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Match Up/풀무원샘물 vs 농심백산수 vs 오리온제주용암수]세계로 뻗는 'K-워터', 각기 다른 글로벌 공략 승부수[글로벌]④농심·오리온 '중국' 공략 가속페달, '미국령' 수출 준비 중인 풀무원
홍다원 기자공개 2024-11-05 07:42:56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1일 0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먹는샘물업계의 공통된 목표는 글로벌 진출이다. 생산량 확대가 곧 탄탄한 수익성으로 이어지는 만큼 규모와 성장성이 큰 세계로 무대를 넓히기 위해서다. 샘물업계 3사의 방향성이 해외 진출인 점은 같지만 그 방식과 시기에는 차이가 있다.사업 초기부터 중국을 전진기지로 삼은 농심백산수와 오리온제주용암수는 각각 물류 경쟁력과 현지화 제품을 바탕으로 수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반면 네슬레 워터스 합작사로 출발한 풀무원샘물은 그간 수출길이 막혀 있었다. 합작 지분을 털어낸 이후 올해 처음으로 미국령 수출을 위한 기반을 닦고 있다.
◇'물류 경쟁력' 농심 vs '프리미엄 브랜드' 오리온
농심과 오리온은 '백산수' 제품과 '제주용암수' 출시 초기부터 글로벌 브랜드로의 도약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프랑스 에비앙처럼 전세계에서 유명한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포부였다. 이미 해외 시장에서의 유통망과 인프라를 갖춘 점을 활용할 계획이었다.
특히 농심백산수는 처음부터 중국 시장을 노리고 만든 브랜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생산법인부터 수원지까지 중국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농심이 생산법인에서 백산수 물량을 역수입하는 것보다 중국 현지에서 판매하는 것이 물류비도 훨씬 저렴하다.
농심은 공장 내부까지 철도를 깔아 백산수를 중국 각지로 보내기 위해 공들였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 소유의 철도 운영권도 확보했다. 철도를 활용해 총 1.7km 구간을 실어나른 뒤 중국 전역과 한국으로 운송된다.
지난해에는 중국 내 철도 운송 인프라가 개선되면서 물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됐다. 기존 공항에서 항구까지 운송 시간이 48시간 걸렸다면 24시간으로 단축됐다.
농심은 물류 능력을 갖춰 현재 중국 내 주요 도시인 북경, 상해, 청도, 심양, 연길을 포함한 동북3성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향후 중국 내 판매 비중을 높여나가며 중국 생수 시장을 공략해나갈 계획이다.
오리온제주용암수 역시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진출은 오리온홀딩스가 2023년 4월 중국 청도시영평시장관리유한공사, 청도국서체육문화산업유한공사와 '제주용암수 중국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본격화됐다.
청도시영평시장관리유한공사는 중국 내 '칭따오맥주'를 유통·판매하는 회사로 청도시 최대 음료판매 기업 중 하나다. 유통망과 영업력이 우수한 현지 기업을 확보해 기존 칭따오맥주 유통망에 제주용암수를 활용했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수질오염을 겪고 있는 도시가 많아 음용수는 구입해 마시는 것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돼 있다. 따라서 품질이 좋은 생수에 대한 수요가 꾸준해 프리미엄 전략을 택했다.
오리온은 중국 현지 수요에 맞는 수출용 프리미엄 브랜드 'GRS 화산 용암수'를 바탕으로 수출에 힘을 쏟고 있다. '닥터유 제주용암수'와 동일한 제품으로 중국 내 마케팅과 홍보 확대에 힘쓰고 있다.
올해 중국 수출 목표량은 5000만병이다. 내년엔 현지 수요에 맞춰 제품을 다양화하고 수출 물량을 두 배 이상 늘릴 예정이다.
◇풀무원샘물, '네슬레 워터스'와 결별 후 '미국령' 수출 본격화
반면 풀무원샘물은 앞선 두 기업과 달리 지금까지 수출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10월 처음으로 수출 계획을 밝히면서 향후 미국령인 괌, 하와이, 사이판 등에 수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풀무원샘물이 뒤늦게 글로벌 공략에 나서게 된 건 풀무원샘물이 합작회사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풀무원샘물은 2004년 글로벌 기업 네슬레 워터스와 풀무원의 합작 회사로 시작했다.
당시 샘물시장 공략을 위해 글로벌 기업의 기술력이 필요했던 풀무원과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었던 네슬레 워터스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후 2020년까지 합작회사 형태가 유지됐다.
풀무원은 점차 풀무원샘물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네슬레 워터스가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2021년 2월 네슬레 워터스 지분 21%를 148억원에, 2023년 11월엔 30%를 212억원에 인수했다.
풀무원이 풀무원샘물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해 네슬레 워터스와 결별하면서 결과적으로 수출길이 열리게 됐다. 네슬레 워터스는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각 나라의 지사를 운영해 왔다.
합작형태로 국내에 진출한 것처럼 국가 지사별로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것이 비즈니스 원칙이었기 때문에 풀무원샘물이 굳이 수출할 필요가 없었다. 수출에 나설 경우 오히려 제품이 겹치는 충돌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수출이 가능해진 풀무원샘물은 올해를 기점으로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을 짰다. 처음 진출할 국가는 미국령 시장으로 낙점했다. 미국령 국가를 시작으로 인도와 일본까지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풀무원샘물 관계자는 "현재 미국령으로의 수출은 준비 중으로 아직 수출이 진행되지는 않았다"며 "순차적으로 나라별 거래 관계 및 조건에 따라 진출국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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