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어 프로파일]'ASAP형 인재' 황병훈 변호사, 율촌 차세대 리더로 '우뚝'팬오션·홈플러스·대우증권·대우조선해양 등 굵직한 딜 참여
김예린 기자공개 2024-11-18 08:09:26
[편집자주]
인수합병(M&A) 시장은 국내 로펌에게 신성장동력이 됐다.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송사 업무에 쏠렸던 무게중심 또한 자연스레 M&A 섹터로 이동했다. M&A 법률 자문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고 서비스의 질도 향상됐다. 그에 걸맞게 맨파워 또한 풍성해졌다. 더벨은 법률시장의 성장을 이끈 M&A 자문 핵심인력들을 조망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4일 08: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법무법인 율촌은 국내 대형로펌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빅4'에 속하는 다른 로펌들보다는 늦은 1997년 출범했으나, 인수합병 한번 없이 27년 넘게 꾸준히 성장해왔다. 조세·공정거래 분야에 집중해 기반을 구축한 뒤 송무와 기업 자문, 사모펀드(PEF) 및 인수합병(M&A) 자문까지 영역을 확대해온 결과다.황병훈 율촌 변호사는 보험회사와 공공기관에서 일하며 쌓은 부실 자산 구조조정, 금융·기업 법무 경험과 전문성을 토대로 M&A 자문 시장에 빠르게 자리 잡았다.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하 하림 컨소시엄)의 팬오션 인수,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합병,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 굵직한 다수의 딜에 참여했다.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를 극복하는 과정은 포용력과 이해력을 끌어올리는 훈련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에서 일했을 당시 금융기관 정리 과정에서 보유하게 된 주식을 매각하거나, 이와 관련한 사후관리 업무를 수행했다.
율촌으로 소속을 옮겨 여러 구조조정 딜을 경험하면서 고객 니즈에 빠르게 대응하는 노하우를 쌓기도 했다. 제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량을 확보한 비결이다. 이에 힘입어 바이아웃뿐 아니라 그로쓰캐피탈, 메자닌 투자, 회생회사 M&A, 출자자(LP)의 해외 PEF 투자까지 자문 영역을 확대하며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율촌 고객군 확대에 기여하는 핵심 인재이자 차세대 리더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성장스토리: 예보·로스쿨서 다진 M&A 기초 체력, 로펌 입문 계기로
황 변호사를 로펌으로 이끈 건 예보 시절의 경험이다. 그는 예보가 부실 금융기관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취득한 주식 등 자산을 매각하는가 하면, 이에 대한 사후관리 업무를 수행하면서 다수의 소송 이슈를 관리했다. 국제 중재를 진행하는 등 법적 쟁점에 직면한 사례가 많았다. 주식매매계약에 따른 정산 업무를 수행하면서 진술 및 보장 조항에 익숙지 않아 곤욕을 치렀던 경우가 일례다.
한계를 극복하고자 선택한 길은 로스쿨 진학이었다. 법률 전문성을 갖추면 다시 예보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택한 샛길은 그의 인생길이 됐다. 로스쿨에서의 기간은 인생의 황금기로 기억할 만큼 유익했고, 그는 로스쿨 졸업 후 율촌의 문을 두드렸다.
율촌에 입사하자마자 합류한 조직은 M&A 자문 등 업무를 수행하는 C&F(Corporate & Finance)부문 내 M&A팀이다. 황 변호사는 입사 이후 일반 기업 자문 업무를 맡으며 기초 체력을 다졌고, 부서 순환제로 짧은 기간 송무 업무를 맡기도 했다. 다른 업무 경험을 쌓은 건 그가 M&A 자문 업무에 확신을 갖는 트리거가 됐다.
그는 "송무에는 승패가 있기에 어찌 보면 제로섬 게임에 가깝지만, M&A는 협상 과정에서 입장 차이가 있더라도 결국은 합의점을 찾아 '윈윈'하는 작업이란 점에서 성향에 맞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M&A 자문은 양 측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키는 유의미한 작업이라는 점에서 열정과 보람을 얻는다"고 덧붙였다.
◇자문 철학 및 스타일: 시간·장소 가리지 않는 성실성
황 변호사의 손발에는 모터가 달렸다. 고객 문의에 밤낮 안 가리고 응답하는 'ASAP'(최대한 빨리·As soon as possible)형 인재다. M&A는 변수가 많아 예상 못 한 사고가 터지고, 딜 진행 속도가 지지부진하다가도 급전개된다. 타이밍을 잘 맞춰야 딜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적재적소에 필요한 자문을 제공함으로써 신뢰를 얻겠다는 전략이다.
