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이사회 평가]신성통상, 경영성과 못 미친 '구성·견제기능'6개 부문 중 절반이 평점 1점대…총합 255점 만점 중 97점 그쳐
안준호 기자공개 2024-12-20 10:59:30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6일 14:3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탑텐 등 패션브랜드를 운영하는 신성통상은 최근 몇 년 사이 ‘체급’이 달라진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일본 불매 운동으로 수혜를 입은 뒤 '코로나19' 기간 공격적인 매장 확대에 나서며 매출과 이익 규모가 우상향했다.거버넌스 측면에선 비판도 적잖이 받았다. 염태순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배력은 탄탄한 편이지만 이사회는 구성과 활동 측면에서 존재감이 미약했다. 인색한 배당 정책으로 주주 환원 의지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THE CFO가 진행한 2024 이사회 평가에서도 총점 255점 만점에 97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사회의 구성과 견제 기능, 평가개선프로세스 등에서 1점대를 받은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경영성과를 제외한 다른 부문들 역시 2점대 초반에 머물렀다.
◇255점 만점에 97점…경영성과 부문만 '선방'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올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분기 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이사회를 분석한 결과 신성통상은 255점 만점에 97점을 받았다.
6개 영역 중 가장 좋은 점수를 획득한 것은 경영성과 부문이다. 신성통상은 평점 5점 만점에 평균 2.7점을 획득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수익율(PER), 총주주수익률(TSR) 등은 1점대였으나 우수한 경영 실적이 이를 상쇄했다. 영업이익성장률, 매출성장률 등 관련 지표들 모두 4~5점대를 기록했다.
6월 결산법인인 신성통상은 2023 회계연도 기간 1조5079억원의 매출액을 거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18억원으로 나타났다. 신성통상은 2019년 일본 불매 운동 이후 탑텐 등 SPA 브랜드의 성장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매출액 1조원을 돌파했다. 코로나 19 시기 수익성 악화도 겪었지만 오히려 이 시기 공격적인 직영점 확대 전략을 채택하며 사세를 키웠다.
재무건전성 관련 지표들의 경우 모두 1점대였다. 단 이 역시 이전 회계연도와 비교하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022 회계연도 기준 177% 안팎이던 부채비율은 지난 9월 기준 149% 수준으로 감소했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43%에서 39%로 소폭 낮아졌다. 이를 반영해 국내 신용평가사들 역시 등급을 조정 중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신성통상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종전 BBB0에서 BBB+로 한 노치(Notch) 상향했다. △안정적 영업실적 △양호한 재무안전성 지속 전망 등이 배경으로 꼽혔다. 한기평은 “오프라인 매장 출점 수 증가로 고정비성 판매관리비 부담이 존재하나, 1조5000억원 내외 매출 규모로 양호한 수익성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사회 구성·견제기능 등 1점대 그쳐
우수한 경영성과와 달리 이사회 운영 자체에 있어선 미진한 평가를 받았다. 참여도와 정보접근성은 2점대 평균 점수를 받았지만, 나머지 부문은 모두 1점대에 그쳤다. 특히 점수가 낮았던 것은 ‘이사회 구성’ 부문이다. 평균 1.2점을 받았다.
신성통상은 사내이사 2인, 사외이사 1인으로 이사회를 구성 중이다. 오너인 염태순 회장이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사외이사는 지난해 선임된 김창일 이사 1인 뿐이다. 상법상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는 최저선에서 이사회를 운영 중이다. 이사회 내 별도 소위원회 역시 구성되어 있지 않다. 이사회 구성 부문 평가지표 대부분에서 1점을 받은 이유다.
유일한 사외이사인 김창일 이사는 오너인 염태순 회장과 인연이 깊은 인사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이미 한 번 신성통상 사외이사로 재직한 이력도 갖고 있다. ‘지인’에 가까운 만큼 이사회 운영에 있어 독립적 의견을 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평가 기간 개최된 이사회에서도 반대 의견을 표명한 이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참여도와 정보접근성 부문은 각각 2.점, 2.2점의 평균 점수를 기록했다. 이사회 개최 건수와 출석률, 안건 통지 시기 등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기타 위원회 설치 여부, 사외이사에 대한 지원과 교육 등에서는 1점대에 그쳤다. 감사위원회가 별도 운영되지 않으며 사외이사 대상 교육도 이뤄지지 않아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사진에 대한 사후 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평가개선 프로세스’ 부문도 평균 1.4점을 받았다. 구성원이 사법 이슈에 연루된 사례는 없었지만, 최근 국정감사 등을 통해 승계 과정의 부적절성에 대한 지적이 있었던 만큼 해당 항목에서 3점을 받았다. 한편 한국ESG기준원(KCGS)로부터 받은 ESG 등급은 최하위인 ‘D’로 나타나며 해당 지표에서도 2점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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