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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풀무원샘물 vs 농심백산수 vs 오리온제주용암수]'한 우물 vs 볼트온' 전략이 만든 다른 '물 맛'[수원지]②중국·제주도에 단일 수원지 둔 농심·오리온, SKU 늘린 풀무원

홍다원 기자공개 2024-11-04 07:47:50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8일 07: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먹는샘물(생수)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수원지다. 어디에서 물이 흘러나오느냐에 따라 맛과 수질이 달라지고 이를 차별점으로 삼는다. 수원지가 드러나는 이름을 사용해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오리온제주용암수의 수원지는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다. 특이한 건 제주특별자치도법에 따라 '먹는샘물'이 아니라 '혼합음료'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수원지가 제주도로 같더라도 해당 법에 따라 민간기업은 '먹는샘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없다.

농심백산수는 용천수로 백두산 내두천에서 물을 끌어올리고 있다.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물을 강조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농심과 오리온은 각각 중국과 제주도 단일 수원지를 두고 자체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풀무원샘물은 수원지를 여러 곳으로 확대하고 있다. 기존 공장이 있었던 포천지역에 더해 주문자상표부착(OEM) 기업 샘소슬을 인수해 영남까지 수원지를 넓혔다. 이를 바탕으로 상품군을 늘려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백두산 '화산암반 용천수'와 제주도 '용암해수'

먹는샘물 시장에서 수원지를 활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의 수원지에서 하나의 제품을 생산하거나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수원지 여러 곳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수원지를 확보하고 생산공장을 짓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된다. 해당 지역에서의 취수 가능 여부를 허가받아야 하고 수질 오염 방지 시설 등 설비 투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원지는 곧 먹는샘물의 경쟁력이 된다.

농심 백산수의 수원지는 중국 길림성 안도현 이도진 내두천(백두산)이다. 벡두산 천지와 그 일대 화산암반층을 따라 흐르던 지하수가 솟아난 물인 화산암반 용천수다. 다른 브랜드들은 파이프 방식으로 지하수나 광천수를 끌어올리지만 백산수는 흘러내려오는 물을 활용한다.


중국을 수원지로 선택한 만큼 물량을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는 공장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공들였다. 국내로 백산수를 들여와야 했기 때문에 중국 정부로부터 철도 운송권까지 따냈다. 백산수 신공장의 인근 철도역 구간을 확보해 국내 평택항과 부산항으로 운송하고 있다.

다만 사업 초기 중국이 수원지라는 점을 들어 안전에 의문을 가지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농심은 생산품질을 높이기 위해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혹시 모를 오염을 차단하기 위해 취수·생산·물류·출고까지 사람의 손이 닿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백두산 내두천에서 물을 뽑아 국내에 판매하는 먹는샘물은 백산수가 유일하다. 농심은 자연적으로 솟아나오는 용천수로 먹는샘물을 만들어 일정한 수질을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오리온도 농심처럼 단일 수원지를 활용하고 있다. 제주테크노파크로부터 취수해 공급받은 용암해수 원수를 자체 기술력으로 직접 수처리해 제품을 만든다. '닥터유 제주용암수'라는 이름처럼 수원지는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다.


원수는 용암해수를 활용한다. 용암해수는 바닷물이 화산암반층에 의해 자연스럽게 여과돼 제주도 섬 지하로 스며든 물이다. 칼슘, 마그네슘 등 미네랄을 품고 있다.
오리온은 수원지로부터 나온 미네랄을 차별점으로 꼽았다.

오리온은 용암해수에서 염분과 함께 미네랄을 추출해 순수한 물로 만든 다음 빼뒀던 미네랄을 다시 마시기 좋은 비율로 섞는다. 외부 미네랄을 인위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원수에 담겼던 미네랄을 재배합하는 것이다.

'닥터유 제주용암수'에는 2L 제품 영양정보 기준 칼슘 132mg, 칼륨 44mg, 마그네슘 18mg이 들어있다. 이를 위해 제조 과정에서 104개의 품질검사를 거친다.

농심 백산수와 다른 점은 오리온 제주용암수는 제주도 수원지의 특수성 때문에 '먹는샘물'이 아니라 '혼합음료'로 분류되는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법에 따라 제주도가 설립한 지방 공기업만 '먹는샘물'이나 '먹는염지하수'를 판매할 수 있다.

◇'OEM→100% 자체 생산' 풀무원샘물, '경남' 수원지 확보

반면 풀무원샘물은 농심과 오리온과 달리 자체 생산이 아닌 OEM 방식으로 먹는샘물 사업을 이끌어왔다. '풀무원샘물', '풀무원 퓨어', '풀무원 워터루틴', '풀무원 해양심층수' 등 보유한 상품군이 가장 다양하다.

따라서 활용한 원수도 암반대수층 지하수부터 해양심층수까지 여럿이다. 풀무원샘물 수원지는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으로 한 곳이지만 해당 수원지에서 제각각의 정수와 필터링 방법을 거쳐 물을 추출하는 것이다.

풀무원샘물은 먹는샘물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차별점으로 원수 확보를 꼽았다. 여러 수원지에서 원수를 확보해 여러 상품 품목 수(SKU)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원지를 늘리기 위해 인수합병(M&A)을 단행했다.

기존 풀무원샘물에 먹는샘물 등을 공급해 줬던 OEM 기업 샘소슬을 253억원에 인수했다. 샘소슬은 2022년 최신 페트(PET) 라인 설비 투자를 진행하는 등 제조 생산라인을 보유한 기업이다.

특히 샘소슬이 경남 밀양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 풀무원샘물의 기존 수원지는 수도권 지역인 포천이지만 밀 안태호 인근으로 수원지를 확대했다. 원수는 지하 200미터 심층 암반층의 천연암반수다.

결과적으로 풀무원샘물은 암반수, 해양심층수 등 다양한 원수를 갖추게 됐다. 이에 더해 영남 지역으로의 원활한 제품 공급과 함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생산 방식도 OEM에서 100% 자체 생산으로 전환한다.

풀무원 관계자는 "포천 공장과 OEM으로 운영했었지만 전체 자체 생산한다"며 "수원지를 추가로 확대함으로써 늘어나는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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