SK네트웍스의 전신 선경직물, SK디스커버리(분할 전 SK케미칼)의 전신 선경합섬이 그룹의 모태가 됐다. 계열분리에 대한 가능성 역시 SK네트웍스, SK디스커버리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중 SK디스커버리는 당장 독립해도 별 문제가 없다. 중간지주회사 형태로 사실상 독립경영 체제를 완성한 상태다. SK케미칼, SK가스, SK바이오사이언스를 핵심 축으로 독자 세력을 구축했다.

애초 SK케미칼은 매출 대부분이 섬유와 유화에서 나오던 회사지만 친환경 소재, 백신 등으로 사업구조를 탈바꿈 하면서 섬유의 흔적은 찾기 어려워졌다. 성공적 변모의 원동력이 된 것은 강력한 오너십이다.


최창원 부회장은 1994년 SK케미칼(당시 선경인더스트리)에 입사한 이래 한 번도 회사를 떠나지 않고 재편을 이끌었다. 2017년 12월에는 SK케미칼이 SK디스커버리(존속법인)와 SK케미칼(신설 사업법인)로 인적분할해 중간지주사 형태가 만들어졌다. 이후 SK케미칼 백신사업부를 떼어내 SK바이오사이언스를 세우고, 중간지주회사 행위제한에 걸려 있던 SK에코플랜트 지분도 전부 처분했다.

이제 의지만 있으면 계열분리는 시간 문제가 됐다. 최태원 회장이 SK디스커버리 보통주 0.11%를 가지고 있지만 지분가치가 7억~8억원 수준이기 때문에 해소는 어렵지 않다. 그는 이미 분할 전의 SK케미칼 지분 약 121만주(5.86%)를 2007년 처분하면서 계열분리의 판을 깔아줬다.

정황상 다음 세대에선 각자 노선을 걸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회의적 시각도 있다. 득실을 저울질했을 때 'SK'의 이름은 너무 값이 큰 이득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실질적으론 독립경영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SK 브랜드를 버리고 얻을 이득은 비교적 적다.

◇최신원 부자, 문제는 SK네트웍스 지분율

최신원 전 회장의 경우 계열분리를 원한다고 해도 걸리는 이슈가 많다. 우선 독자적인 지배력이 취약하다. 그가 재판 문제로 2021년 모든 직책을 내려놓은 이후 아들 최성환 사장은 SK네트웍스 지분율을 공격적으로 매입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2.77%에 그쳐 최 전 회장(0.88%)과 합쳐도 3.65%다.

반면 SK㈜가 보유 중인 SK네트웍스 지분은 41.2%로 압도적이다. 또 SK㈜에 대한 최신원 회장의 지분율은 0.03%고 최성환 사장은 0.24%를 가지고 있다. 두 부자의 18일 종가 기준 지분가치는 약 331억원. SK네트웍스 지분을 약 3%밖에 확보할 수 없는 규모다. 지분율 측면에선 최신원 전 회장 부자가 지주사 그늘을 벗어나는 것은 요원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최신원 전 회장은 왜 계열분리에 의욕을 보였을까. 그가 분가 가능성을 언급했던 2000년대 초중반에서 2010년대 즈음은 최 전 회장이 SKC와 자회사 SK텔레시스 경영에 매진하던 시기다. 당시 SKC 지분을 꾸준히 사들여 2012년엔 3.56%까지 지분율을 높이기도 했다. 사실상 SKC 중심의 계열분리를 염두에 뒀던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휴대폰사업 진출로 SK텔레시스를 키우려던 최 전 회장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결국 그는 2015년 SKC와 SK텔레시스에서 손을 뗐다. 현재 최 전 회장은 SKC 지분을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SK텔레시스는 SKC솔믹스에 흡수됐다. SK네트웍스에 대한 최 전 회장의 지분이 적은 것은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

물론 지분율과 별개로 SK네트웍스에 대한 경영권은 가문의 합의에 따라 존중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신뢰는 본래 불완전하다. 온전한 경영권을 위해서 지분율 이슈는 피할 수 없는 숙제로 꼽힌다.

계열분리 여부를 떠나 승계 과정에서 독립경영 체제를 확고히 하려는 의지는 뚜렷해 보인다. 경영 전면에 나선 3세 최성환 사장이 SK네트웍스 지분을 계속해서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SK네트웍스가 사업형 투자회사로 전환을 노리는 것 역시 중간지주회사 형태를 완성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SK그룹 고위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계열분리를 먼 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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