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1월 13일 06: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 유상증자 후폭풍이 크다. 본전도 찾지 못 하고 발을 빼는 모양새가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실리와 명분 모두 잃을 위기다. 당장 소액 주주들이 들고 일어났고 중립이던 금융감독원까지 제동을 걸고 나섰다.고려아연이 이를 예상하지 못했을까. 그럴 확률은 희박하다. 2조5000억원대 초대형 유증인데다 발행예정가액은 기존 주가 절반도 안 되는 67만원. 사업 확장이 아닌 현 경영진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유증이다. 주가 급락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었다.
법적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주주 반발을 감내하겠다는 심산일수도 있다. 그 정도로 자금 조달이 절박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다만 금감원이 등판하는 시나리오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유상증자가 불러온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지는 양상이다. 고려아연은 물론이고 이들과 엮인 자문사 등 우군들까지 곤혹스러워 한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서 고려아연 결정에 ‘무리수’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누가 유상증자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는지를 두고도 말이 나오는 형국이다.
이번 사태는 과연 프라이빗에쿼티(PE) 업계에도 '남의 집 불구경'일까. PE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간 PE 투자 전략에서 소액 주주는 얼마나 고려됐는지 되물어야 할 시점이다.
소액 주주들은 과거보다 스마트해졌고 보다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당국도 밸류업 키워드를 내세워 상장사 단속에 나서고 있다. 앞서 두산그룹이 두산로보틱스 합병을 추진하자 금감원이 제동을 걸었다. 소액 주주들은 더 이상 참지 않는다. 과거와 달라진 변수다.
적잖은 PE들이 상장사 포트폴리오 기업을 보유 중이다. 소액 주주 이해관계를 무시하고 의사결정을 강행했다간 조직적 반발과 당국 감독에 직면할 공산이 더 커졌다. PE 인수 후 주가가 정상화된 기업들도 있지만 체감상 정반대 케이스가 더 많다.
본전이라도 찾겠다고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케이스는 물론 고점에 몰린 주주들을 뒤로 하고 '저가' 공개매수로 원성을 샀던 곳들도 있다. 또 그간 밸류업을 잘했더라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리는 대주주와 달리 소액 주주는 그 과실을 누리지 못한 경우도 잦다.
최근 대형 PE 바이아웃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 성장세가 부진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이 발끈했다는 후문이다. 고려아연을 계기로 PE 인수에 세간 시선이 더욱 몰릴 것이고 그 잣대도 더 엄격해질 전망이다. PE에 보다 세심한 투자 전략이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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