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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지속가능' 하려면

전기룡 기자공개 2024-08-06 07:39:26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5일 07: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ESG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단순히 기업의 재무성과만을 강조하기보다 얼마나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측면에서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노력해왔는지에 무게를 둔다. 주주 혹은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기업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교보재인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 창구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중대성 평가를 거쳐 선정된 당면 과제를 소개하는데 보고서의 상당부분을 할애한다. 단순 소개에 그치지 않고 신사업 착수 등 대응·관리 방안도 공유하고 있다. 덕분에 IR 자료와 성격이 동일하지 않지만 유사한 용도로 활용되는 추세다.

다만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지닌 순기능에도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 실제로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공시기준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 주도로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가 공시기준 공개 초안을 발표했지만 기업들이 필수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근거 조항까지는 갖추지 못했다.

공시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탓에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객관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야기하기도 한다. 건설사들의 안전 관련 통계 데이터들이 대표적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대부분의 건설사가 안전을 중점 과제로 선정했다. 이로 인해 안전 관련 이사회 구성과 세부 활동, 통계 데이터 등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내에 기입하고 있다.

문제는 재해·사망 사고에 대한 통계 데이터들이 가지각색이라는 점이다. 어떤 건설사는 단순히 사고 건 수를 활용해 사고율을 산출하고 있다. 반면 또 다른 건설사는 업무상 사고 재해자 수를 근간으로 한 사고율을 전면에 내세운다. 건설사들의 취사선택이 가능하기에 어떤 값을 적용했는지에 따라 통계 데이터를 높이거나 낮추는 게 가능하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자율공시 항목인 만큼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 사례도 존재했다. 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은 가판본을 홈페이지에 게재한 1군 건설사가 대표적이다. 향후 이사회의 의사결정 과정과 자율공시를 거쳐 가판본이 최종본으로 교체됐지만 주먹구구식 절차는 오히려 보고서의 신뢰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융위원회가 오는 2026년부터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단계적 의무화에 나설 예정이라는 점에 미루어 기업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금융위원회의 행보에 발맞춰 기업들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을 이행할 필요가 있다. 곧 의무가 될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향후에도 지속 가능하기를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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