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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증권사 프리IPO의 함정

안준호 기자공개 2024-09-27 07:33:30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5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는 최근 몇 년 사이 증권사 IPO 부서들의 주요 전략이다. 수수료는 많아야 3~5%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성공보수’이다 보니 프리IPO에 눈을 돌린 곳이 늘었다. 많게는 100억원 이상의 차익을 거둔 사례들도 있어 주관과 투자를 병행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졌다.

초기엔 이런 전략을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도 있었다. 상장 주관사가 주식도 갖고 있다면 이해 상충 문제가 있지 않겠냐는 시선이다. 보유 지분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공모가 밴드를 일부러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상장 규정과 공모 과정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큰 주장은 아니다. 주관사 보유 주식에는 의무보유 기간이 부여된다. 나아가 일정량의 주식을 보유하도록 강제하는 규정도 있다. 보유 지분이 있으면 안정적 가격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의도가 깔려 있다.

코스닥시장 주관사는 모집 주식의 3%를 의무인수해야 한다. 단 기준시총 2000억원 이상의 법인일 경우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사례에서 “의무인수가 없으니 주관사가 무리한 밸류에이션을 강행했다”는 불평이 나오는 일이 많다.

프리IPO 전략의 역효과는 다른 부분에서 나타난다. 투자 금액이 커지면 상장 업무보다 포트폴리오 관리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프리IPO 규모가 큰 곳에선 심사 대응이나 공모 전략보다 호가창을 보는 일이 주 업무라는 농담도 심심찮게 나온다.

발행사들 역시 투자와 주관사 선정을 연계하는 일이 잦아졌다. 투자 없이는 주관 계약을 맺지 않겠다는 노골적 요구도 자주 나온다고 한다. 재무적으로도 도움이 되고 투자를 했으니 업무도 더 성의껏 하지 않겠냐는 논리다.

공모주 시장이 식은 최근엔 프리IPO 전략이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투자한 기업이 예상보다 못한 가치로 상장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투자 규모가 컸던 하우스들도 자금 회수에 골몰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핵심 역량과 무관한 업무를 성과지표(KPI)로 본다. 본업에 투입되는 맨파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느 기업처럼 증권사 역시 수익을 거두기 위해 존재한다. 주관사의 프리IPO 자체를 죄악시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다만 상장 업무보다 투자 검토, 자금회수 전략이 앞서는 현상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증권사 IPO 담당자가 펀드매니저나 VC 심사역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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