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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증시 패닉]5대그룹 주담대 4.7조 살펴보니…'주가변동' 영향 미미삼성·SK·LG·롯데·한화그룹 총수일가 대출계약 67건, 대부분 담보유지비율 상회

박동우 기자공개 2024-08-09 07:54:38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7일 07:2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고조되면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는 상황을 맞았다. 국내 증시 역시 예외없이 폭락을 겪었다. 증시 불안이 심화된 상황에서 재계 총수일가의 주식담보대출(주담대) 내역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SK·LG·롯데·한화 등 5대 그룹 총수일가가 실행한 주담대 계약 67건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대출액 대비 담보주식 평가액 비중이 담보유지비율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보유지비율에 미달하면 금융사에 추가로 주식을 제공하거나 빌린 금액을 일부 상환해야 하는데 근래 주가 변동이 끼친 영향은 미미했다.

◇삼성 3.3조, LG 4000억 '납세 재원 활용'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재계 1위) △SK(2위) △LG(4위) △롯데(6위) △한화(7위) 등 5대 기업집단 총수일가가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빌린 금액은 4조7415억원으로 집계됐다. 재계 서열 3위 현대차그룹의 경우 오너일가가 주담대를 실행한 내역이 없었고 5위 포스코그룹은 총수가 없는 기업집단인 만큼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삼성그룹 총수일가가 가장 많은 주담대 금액을 실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3조3228억원을 확보했는데 5대 기업집단이 빌린 총액과 견줘보면 70.1% 규모를 차지했다. 이재용 회장의 모친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삼성전자 지분 9797만8700주(1.64%) 가운데 5163만2214주를 담보로 2조1700억원을 차입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5800억원)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5728억원)도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주식을 활용해 자금을 얻었다.


SK그룹 오너일가는 5903억원을 대출해 뒤를 이었다. 최태원 회장은 보유한 SK㈜ 주식 1297만5472주(17.9%)의 65.9% 물량인 855만4904주를 담보로 설정하고 한국증권금융, 하나은행, 하나증권, 대신증권에서 4895억원을 빌렸다. 최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SK디스커버리 지분 765만128주(40.7%) 가운데 67.9%(519만814주)를 담보로 제공하고 415억원을 조달했다.

구광모 회장(3165억원)과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530억원) 등 LG그룹 총수일가는 ㈜LG 주식을 토대로 3766억원을 차입했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2359억원)과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745억원)이 지주를 비롯해 쇼핑, 웰푸드 등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빌린 잔액은 3104억원이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과 세 아들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은 ㈜한화 주식을 활용해 1414억원을 확보했다.

주요 기업집단 총수일가가 보유 주식을 활용해 금융권 자금을 빌린 배경은 세금 납부 등의 대규모 현금 지출이 불가피한 국면과 맞닿아 있다. 삼성그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이부진·이서현 모녀는 2021년 고 이건희 회장이 별세하면서 12조원의 상속세를 부과받았다. 구본무 선대회장이 타계한 LG그룹, 신격호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난 롯데그룹 오너일가 역시 상속세 재원 마련 취지에서 주담대를 실행했다.

◇7건만 담보유지비율 미달, 주식 추가 제공해야

재계 오너일가 구성원들이 주담대를 활발히 실행한 가운데 '담보유지비율' 충족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른다. 담보유지비율은 빌린 금액 대비 담보로 제공한 주식의 평가가치 비중을 뜻한다. 만일 100억원을 차입하고 비율을 140%로 설정했다면 담보로 제공한 주식의 평가가치가 적어도 1.4배를 웃돌아야 한다.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담보유지비율에 미달하면 추가로 담보 주식을 제공하거나 보유한 자금으로 차입금을 일부 상환하는 방식으로 비율을 맞춰야 한다. 비율을 끝내 충족하지 못하면 채권자 지위에 놓이는 금융사는 담보를 시장에 처분해 손실을 보전하는 '반대매매'를 실행할 수 있다.

최근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고조되면서 국내 증시 역시 폭락을 겪었다. 다만 주가 급락에도 담보유지비율이 미달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 '블랙 먼데이(Black Monday)'였던 이달 5일 종가를 적용해 주담대 실행액 대비 담보주식 가치의 비율을 산정한 결과 5대그룹 총수일가 대출계약 67건 가운데 7건(10.4%)만 담보유지비율에 못 미쳤다.


구체적으로 살피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하나증권에서 450억원을 빌리면서 담보로 제공한 SK㈜ 주식 43만8608주의 평가액은 이달 5일 종가(13만1300원) 기준으로 576억원이다. 대출금과 견줘 담보주식 평가액이 127.9%로 담보유지비율 140%보다 12.1%포인트낮다. 다음 날인 6일 종가가 13만7600원으로 올랐지만 대출금 대비 담보주식 가치 비중이 134.1%로 5.9%포인트 격차가 존재했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LG 지분 20만6781주를 담보로 110억원을 대출한 건 역시 담보유지비율 150%에 미달하면서 추가 주식 제공이 필요한 상황이다. 5일 종가가 7만8100원으로 담보가치는 161억원, 담보비율은 146.8%를 기록한 대목이 방증한다. 6일 종가는 7만7600원으로 더 낮아지면서 구 회장이 제공한 담보주식 평가액은 160억원, 담보비율은 145.9%로 하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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