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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본 이재용 회장 2년]부친과 다른 상황, 끝없는 사법리스크[재판]삼성물산 합병 소송·국민연금 손배소…법정다툼 마무리 시점 예단 어려워

김경태 기자공개 2024-10-24 07:57:03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2년 10월 27일 회장이 됐다. 4대그룹 오너 경영자 중 가장 늦었다. 이제 취임 2년차다. 기대와 우려는 여전하다. 가장 큰 우려는 사법리스크다. 올해 2월 삼성물산 관련 합병 소송의 1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에서 곧바로 항소하고 새로운 소송도 더해졌다. 이런 상황에 반도체사업 위기를 맞이했다. 그룹 재건과 M&A를 통한 덩치 불리기 과제로 나아가야 하는데 기반이 돼야 할 영업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 그 속에서 지배구조 재편과 인사도 마쳐야 한다. 이 회장 2년차를 맞이한 삼성을 6개 키워드로 돌아보고 향후 행보를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2일 08: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결정적인 순간으로는 1993년 신경영선언, 1995년 애니콜 화형식 등이 꼽힌다. 중요한 순간에 강력한 메시지를 내 삼성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만들었다.

최근 삼성전자가 반도체사업에서 위기를 겪으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친처럼 강도 높은 선언적 발언을 해야 한다는 기대가 높다. 하지만 그가 처한 환경이 부친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수 있었던 때와 크게 다르다는 점이 부담이다.

8년 동안 이어진 사법리스크는 여전히 종식되지 않았으며 향후 재판 전개도 예단하기 어렵다. 이 회장이 이런 상황에서 강한 메시지를 내려면 부친과는 차원이 다른 결단이 요구된다.

◇이건희 회장 시기 이뤄진 신경영선언·애니콜 화형식

고 호암 이병철 창업회장은 1987년 11월 19일 타계했다. 고 이건희 선대회장은 다음 달 삼성그룹의 회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고 이 선대회장은 취임사에서 "삼성은 이미 한 개인이나 가족의 차원을 넘어 국민적 기업이 됐다"며 "미래지향적이고 도전적인 경영을 통해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약 6년 뒤 '경영자 이건희'의 결정적인 순간이 생긴다. 고 이 선대회장은 1993년 6월 7일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말로 유명한 '신경영 선언'을 한다. 그는 약 2년 뒤 다시 충격요법을 쓴다. '애니콜 화형식'을 통해 삼성그룹의 대대적인 혁신이 이뤄진다.

고 이 선대회장이 강한 메시지를 통해 조직에 위기감을 불어넣고 임직원들이 업무에 전념하도록 만들었던 때는 그가 사법리스크를 겪지 않던 시기였다. 그 역시 사법리스크가 있던 시기에는 전면에 나서는 것을 최소화했다.

그가 겪은 중대한 사법리스크는 크게 세 번 있었다. 1995년 10월 고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이 불거진 뒤 다른 주요 재벌 회장들과 함께 관련 문제에 휘말렸다.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뒤 특별사면됐다.

2005년 7월 본격화된 X파일 사건의 경우 서면조사가 이뤄졌고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당시 고 이 선대회장은 대국민 사과와 사재 8000억원 사회환원을 발표했다.

2년 뒤에는 삼성 비자금 폭로 사건이 발생했다. 이듬해 이 선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퇴진했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전략기획실도 해체했다. 그 후 2009년 8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같은 해 12월 특별사면을 받았고 평창올림픽 유치전의 전면에 나선다.


◇이재용 회장 발목 잡는 사법리스크, 자신감 있는 선언 아직

이 선대회장의 뒤를 이어받은 이재용 회장은 만만찮은 사법리스크에 여전히 휘말려 있다. 적극적인 경영 활동에 제약을 주는 요인이다.

우선 최근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에서 경쟁사에 밀리면서 위기감이 커진 상태다. 인공지능(AI) 반도체에서 중요해진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선점하지 못했다. DS부문의 올해 실적을 SK하이닉스가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에서 반전도 절실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이 보다 자신감 있게 전면에 나서고 강력한 메시지를 공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고 이 선대회장의 과거 행보처럼 공격적인 자세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다만 이 회장이 처한 상황은 부친이 강한 메시지를 내던 때와 단순 비교가 어렵다. 아직 사법리스크가 한창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최근 이 회장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는 하나 그의 공격적인 행보가 정치권, 사법부, 사정당국 등에 어떻게 보일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2014년 고 이 선대회장이 갑작스럽게 와병을 시작하면서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끌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과 약 3년 만에 사법리스크에 휘말린다.

2016년 하반기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했다. 이 회장은 이듬해부터 재판을 받았고 2017년 2월에는 구속됐다. 삼성그룹 창사 이래 총수가 구속된 첫 사례다. 2018년 석방 이후 2021년에도 재구속됐다. 국정농단 소송과 관련해 2022년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을 받았다.

하지만 삼성물산 합병 관련 소송이 남았다. 올해 2월 1심에서 전부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이 즉각 항소하면서 2심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올 9월 27일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서울행정법원의 8월 판결을 반영해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했다. 삼성바이오와 관련한 회계부정 혐의를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전망이다.

최근에는 국민연금도 소송을 제기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삼성물산 합병에 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피고는 삼성물산, 이 회장,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김신·최치훈·이영호 전 삼성물산 사장 등 삼성 관계자들 외에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포함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반도체사업의 위기로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는 만큼 오너 경영자인 이 회장이 이전과 다른 행보를 보여줘야 한다는 요구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직접적인 발언이 아니더라도 과감한 조직개편, 임원 인사 등을 통한 메시지 전달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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