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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어 프로파일]지평의 '야전 사령관' 고세훈 변호사크로스보더딜 자문 전문, 미국 변호사-회계사 자격·외국어 능통 '강점'

이영호 기자공개 2024-11-25 08:09:38

[편집자주]

인수합병(M&A) 시장은 국내 로펌에게 신성장동력이 됐다.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송사 업무에 쏠렸던 무게중심 또한 자연스레 M&A 섹터로 이동했다. M&A 법률 자문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고 서비스의 질도 향상됐다. 그에 걸맞게 맨파워 또한 풍성해졌다. 더벨은 법률시장의 성장을 이끈 M&A 자문 핵심인력들을 조망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0일 07: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세훈 지평 변호사(사진)는 현장을 떠나지 않는 '야전 사령관' 타입의 M&A 자문 변호사다. 지금도 주 4일을 서울 모처 고객사로 출근하고 있다.

그는 고객과 지근거리에서 소통하는 게 자문업의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고객사 회의에 수시로 참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실시간 파악하고 이에 맞춰 법률 자문을 제공해 고객이 의사결정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1979년생인 고 변호사는 또래 변호사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걸어왔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라 오현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에 진학하면서 서울로 상경했다. 대학 입학 후 고시 공부를 시작한 케이스가 아닌 경영학도로서 기업 생활을 먼저 시작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기업에서 경력을 쌓다 변호사로 선회한 케이스는 많지 않았다. 로스쿨 도입 이후 다양한 이력을 가진 변호사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이는 비교적 최근에 벌어진 변화다.


고 변호사는 전형적인 변호사들과는 달랐다. 주류에서 한 발짝 빗겨선 인물이다. 대신 남다른 커리어를 십분 살려 자신만의 색채를 입혔다. 지평 파트너 변호사이자 M&A·Corp그룹 소속으로 기업인수·합병, 기업일반·국제거래, 외국인 투자, 조세, 미얀마 투자 등과 관련한 자문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성장스토리: 글로벌 기업 재무 담당자서 변호사로 변신

고 변호사는 1997년 중앙대 경영학부에 입학했고 2004년 졸업과 함께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첫 경력을 시작했다. 2009년 국내 로스쿨 1기로 입학해 뒤늦게 법조계에 입문했다.

삼성테크윈에선 공장에서 근무하며 경영 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재무와 원가 관리가 주요 업무였다. 근무지가 생산 거점이었던 덕분에 자연스럽게 현장 용어를 익히면서 현장 근무자들을 대하는 노하우도 생겼다.

2006년 삼성테크윈을 그만 두고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코리아'로 적을 옮겼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TI'라는 약칭으로 더욱 잘 알려진 미국의 글로벌 종합 반도체 기업이다. 그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코리아에서도 관리회계 담당자로 일했다.

역시 현장을 오가며 본사 업무를 직접 수행했다. 본사 담당자와 수시로 소통해야 해 수준급 영어 능력은 필수였다. 평소 외국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아 업무에는 무리가 없었다. 카투사 군 복무 생활과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이스트베이) 교환학생으로 영어 실력을 쌓았기 때문이다.

고 변호사는 재직 당시 틈틈이 공부하며 미국 공인회계사(캘리포니아)까지 취득했다. 그가 자신의 업무를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경험은 추후 M&A 자문 업무에서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이력이 됐다.

고 변호사는 2009년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으로 향했다. 2009년은 로스쿨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해였다. 로스쿨에 입학한 나이는 당시 31세. 커리어 정점으로 나아가는 시기임에도 리스크를 짊어지고 법조계 문을 두드렸다. 돌연 법조인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회계가 회사와 관련된 중요 사건과 사실을 정형화한 약속이라면, 법률은 사회와 관련된 중요 사건과 사실을 규범으로 만든 언어"라며 "법률은 회사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관통한다는 점에서 보다 폭넓은 분야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건국대 로스쿨에서 여섯 학기 내내 전액 장학금을 놓치지 않고 받았다. 우등 졸업도 그의 몫이었다. 지평과의 인연은 로스쿨 2학년 당시 지평에서 로펌 인턴을 수행하면서 시작됐다. 로스쿨 졸업 후 2012년 지평에서 변호사로 커리어 첫 발을 뗐다.


◇자문 철학 및 스타일: "산업·현장 이해도가 핵심"

고 변호사는 인터뷰 내내 현장이란 키워드를 강조했다. 고객사 현업 실무자들과 깊이있게 소통하는 것이 성공 자문과 직결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현장에서 병력을 진두지휘하는 야전 사령관으로서의 면모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기업 재무 실무 경험을 살려 고객사의 말 못할 속사정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망설이기 보다 우선 부딪히는 적극성은 지평 커리어 내내 드러난다. 고 변호사는 지평 입사 이듬해인 2013년 지평의 미얀마 양곤 사무소로 파견을 나갔다. 인턴 시절부터 지평 내부적으로 그의 외국어 능력과 커리어, 성향을 눈여겨 본 결과이기도 했다.

