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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지 않는 소액주주, 남 일 아닌 PE [thebell note]

이영호 기자공개 2024-11-14 08:04:28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3일 06: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 유상증자 후폭풍이 크다. 본전도 찾지 못 하고 발을 빼는 모양새가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실리와 명분 모두 잃을 위기다. 당장 소액 주주들이 들고 일어났고 중립이던 금융감독원까지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고려아연이 이를 예상하지 못했을까. 그럴 확률은 희박하다. 2조5000억원대 초대형 유증인데다 발행예정가액은 기존 주가 절반도 안 되는 67만원. 사업 확장이 아닌 현 경영진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유증이다. 주가 급락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었다.

법적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주주 반발을 감내하겠다는 심산일수도 있다. 그 정도로 자금 조달이 절박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다만 금감원이 등판하는 시나리오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유상증자가 불러온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지는 양상이다. 고려아연은 물론이고 이들과 엮인 자문사 등 우군들까지 곤혹스러워 한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서 고려아연 결정에 ‘무리수’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누가 유상증자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는지를 두고도 말이 나오는 형국이다.

이번 사태는 과연 프라이빗에쿼티(PE) 업계에도 '남의 집 불구경'일까. PE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간 PE 투자 전략에서 소액 주주는 얼마나 고려됐는지 되물어야 할 시점이다.

소액 주주들은 과거보다 스마트해졌고 보다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당국도 밸류업 키워드를 내세워 상장사 단속에 나서고 있다. 앞서 두산그룹이 두산로보틱스 합병을 추진하자 금감원이 제동을 걸었다. 소액 주주들은 더 이상 참지 않는다. 과거와 달라진 변수다.

적잖은 PE들이 상장사 포트폴리오 기업을 보유 중이다. 소액 주주 이해관계를 무시하고 의사결정을 강행했다간 조직적 반발과 당국 감독에 직면할 공산이 더 커졌다. PE 인수 후 주가가 정상화된 기업들도 있지만 체감상 정반대 케이스가 더 많다.

본전이라도 찾겠다고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케이스는 물론 고점에 몰린 주주들을 뒤로 하고 '저가' 공개매수로 원성을 샀던 곳들도 있다. 또 그간 밸류업을 잘했더라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리는 대주주와 달리 소액 주주는 그 과실을 누리지 못한 경우도 잦다.

최근 대형 PE 바이아웃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 성장세가 부진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이 발끈했다는 후문이다. 고려아연을 계기로 PE 인수에 세간 시선이 더욱 몰릴 것이고 그 잣대도 더 엄격해질 전망이다. PE에 보다 세심한 투자 전략이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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