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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불황 장기화 석유화학, 위기의 여천NCC적자에 차입금도 2조 가까이…JV 종료 가능성부터 매각설까지

김위수 기자공개 2024-09-23 08:14:14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0일 15: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지분 50%씩을 보유한 합작법인(JV) 여천NCC의 재무지표가 회사가 설립된 1999년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2년 넘게 이어진 석유화학 시장의 불황에 직격타를 맞은 결과다.

시장에서는 여천NCC의 재무구조가 개선되기까지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이라는 구조적 위기가 원인인 만큼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모회사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고민 역시 커지고 있다.

◇반대로 움직여온 EBITDA-총차입금

석유화학 산업은 호황과 불황을 오가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여천NCC는 석유화학 기업 중에서도 실적이 사이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다. 상대적으로 사이클을 덜 타는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제품이 아닌 에틸렌·프로필렌·부타디엔 등 석유화학 기초원료를 주력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즉 여천NCC가 불황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간 여천NCC는 실적이 좋지 않은 시기에는 지출을 줄이고 차입금을 활용하다가 현금창출력이 되살아나면 이를 상환하고 모회사로 배당금을 보내는 일을 반복해 왔다. 이를테면 '불황 사이클'이 깊은 시기였던 2008년 여천NCC는 마이너스(-) 882억원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기록했다. 이전부터 이어진 현금창출력 저하가 누적되며 여천NCC에는 1조3363억원의 차입금이 쌓이게 됐다. 이 시기 여천NCC의 부채비율은 285.4%, 차입금의존도는 61.8%였다.


이후 2년은 여천NCC 회복의 시기였다. 2009년과 2010년 각각 5264억원과 6586억원의 EBITDA를 내며 재무여력이 크게 개선됐다. 2년간 차입금 상환을 진행하며 1조3363억원이었던 총차입금 규모를 7277억원 수준으로 떨어트렸다. 2010년 기준 부채비율은 106.6%, 차입금의존도는 31.3%로 대폭 개선됐다.

같은 맥락에서 올 상반기 총차입금 역시 2017년 석유화학 산업이 '정점'을 찍고 불황기로 접어드는 과정에서 쌓였다. 2017년은 여천NCC가 1조1154억원의 EBITDA를 냈을 정도로 시장상황이 좋았다. 이 시기 여천NCC의 총차입금은 3661억원으로 최근 10년간 가장 적었다. 현금창출력이 떨어짐에 따라 총차입금은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고 2020년 무렵에는 그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이번 불황 사이클이 길고 깊다는 점이다. 2022년부터는 실적이 적자로 전환됐고 적자는 2년 반동안 이어지고 있다. 여천NCC의 차입금이 사상 최대치로 치솟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올 상반기 여천NCC의 총차입금은 1조9875억원으로 나타났다. 2017년 이후 6년 반 만에 차입금 규모가 다섯배가 됐다. 이 기간 부채비율은 59%에서 346%로 차입금의존도는 14.3%에서 55.9%로 상승했다.

◇돌파구 안 보이는 석화 시장, 한화·DL의 선택은

여천NCC의 실적과 재무구조가 개선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자본적지출(CAPEX) 및 배당을 줄이며 대응하고 있기는 하지만 영업을 통해 창출되는 현금 자체가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실적 개선이 예상되기는 하나 개선폭이 크지 않을 것 같다"며 "글로벌 경기나 중국의 자급률 상승 등을 고려했을 때 현금창출력 회복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모회사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으로서도 여천NCC의 부진이 아쉽다. 여천NCC는 실적에 따라 수천억원 규모의 배당을 집행해왔다. 곳간이 사정이 좋았던 2018년에는 총 7400억원의 배당금을 모회사에 지급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2021년 이후 3년 넘게 배당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돌파구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 시장에서는 여천NCC의 매각 등을 포함한 합작 종료 등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올해 말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에 대한 여천NCC의 장기 공급계약이 종료된다. 여천NCC뿐만 아니라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 모두 기초 석유화학 사업을 구조재편 대상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1위 석화 기업인 LG화학도 여수 NCC 2공장 매각을 검토하다가 투자유치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여천NCC 매각의 경우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매각을 추진한다고 해도 JV로 묶여있는 만큼 매각 방식 및 밸류에이션에 대한 이견을 좁히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초 석유화학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석유화학 원료의 경우 수익성만큼 안정적인 공급이 중요한 항목"이라고 강조했다.

매각이 아닌 분할에 대해서도 양사 모두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측은 "(여천NCC 분할에 대해)논의되고 있는 바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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