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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에러 잡아라" SK 울산CLX의 AI 변신 열교환기 부품 손상, 수초만에 진단…하반기 도입, 외부 필요 기업 확산 기대

울산=김동현 기자공개 2024-09-30 08:29:42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9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1964년 국내 첫 정유공장으로 출발해 울산 내 250만평 규모의 울산콤플렉스(울산CLX)를 운영하고 있다. 석유화학, 윤활기유 등으로 제품을 확장하며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엔무브 등 계열사들이 각각의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오래된 역사만큼 제조설비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숙련공이 포진하고 있지만 고숙련 인력의 은퇴와 청년 인재 충원 문제를 늘 고민할 수밖에 없다. SK이노베이션이 스마트플랜트라는 개념을 도입해 생산시설의 인공지능(AI)·디지털전환(DT)을 추진한 배경이다. 이중 생산 부품인 열교환기에 AI 비파괴검사(IRIS) 기술 도입 과정을 지난 24일 SK 울산CLX에서 살펴봤다.

◇생산 효율·안정성 핵심 부품, CLX 내에만 7000기

울산CLX는 다양한 크기의 금속 파이프라인으로 생산시설이 구축돼 있다. 원유를 들여와 정유 및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고, 이 제품들은 각각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이동한다. 가동 60년을 넘은 울산CLX의 파이프라인은 오랜 시간의 흔적으로 외부 칠이 벗겨지거나 일부 녹슨 부분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중 금속 관 지름이 가장 작은 설비를 꼽으라면 열교환기를 들 수 있다. 정유 생산은 증류탑에서 끓는점 차이에 따라 프로판, 휘발유, 경유, 등유 등을 뽑아내는 과정을 거친다. 상온에 보관 중인 원유를 200~300℃ 이상의 고온으로 끌어올리려면 많은 열이 필요하고 생산된 제품은 보관을 위해 다시 상온으로 온도를 낮춰야 한다.

250만평 규모의 SK 울산CLX 내에는 약 7000기에 이르는 열교환기가 설치됐다.(사진=SK이노베이션)


열교환기는 내부 금속 튜브 사이로 상온의 원유와 고온의 제품이 흐르게 해 유체 사이 혼합을 방지하면서도 두 유체의 열교환을 유도하는 장치다. 1~3㎜ 지름의 튜브가 많게는 7000~8000개까지 들어간다. 열교환이 많이 필요할수록 그만큼 많은 튜브가 장치에 들어간다.

울산CLX 내에도 이러한 열교환기가 7000여기에 이른다. 다양한 크기의 금속 파이프라인이 울산CLX 내에 구축돼 있지만 있지만 회사 입장에서 열교환기 금속 튜브의 마모·부식·훼손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열교환기 내 금속 튜브가 파손이 있을 경우 제품 혼합이나 화재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사고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숙련된 인력이 초음파 촬영으로 얻은 데이터를 육안으로 확인해 결함을 발견해왔다. 사람의 경험을 바탕으로 결함을 찾아내다 보니 정확도의 편차가 크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서는 울산 내 인력의 감소로 해당 업무를 담당할 숙련공이 점차 줄어드는 문제에 직면했다.

◇'10초'면 결함 위치 확인, AI 협업 결과물

SK이노베이션은 문제의 해답을 AI 도입에서 찾았다. 60년이 넘는 가동 시간을 통해 쌓은 4만여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평가 솔루션을 개발했다. SK에너지가 데이터를 제공하고 울산 지역 스타트업 딥아이가 솔루션 개발을 담당했다. 지난해 초 기술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양사 공동으로 개발에 돌입했다.


SK이노베이션과 AI기업 딥아이가 개발한 'AI 비파괴검사(IRIS) 자동 평가 솔루션'으로 열교환기 결함 검사를 하고 있다.(사진=SK이노베이션)


우선 개발단에서 90% 이상의 결함 위치 인식 정확도를 확보했고 결함 위치 인식 속도도 튜브별로 10초만에 이뤄냈다. 실증 단계에서는 검사 속도 70% 향상, 검사 비용 50% 절감, 검사 정확도 98% 등의 결과를 내놓았다.

울산CLX에서 진행된 시연에서 결함 위치 인식 속도를 실제로 체감할 수 있었다. 아직 실제 적용 단계 전인 만큼 폐열교환기를 활용해 시연이 진행됐다. 튜브 입구에 검사기를 삽입해 초음파를 쏘고 컴퓨터 화면상 'AI판독'을 누르면 10초 내외 만에 검사 결과물을 내놓았다. 열교환기를 시각화해 문제가 있는 튜브 위치를 표시하고 균열이나 마모 등 현 상태를 진단한다.

사람이 할 때는 튜브 하나에 6~10분이 걸리던 결함 찾기 과정이 수초만에 해결됐다. 수천개가 넘는 튜브를 보유한 열교환기 하나를 검사하는데 꼬박 하루가 걸렸지만 새로운 솔루션을 도입하면 이 시간이 70%는 절감될 것으로 예상한다. 결함 진단에 따른 결과를 바탕으로 관 막음, 튜브 교체 등 조치 방안을 택할 수 있다.

실증을 마무리하고 SK 울산CLX는 올 하반기부터 해당 AI 진단 솔루션을 적용한다. 단순히 울산CLX에서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향후 울산 정유·석유화학 단지 내 다른 필요 기업도 적용할 수 있게 상업화를 추진한다. 울산 석유화학 공단 내에 설치된 3만여개의 열교환기(울산CLX 보유 7000기 포함)가 잠재 고객이다. 솔루션을 개발한 딥아이의 김기식 대표는 "SK에너지가 쓰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마케팅 포인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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