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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NDA와 IR

신민규 벤처중기2부장공개 2024-06-19 10:10:17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4일 07: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비밀유지계약(NDA, Non-Disclosure Agreement)은 양자간 기밀을 공유하길 바라지만 일반적인 사용을 제한할때 체결하는 법률계약이다. 이 말 자체는 필드에서 다양하게 사용된다. 실제로 체결돼 있어서 보도를 제한하는 용도로 쓰이기도 하고 취재 응대과정에서 회사가 민감한 내용을 둘러댈 때 사용하기도 한다. 3자 입장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다.

NDA 내용이 공개되면 영업부서는 난리를 치고 언론대응부서는 곤혹스러운 나날을 보낸다. 비밀을 맺을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알려졌으니 주가는 요동을 친다. IR 측면에서 성과를 볼 수도 있지만 영업적으로 타격을 받을 여지도 있다.

코스닥 B2B 기업 상당수는 NDA와 IR 사이 어중간한 입장을 보인다. NDA가 걸려있어 반쪽짜리 정보만 노출하다가 IR 효과가 반감되는 상황이 반복된다. 제3자에 의해 뉴스가 공개돼 주가가 오르기라도 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식이다.

코스닥사 중에 NDA 내용을 스스로 공개한 일이 있었다. 이 기업은 해외 고객사와의 거래 내용은 NDA가 체결돼 있다고 했다. 향후 영업에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고 이니셜 처리를 요청했다.

공교롭게도 해당 내용은 사업보고서에 공시돼 있었다. 상장 후 처음 낸 결산 보고서였다. 지금도 기업명을 검색해서 공시상 사업의내용 항목에 들어가면 판매경로와 주요 거래처를 상세하게 볼 수 있다.

담당자는 실수라고 했다. 1분기 감사보고서부터는 해외 고객사명을 이니셜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사업보고서는 금융당국이 정정공시를 받아줄 것 같지 않아서인지 그대로 뒀다.

영업상 기밀이라 절대로 알려지면 안된다는 내용이 사업보고서에 담겨있는 것은 모순적이다. 이를 계기로 증권사 리포트와 각종 경제 블로그에도 해당 내용이 일부 노출되고 있다. 알만한 사람은 이미 다 봤다는 얘기다.

공시담당자의 실수라고 볼수 있을까. 공시에는 해외 고객사 한곳이 아닌 세곳이 버젓이 적혀 있었다. 최대 거래처로 회사 매출 기여도가 상당한 곳들인데 NDA 사안을 아예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사업보고서는 외감법인의 이해관계자가 많거나 특별히 투자자를 보호해야 할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제출한다. 불특정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알 필요가 있으니 공시했다고 볼 수 있다.

상황이 이쯤되면 경영진도 스탠스를 바꿔야 하는게 옳은게 아닌가 싶다. 영업에 중차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 사업보고서 정정을 왜 안하는지 의문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대외 IR활동은 더 위축됐고 기업이 숨긴다는 이미지만 더 강해졌다. 회사가 내부회의에 들어가는 동안에도 조회수는 늘어나고 있다.

최소한의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터질 때마다 어떻게 막아보자는 전략이 통할 리 없다. NDA를 준수하지 못했다면 비밀을 최초 누설한 당사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 차선책을 만들어야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가릴 건 가리고, 알릴 건 알리는 분명한 태도를 견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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