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C톺아보기]이재훈 대표 “에코프로그룹 정체성 지키는 투자할 것”⑥50년지기 창업주의 뜻 구현 “에코프로파트너스, 유행 따르지 않고 ‘한 길’ 걷겠다”
최윤신 기자공개 2024-08-02 06:25:14
[편집자주]
에코프로파트너스는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창업주 의지로 설립된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이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 환경·에너지·제조기업에 투자를 집중하는 차별화된 정체성을 내세웠다. 에코프로파트너스는 약 25년 전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대기업집단이 된 에코프로그룹이 후배 기업들을 위해 실천하는 ‘페이 잇 포워드(pay it forward)’의 핵심 주체다. CVC로서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첨병’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설립 4년만에 2000억원에 달하는 운용자산(AUM)을 모았는데, 향후 더 빠른 성장을 예고했다. 에코프로그룹 CVC로서 에코프로파트너스의 정체성과 앞으로 나아갈 항로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9일 14: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와카노(왜 그러냐).” 지난 2020년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창업주가 CVC인 에코프로파트너스의 창업을 맡아달란 뜻을 전했을 때 이재훈 대표이사(사진)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였다.2019년부터 벤처투자회사 설립을 준비해왔던 이동채 창업주는 50년지기인 이 대표에게 에코프로파트너스의 대표이사를 맡을 만한 인물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대표는 그에게 여러 인사들을 소개시켜줬다. 벤처캐피탈업계에서 오랜 업력을 거쳐 성공사례를 쓴 인물을 다수 만나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창업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인물을 검토했지만 결국은 이 대표가 과업을 직접 맡아주길 원했다. 이 대표는 “이동채 창업주가 ‘지역기업 육성’에 방점이 찍힌 창투사를 만들고 싶어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VC업계의 대표이사 후보군과는 다른 이력을 가진 인물을 찾은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 대표는 에코프로비엠 사외이사 자격으로 이사회 의장을 맡은 경험도 있기 때문에 에코프로 그룹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사이기도 했다.
◇벤처캐피탈리스트로의 변신, 쉽지 않았던 결정
에코프로파트너스의 대표이사를 맡아 달라는 이동채 창업주의 권유는 심사숙고 끝에 나온 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학계와 지역벤처 인큐베이팅(테크노파크)에 평생을 투신해 온 이재훈 대표 입장에선 쉽게 수락할 수 있는 제안은 아니었다.
당시 맡고 있던 경북테크노파크원장 임기가 1년 이상 남아있었다. 테크노파크에서 여력이 닿을 때까지 일을 하고, 이후엔 학교로 돌아가 후학을 양성하는 게 이 대표가 세워둔 계획이었다. 무엇보다도 평생을 함께해 온 배우자가 원했던 삶의 방향이기도 했다.
갑작스런 제안에 확답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에코프로그룹 주요 의사결정 기구에서 이미 논의가 이뤄졌다는 걸 알게 됐다. '운명인가보다'라는 생각이 든 이 대표는 결국 VC 대표로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로 결심한다.
경북테크노파크 원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중소벤처기업부 기관경영평가에서 2년 연속으로 최우수등급인 S등급을 획득하는 등 성과를 내왔기에 경영에는 자신이 있었다. 본격적으로 VC업계에 투신한 경험은 없었지만 마이크로VC인 대경지역대학공동기술지주(대경기술지주)의 대표이사를 겸직한 이력은 있었다.
마음을 굳힌 이 대표에게 이 창업주는 “에코프로그룹이 벤처캐피탈의 도움으로 현재와 같이 성장 발전했기 때문에 에코프로그룹도 벤처생태계 활성화와 발전을 위해 기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신을 가지고 벤처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달라”며 “재무적 투자(Finanacial investment)보다는 에코프로의 기술지원 등 밸류업 등에 각별히 신경 써 달라”고 당부했다.
◇정체성과 수익성 딜레마에서 ‘특화 역량’ 강조
그룹 창업주의 당부는 이 대표에게 큰 고민을 심어줬다.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받았지만 언제까지 창업자의 철학만을 받들며 그룹사에 손만 벌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사회공헌재단이 아니라 VC인만큼 수익을 추구해야 하는데,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에만 치중하면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초기엔 투자 의사결정 때마다 이 투자가 에코프로파트너스의 설립 목적과 맞는가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토로했다.
장고 끝에 확실한 콘셉트를 정했다. “에코프로파트너스를 부티크화 해 특화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회사로 만들자”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에코프로그룹이 주력하는 환경·에너지와 배터리 분야를 깊이 있게 바라보고 투자한다면 그룹의 CVC로서 정체성을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룹의 오픈이노베이션에 기여하며 기술지원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명분과 실리를 모두 가질 수 있는 방법이었다. 모든 섹터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AI) 기술까지 투자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런 전략으로 투자에 임하니 에코프로파트너스의 차별화된 장점이 명확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지방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가족사들이 있기 때문에 지방기업의 발굴부터 PoC(Proof of Concept·기술검증) 지원 등의 역량을 갖출 수 있게 됐다”며 “결과적으로 스타트업들에게 자금뿐 아니라 기술을 지원하면서 레퓨테이션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뿐만이 아니다. 에코프로그룹 오픈이노베이션의 첨병으로서 역할을 강화하다보니 피투자사가 그룹과 협력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피투자 회사 입장에선 자금과 기술뿐 아니라 시장에 나설 기회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이 대표는 “이제 지역의 유망한 기업들이 대형 VC의 투자보다 우리의 투자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없던 룸도 만들어 주겠다는 회사가 나타나고 있어 지역 스타트업들에게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존’ 달성 후 본격 대형화 추진 중
처음 에코프로파트너스를 만들었을 당시 이 대표는 단기 목표를 생존으로 잡았다. 이런 단기 목표는 4년여 만에 사실상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파트너스는 현재 운용자산(AUM) 2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관리보수로 운영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펀드레이징에서 긍정적 모멘텀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짧은 업력에 비해 성일하이텍 등 좋은 회수 실적이 나오면서 출자자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펀드레이징 능력과 스타트업 밸류업 역량이 현재의 상황에 잘 맞아 떨어져 출자사업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2028년까지 7000억원의 AUM을 만드는 걸 목표로 잡았다. 이 대표는 “현재 성장금융 출자사업에 도전장을 내고 500억원 이상 규모의 Co-GP 펀드레이징에 도전하고 있다”며 “향후 산업은행과 국민연금 등 대형펀드의 출자사업에도 도전하며 개별 펀드의 규모를 1000억원 이상으로 키워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에코프로파트너스만의 정체성을 지켜가겠다는 게 이 대표의 다짐이다. 그는 “바이오나 플랫폼, 게임 등 투자의 유행을 쫓지 않았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며 “에코프로 그룹의 모토인 ‘사람 사는 것에 도움을 주는’ 소재관련 기업이나 이차전지 혁신기업, 온실가스감축 기술기업 및 AI기술기업을 타깃으로 투자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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