미얀마는 개발도상국이고 한국과는 크게 다른 환경이었다. 남들이라면 꺼릴법한 근무지였지만 그는 2013년부터 꼬박 2년간 미얀마에서 일했다. 그리고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다시 미얀마 근무를 자원했다. 현지 법인 수석 변호사로 일하면서 투자유치, M&A 등 각종 법률자문은 물론, 조세와 회계를 아우르는 컨설팅 업무 전반을 관장하며 변호사로서 업무 영역을 넓혔다.

미얀마 시장 성장성을 겨냥해 여러 대형 로펌들이 현지 사무소를 세웠지만 지평 입지는 특히 탄탄하다는 설명이다. 고 변호사는 현지에서만 600여건 이상 자문 실적을 쌓았다. 신한은행의 미얀마 양곤 지점 설립, IBK기업은행의 미얀마 현지 법인 설립이 그가 현지 자문을 제공했던 주요 트랙레코드였다.

미얀마에서 한국에 돌아온 후에는 곧장 미국으로 떠났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컬럼비아 로스쿨에서 수학하며 법학 석사를 취득했고, 이후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부지런함도 보였다.

현재는 지평 M&A·Corp그룹에서 크로스보더 투자 자문을 중점적으로 수행 중이다. 특히 해외 투자자가 국내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인바운드 투자 자문에 무게를 두고 있다. 변호사임에도 불구하고 기업 재무통인데다 비즈니스 영어도 능숙하게 구사하는 다재다능함이 무기다. 역량을 발휘해 한 발 빠른 법률 실사와 정확한 자문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상 3일 정도 걸리는 법률자문 의사결정을 하루면 제공할 수 있을 정도로 기업 이해도가 높다"며 "고객사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것은 물론, 기업 전후 상황과 산업 트렌드에 발 맞춰 보다 효율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랙레코드: 비그림파워의 영광낙월해상풍력·영광한빛해상풍력 투자

태국 비그림그룹의 신재생에너지 계열사 '비그림파워'가 전라남도 영광에 설치되는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인 '영광낙월해상풍력'과 '영광한빛해상풍력'에 투자를 진행 중이다. 총 투자규모는 82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태국 주식시장 상장사인 비그림파워가 국내 해상풍력 회사 지분 일부를 매입하는 구도다.

두 프로젝트의 설비용량은 도합 705㎿ 규모다. 해상풍력 사업의 특성상 전체 프로젝트 규모는 4조원 이상 자금이 투자될 전망이다. GS엔텍과 포스코, 대한전선, LS일렉트릭, 호반건설 등 유수의 대기업을 포함해 100여개 업체가 참여한 데다 로펌과 학계 등 각계 기관들이 동참하고 있다. 다수 이해관계자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셈이다.

고 변호사는 비그림파워의 법률자문이자 프로젝트 합자회사의 법률자문으로 활약하고 있다. EPC(설계·조달·시공) 공사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 업무까지 모든 법률자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고 변호사는 협상장에도 동행하며 비그림파워의 상업적 의사결정을 근거리에서 돕고 있다. 한국이 태국과는 다른 투자 풍토를 갖고 있어 비그림파워가 한국 파트너사들과 원활히 소통하고 정확히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 중이다.

◇향후 계획: 해상풍력 투자 자문 전문가로 발돋움

고 변호사가 눈을 돌린 분야는 신재생에너지 투자 시장이다. 특히 해상풍력발전 산업 투자 자문에서 지평이 선도적인 입지를 확보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해상풍력발전은 국내에서도 최근 각광을 받기 시작한 분야다. 여러 대기업과 유관 조선업체들이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실제 국내 해상풍력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면 원자력 발전보다 더욱 저렴한 단가에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조 단위 투자가 수반되는 사업이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도 적잖게 투입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해관계자가 많은 만큼 실무에서 직면하는 난관도 산적하다. 터빈, 하부구조물 등 대규모 생산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은 기본이고 유지보수 계약, 프로젝트 파이낸싱, 주민협의와 보상 등 법률자문사가 커버해야 할 이슈가 다수인 탓이다. 그만큼 허들이 높고 상당한 자문 노하우가 필요하다.

고 변호사는 "우리나라 해상풍력 시장은 공급망 생태계가 잘 갖춰져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도 크다"며 "우리나라 첫 대규모 풍력단지인 영광낙월해상풍력 투자 자문을 바탕으로 외국인 투자자와 한국 사업자 간 가교역할을 하는 신재생에너지 자문 전문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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