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1월 14일 07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년 한 자산운용사 대표와의 자리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화두에 올랐다. 투자 전문가를 만나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주제다.그간 바이사이드 관계자들을 만나면 늘 한국 증시 저평가를 안타까워하면서도 당장 낙관을 내놓지는 않았다. 국장에 투자하는 가치투자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전망은 밝게 봤지만 장투를 다짐했다. 진단 뒤에는 여러 해결책을 논의하는 게 대화의 순서였다.
이번에는 그동안과 달랐다. 그 대표는 "올해는 때가 됐다"고 했다. 해당 하우스는 가치투자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곳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손꼽힌다.
근거는 주가다. 박스권에 갇혀 있던 곳들이 주가 상승으로 저평가 탈출을 증명하고 있다고 했다. ㈜두산이 간판으로 언급됐다. 그도 그럴 것이 ㈜두산의 주가는 한해동안 약 4배 올랐다.
하지만 ㈜두산이 거론된 건 놀랍기도 했다. 주가만 보면 상승세였지만 서사는 가시밭길을 걸었다. 기업 개편안을 들고 나오자 '밸류업에 찬물을 끼얹는다'며 뭇매를 맞았다. 정세 변화로 목표도 이루지 못했다.
게다가 지주사다. 알토란이 모두 상장사다. 그룹도 유동성 이슈로 부침이 많았던 터라 한동안 ㈜두산은 지주사 중 가장 저평가돼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악조건 속에서도 주가가 날아오른 건 그만큼 시장의 신뢰를 얻을 만한 이벤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두산은 성과와 밸류업 기대감이 잘 맞물렸다.
특히 자체사업은 실적이 워낙 좋았다. '두산의 가치는 전자BG를 중심으로 한 자체사업에 있다'는 리포트가 나올 정도였다. 작년 3분기를 기준으로 전년비 영업이익이 80% 늘었다. 잘된 후 이유를 꼽자면 한둘이 아니지만 인공지능(AI) 시장을 빨리 알아봤고 반도체 불황에도 사업을 놓지 않았다. 선구안과 집념의 결과다.
주가를 견인한 동력이 성적이라면 부스터를 달아준 건 여전히 이어질 호실적 예측이다. 법 개정에 따른 자사주 소각 전망도 영향을 미쳤지만 공평한 기대감 속 ㈜두산이 다른 지주사를 제치고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 이유는 명확하다. 시장은 올해 ㈜두산의 전자 매출액이 30% 신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증권가의 눈높이를 높인 건 기업의 실속이다.
'국장은 안 된다'는 오명도 이제 역전될 때가 됐다. 선두에 ㈜두산이 선다면 지난 서사와 맞물려 그야말로 역전 드라마다. ㈜두산과 같은 실속파 기업들이 국장을 이끈다면, 올해는 가치투자자들의 염원처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종식되는 원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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