고객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자문이 이뤄질 수 있도록 친근감도 쌓는다. 고객들은 처음 자문을 제공받을 때 변호사들의 질문에 표면적으로 접근해 답하는 경우가 있다. 그 텍스트 이면에 숨겨진 콘텍스트를 찾아내기 위한 전략이다. 고객의 니즈와 그 배경을 알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는 만큼, 딜 초기부터 근본적인 고민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데 집중한다.
그는 "처음 예상한 대로 문제없이 딜클로징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며 "빨리 상황을 점검하고 대안을 내야 다음 프로세스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무식하리만치 열심히 대응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랙레코드1: 역사적 딜 팬오션, 모두의 대표 실적으로
처음 로펌에 입문한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자문은 2015년 이뤄진 하림 컨소시엄의 팬오션 인수다. 1조원을 투입해 팬오션을 인수하는 딜이었다. 도산 및 기업 구조조정은 그에게 낯설지 않았다. 예보 시절부터 쌓은 전문성은 회생 절차 중이었던 팬오션 인수 자문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림 입장에서는 새 업종을 향한 도전이었는데, 팬오션의 덩치가 매우 컸기에 시장에서는 인수 가능성이나 의도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회생 딜은 채무자와 채권자, 법원 등 관계자가 많고 절차적으로도 복잡했다. 채권자별 채무 변제율 등을 고려해 매매가를 정해야 하는 등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순간도 적지 않았다.
삼성동 사무실을 통으로 빌려 모든 딜 관계자들이 모여 검토하고 논의하는 등 보안에 힘썼다. 타이트한 일정 속에서도 모두가 협력해 빠르게 일정을 소화해낸 당시의 경험은 관계자들 모두에게 심장이 뛰었던 순간이자 실질적인 자산으로 남아 있다. JKL은 화려한 트랙레코드를 축적했고, 하림은 팬오션 인수 후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율촌과 황 변호사의 경우 유의미한 자문 성과를 쌓는데 성공했다.
황 변호사는 "팬오션이 경영 정상화에 성공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며 "M&A 자문 업무는 배우고 닦은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국가 경제, 기업 성장에 도움을 줄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랙레코드2: '레벨업 디딤돌' 대우증권·산은자산운용 인수
미래에셋금융그룹의 대우증권·산은자산운용 인수 딜은 황 변호사를 한층 더 ‘레벨업’하는 데 있어 디딤돌 역할을 했다. 그는 2016년 미래에셋컨소시엄을 대리해 산업은행으로부터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 주식 43%(보통주 기준)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산은자산운용 주식 100%를 각각 인수하는 거래를 성사시켰다. 총 거래규모는 2조3845억원에 달했다.
예보에서 일했던 경험은 이번 딜에서도 매도자와 매수자 간 입장 차이를 좁히는 데 기여했다. 그는 "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매각 대금 회수 극대화 외에 매각 절차의 안정성과 공정성이라는 목표도 고려해야 하는 산업은행의 입장을 감안해 협상 전략을 짰던 것이 성공적인 거래 종결에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한국 기업 구조조정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회생 작업을 여러 번 자문한 경험은 그는 물론 율촌 입장에서 '보물'과도 같은 성과다. 황 변호사는 회생 딜에서 나올 수 있는 변수들은 대부분 겪어본 잔뼈 굵은 전문가로 성장했고, 이후 동부 LED 인수, 오리엔트조선 매각, 크레템 인수 등 유의미한 회생 딜에서 자문사 역할을 수행해냈다. 신한중공업 채권단을 대리해 신한중공업의 회생 계획안을 검토·자문하기도 했다.
◇향후 계획: 누가 뭘 맡겨도 든든한 '믿을맨'
PEF 업계가 덜 무르익었을 무렵 율촌에 입사한 황 변호사는 그간 율촌 1·2세대 변호사들과 손발을 맞추며 꾸준히 네트워크와 명성을 쌓았다. 이는 PE들이 급성장한 2020년대부터 효력을 발휘하면서, 황 변호사의 율촌 내 입지와 역할이 보다 크고 중대해졌다. 지난 10여년간은 주어진 업무에 충실하며 노하우를 갈고닦는 시기였다면, 이제는 딜소싱과 성사를 주도하며 ‘황병훈 변호사’의 브랜드 역량을 키워야 하는 시점이다.
같은 맥락에서 장단기 목표는 신뢰도를 기반으로 인정받는 변호사가 되는 것이다. 그는 "법률 전문성을 기반으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해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일이 M&A 자문"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맡은 딜이 잘 성사되도록 기여하는 것이 변호사의 핵심 역할로, 이를 위해 고객들과 많이 친해지고 언제든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누구에게서든 믿고 맡길 수 있는 변호사라는 얘기를 듣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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