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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의 사생활 [thebell note]

김위수 기자공개 2024-06-05 07:44:54

이 기사는 2024년 06월 04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종종 '바른 생활'을 하는 재벌가 자제들의 이야기가 들린다. 워커홀릭에 술, 담배는 입에도 대지 않는데다가 취미생활은 주로 운동. 항상 의문이 들곤 했다. 즐길 게 천지인 세상에서 그렇게 많이 가졌는데 왜 절제하며 사는 걸까.

보수적인 가풍의 영향이라고도 하고 개인의 성향 때문이라고도 한다. 사생활로 잡음이 생길 수 있는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차원이라는데 사실 100% 납득하지는 못했다.

사적 영역에 대한 존중이 예전보다는 커진 시대다. 범법을 저지르지만 않았다면 일과 사생활을 분리해서 보자는 주장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다못해 이미지를 먹고 사는 연예인 중에도 사생활에서 물의를 빚었다가 재기에 성공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재벌가 경영인에 대한 시선도 비슷하다. 대중의 관심이 피로할 수는 있지만 사생활에서의 잡음이 경영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은 드물다. 오너 경영인 개인의 문제는 기업 지배구조 평가 요소로도 고려되지 않는다. 경영능력, 그리고 카리스마를 갖췄다면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만한 행보에도 기업인으로 존경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파격적인 사생활로 구설수에 오르곤 하지만 그간 최 회장에 대한 평가는 과감하고 도전적인 면모에 집중됐다. 모두가 우려했지만 끝내 성사시킨 SK하이닉스 인수는 우리나라 인수합병(M&A)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딜로 꼽힌다. 내수 사업을 중심으로 하던 SK그룹의 무대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시켰고 이를 기반으로 SK그룹은 우리나라 재계 2위로 올라섰다.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트렌드를 제시해 SK그룹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선진적인 기업문화를 도입해 우리나라 최고의 직장 중 하나로 만들었다. 또 회장 자체로도 재계 맏형으로서 정부와 소통하는 역할을 도맡고 있다.

이 모든 성과를 이루고도 사생활에서 불거진 문제에 발목이 잡힐 위기라는 점은 안타깝다. SK그룹을 키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온 최 회장은 자칫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다. SK그룹 역시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많은 걸 짊어진 오너의 사생활은 온전한 사생활이 아닌 모양이다. 바른 생활을 하는 재벌 경영인들이 이해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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