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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K-금융 빌드업]한국계 은행, 법인 전환 사이에 둔 '상반된' 전략③신한·우리은행 제외 지점 형태…하나은행, BIDV 지분 투자 '차별화'

호찌민(베트남)=김서영 기자공개 2024-08-29 12: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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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금융사들은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한 베트남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사무소, 지점, 법인의 형태로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금융사는 모두 40여곳이다. 전통적으로 글로벌 밸류체인의 한 축을 맡아온 수출 중심지 호찌민엔 크고 작은 우리 기업들이 둥지를 틀었다. 북부 하노이는 고부가산업을 유치해 신흥 경제 중심지를 꿈꾼다. 베트남의 경제 상황과 금융 환경을 들여다보고 국내 금융사의 현지화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7일 0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은 법인 전환을 두고 고민을 이어오고 있다. 갈수록 심화하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법인으로 전환해 지점을 늘려가며 영업망을 확장해야 한다. 그러나 베트남 금융당국에선 법인 라이선스 신규 허가를 좀처럼 내주지 않고 있다.

호찌민과 하노이 두 곳에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계 은행은 법인 전환을 두고 저마다 다른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법인 전환을 추진하거나 중장기적으로 이를 검토하는 한편 현지 상업은행 지분 투자로 전략을 선회한 은행도 있다.

◇경쟁에서 앞서 가는 법인 보유 은행들, 영업망 확대 '우위'

베트남에 법인 형태로 진출해 있는 한국계 은행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두 곳뿐이다. 신한은행은 1993년 국내 금융사 최초로 베트남에 호찌민 대표사무소를 설립했다. 2009년 신한베트남 법인을 설립하며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2017년에는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베트남 리테일 부문을 인수해 몸집을 키웠다.

지난해 설립 30주년을 맞았던 신한베트남은 이달 18일 호찌민 투티엠 지역에 있는 그룹사 신사옥 입주 기념식을 개최했다. 신사옥에는 신한베트남 은행을 포함해 모두 5개 계열사가 입주했다. 신한투자증권(2016년), 신한DS(2018년), 신한카드(2019년), 신한라이프(2022년) 등이 잇따라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호찌민 투티엠 지역에 세워진 신한금융 그룹사 신사옥

베트남우리은행은 다른 국내 시중은행과 달리 하노이에 법인을 두고 있다. 1997년 한국 금융기관 중 최초로 하노이지점을 설립했으며 2006년에는 호찌민에 지점을 추가 설립했다. 2016년 말 하노이법인 설립 인가를 받아 2017년부터 어엿한 현지 은행으로 영업 중이다. 호찌민에는 부법인장이 이끄는 남부지역본부와 영업 지점이 함께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한국계 은행은 지점 형태다. 법인이 아닌 지점을 보유한 은행은 지점을 최대 두 곳까지만 낼 수 있도록 제한돼 있다. 이에 KB국민은행,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등은 호찌민에 본사를 두고 호찌민과 하노이 지점 두 개를 운영한다.

한국계 은행이 법인 인가를 받았을 때 장점은 영업망 확대에 있다. 현지 법인은 1년에 4개의 지점을 개설할 수 있다. 지점이 많을수록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 대한 영업 기회가 늘어난다. 호찌민 외곽에 자리한 산업단지 근처에 지점을 설치해 가까이에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경쟁 심화 속 우위를 점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계 은행, 법인 전환 두고 '고민 중'

법인 전환은 한국계 은행의 공통된 고민거리다. 그중에서도 기업은행이 가장 적극적으로 법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은행 글로벌 전략의 두 축은 동남아의 베트남과 유럽의 폴란드다. 두 지점의 법인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베트남 금융당국이 은행업 구조조정을 이유로 신규 법인 설립에 부정적인 가운데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지난달 한국에서 팜민찐 베트남 총리와 응우옌찌중 기획투자부 장관, 응우옌홍지엔 산업무역부 장관 등을 만나 현지 법인 전환에 대한 금융당국의 인허가를 요청한 바 있다.

기업은행 법인 전환 가능성에 대해 현지 관계자의 전망이 엇갈린다. 베트남 총리가 방한했으니 연내 법인 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이란 관측과 90여개가 넘는 현지 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을 더 시급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단 분석으로 나뉜다.

국민은행도 중장기적으로 법인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베트남 금융당국이 신규 법인 전환을 위해선 중소형 부실은행, 즉 배드뱅크를 인수할 것을 조건으로 내건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인수로 조단위 충당금을 적립한 선례 때문에 현지 은행 M&A를 결정하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법인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법인 전환의 맹점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베트남 금융당국이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해 도시와 낙후 지역에 같은 비율로 신규 지점을 열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인 전환의 가장 큰 메리트가 기업영업을 위한 지점 확충인데, 기대보다 영업망 확대 속도가 더딜 수 있단 분석이다.

한편 법인 전환이 아닌 '제3의 선택'을 한 은행도 있다. 바로 하나은행이다. 호찌민과 하노이 두 곳에 지점을 보유한 가운데 국영 상업은행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지분을 15% 취득했다. 이에 따라 배당 수익과 지분법 평가이익, 협업 시너지를 통한 이익 창출을 추구하는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분 투자 당시 예상한 수익 목표치를 웃도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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