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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업비트 vs 빗썸]'신규상장 눈치싸움' 활발한 업비트·숨 고르는 빗썸⑤규제 시행 이후 양사 전략 반전…경쟁사 타깃 동시 상장 '수 싸움'

노윤주 기자공개 2024-09-25 07:45:49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4일 08: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상자산거래소 사업을 논할 때 상장은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증권 거래소와 마찬가지로 흥행할 수 있는 코인을 발굴해 가져오는 게 거래소의 경쟁력이 된다. 투자자 유입도 상장 종목에 따라 갈리던 때가 있었다. 이에 시장 형성 초기였던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까지는 상장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

규제 도입 후 상장 열기가 다소 사그라든 것처럼 보이지만 물밑에서는 여전히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상장 사례서는 타 거래소의 고객을 뺏어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업비트(두나무)와 빗썸은 같은 듯 다른 상장 전략을 취하면서 자신만의 강점을 키워가고 있다.

◇빗썸, 규제 시행 전 주요 코인 상장 완료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는 금융당국과 협조해 '가상자산 거래지원 모범사례'를 올해 7월 마련했다.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맞춘 민간 자율규제 일환이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5개 원화거래소 회원사는 이를 준수해야 한다.

모범사례안 주요 기준은 △발행주체의 신뢰성 △이용자 보호 장치 △기술·보안 △법규준수 등 4개다. 거래소는 발행·운영 주체가 코인 총 발행량, 유통량, 사업 계획 등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또 백서와 같은 정보 자료,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블록익스플로러 등을 마련해 둔 프로젝트여야 한다.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해킹이 발생하거나 대응책이 미비한 경우에도 심사에 영향을 미친다. 거래소는 스마트컨트랙트 소스코드를 확인해 기술적 완성도가 일정 수준 이상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규제 시행 후 빗썸은 상장 빈도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7월 19일 이후 두달 가까이 지났지만 총 다섯 종목을 신규 상장하는 데 그쳤다. 규제 직전인 6월에는 한달 동안 일곱개 종목을 상장한 바 있다.

빗썸은 이미 사전에 '파격 상장'이라 부를 수 있는 종목들을 상장 완료했다. 규제 후 잠시 상황을 살피며 숨 고르기를 할 수 있는 이유다. 가장 논란이 컸던 건 작년 말 추진한 스테이블 코인 테더 상장이었다.

달러와 가치가 연동돼 있어 해외 거래소에서 기축통화 격으로 쓰이는 코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투자자들이 원화거래소에 쉽게 테더를 구매해 해외 거래소로 전송, 자금추적을 회피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간 원화거래소들이 테더를 비롯한 스테이블 코인 상장을 꺼려왔던 이유다. 고팍스 정도만 같은 스테이블 코인인 유에스디코인을 거래지원하고 있었다.

당시 빗썸은 점유율 상승이 가장 큰 목표였다. 이에 과감히 테더를 상장했다. 테더 상장 이틀 뒤에는 유에스디코인 거래도 시작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23일 기준 테더는 빗썸 내에서 비트코인에 이어 거래량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페페, 봉크, 캣인어독스월드 등 인기 있는 밈코인 상장도 마쳤다. DAXA 차원에서 상장 폐지했던 페이코인도 7월에 재상장 완료했다.

◇종목 격차 줄이는 업비트, 밈코인 상장 개시

업비트는 빗썸과 달리 오히려 법 시행 이후 상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8월부터 9월까지 총 9종을 상장했다. 보수적으로 접근하던 연초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마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렸다는 것 처럼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빗썸과 차이점은 국내보다는 해외 코인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빗썸은 코인원, 코빗 등과 함께 페이코인 재상장 대열에 합류했지만 업비트는 하지 않았다. 재상장은 당분간 없다는 기조다. 업비트를 제외한 4개 거래소가 전부 위믹스를 재상장했지만 여기에도 동조하지 않은 바 있다.

그간 보수적 상장 기조를 유지하며 빗썸과 상장 트렌드 격차가 벌어지기도 했다. 일장일단이 있는 전략이었다. 빗썸은 해외서 주목받는 코인 여러개를 빠르게 상장하면서 트렌디하다는 이미지를 형성시키려 했다. 반대로 업비트는 간헐적 상장으로 시장에 상장 임팩트를 크게 주는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점차 상장 종목에 따른 차이도 좁혀지고 있다. 우선 빗썸보다 반년 늦었지만 올해 6월 테더를 원화마켓에 상장했다. 유에스디코인은 이보다 더 늦은 지난달에 거래를 개시했다. 페페, 캣인어독스월드 등 밈코인도 지난달부터 두달에 거쳐 차례대로 상장시켰다.

여전히 빗썸에 비해서는 보수적이다. 밈코인은 우선 비트코인, 테더마켓에 상장해 뒀다. 원화마켓은 아직이다. 뚜렷한 목적 없이 만들어지는 밈코인 특성상 우선 코인마켓에서 검증을 거친 후 원화마켓 상장을 고려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가상자산 업계서는 규제 시행 이후에도 상장 경쟁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빗썸이 점유율을 끌어올렸던 배경에도 업비트에 없었던 상장 종목이 한몫했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알렉스, 페페, 월드코인 등 빗썸 주 종목들은 최근까지 혹은 현재에도 업비트에 상장돼 있지 않다.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불황에는 상장 차별성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하지만 미리 준비해 둔 거래소는 호황에서 점유율을 상승시킬 수 있다"며 "최근에는 동시에 상장이 겹치는 등 과거의 패턴을 반복하는 형태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시행 후 상장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과 다른 더 치열한 경쟁 양상이 펼쳐질 수도 있다"며 "고를 수 있는 범위가 줄었기에 좁은 파이 안에서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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