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리밸런싱 성과 평가]'줄이고 조이고'...'오너가 2인자' 최창원 쇄신 통했다①구원투수 낙점 후 사업재편·O/I 주도…부채비율 9개월새 9.6%p 하락
정명섭 기자공개 2024-12-23 07:53:55
[편집자주]
올해 내내 '위기설'에 시달린 SK그룹이 달라졌다. 작년 말부터 대규모 인적쇄신,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긴축 경영으로 고삐를 죈 결과, 실적과 재무상태가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동시에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인공지능(AI) 분야 투자를 위한 여력도 쌓고 있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부임한 이후의 변화다. 더벨은 최 의장 체제 1년의 성과를 살펴보고 2025년 과제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7일 15: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은 무거운 분위기 속에 2024년을 맞이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가 7조7300억원의 적자를 냈다.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은 배터리 사업도 적자의 늪에 있었다.수소 등 친환경 분야는 수요 부족으로 현금을 창출하지 못했다. 신사업 투자는 계속되는데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회수(엑시트)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부채는 날로 쌓이기만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작년 말 CEO 세미나에서 '서든데스(돌연사)'를 언급한 배경엔 이같은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최 회장은 그해 말 그룹 주축이었던 부회장 4인방을 2선으로 후퇴시키고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에게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을 맡겼다. 오너 일가가 그룹 2인자 자리에 앉은 건 처음이었다. 조직에 위기의식과 긴장감을 불어넣어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의지였다.
최 의장의 기용은 현시점에서 '신의 한 수'로 평가된다. 그는 주력·비주력 사업 옥석 가리기, 투자 재검토, 인력 재배치, 비용 절감 등을 주도하며 그룹의 재무구조를 개선과 종속회사 감축을 이끌었다.
◇10년 새 첫 감소세 접어든 부채 규모
올 3분기 SK㈜의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59조3325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말 대비 9380억원(1.6%↑) 증가한 수치다. 순차입금 증가율이 2021년 10.37% 2022년 23.1%, 2023년 6.9%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순차입금 증가세가 크게 둔화했다.
부채비율은 2022년 말 170.9%로 정점에 오른 이후 작년 말 165.8%, 올 3분기 말 156.2%로 떨어졌다. 올 들어서만 2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하면서 부채총계가 낮아진 영향이다. SK㈜의 부채 규모가 우하향한 건 지난 10년 새 처음이다.
최 의장이 올 초부터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사업운영 효율화를 강조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최 회장의 사촌동생이자 고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3남인 최 의장은 1994년 SK그룹에 입사한 이후 줄곧 기획라인에서 근무하며 계열사의 조직을 정비하는 일을 도맡아왔던 인물이다. 비용절감, 수익성 낮은 사업의 축소 또는 철수, 인력 효율화 등이 그의 전공이다.
최 의장은 부임 이후 SK그룹은 모든 투자 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올 들어 SK그룹 내에서 신규 투자보다 매각 이슈가 더 많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최 의장은 각 CEO에 방만·중복 투자 강하게 질타했다고 한다. SK그룹 한 고위 관계자는 "최 의장은 그룹 CEO들이 과분한 대우를 받는 데다 권한도 너무 많다고 봤다"고 말했다.
최 의장은 운영효율성 개선(O/I)도 주문했다. O/I는 원가절감과 생산성 증대, 부가가치 제고 등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경영활동을 의미한다.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 같은 대외 변수에 대비해 내실을 다지자는 취지다. 이후 SKC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도 O/I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그룹의 종속회사 수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 3분기 말 SK㈜의 종속회사는 660개로 작년 말 대비 56개가 줄었다. 종속회사 수가 줄어든 건 2018년 이후 처음이다.
2018년 말 260개였던 종속회사 수는 2020년 말 325개, 2021년 454개로 매년 빠르게 늘었고 작년 말에는 716개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현대차그룹(151개), LG그룹(30개), 롯데그룹(88개), 포스코그룹(192개) 등 다른 대기업집단 대비 압도적으로 많다. 2020년 전후로 그룹 내에서 선제 투자가 강조되면서 SK㈜와 주요 계열사 간 인수합병(M&A), 지분 투자가 활발해진 영향이다. 최 의장은 이름도 알 수 없는 계열사가 너무 많다며 그룹 고위 경영진에 "관리 가능한 범위 내로 줄이라"고 지시했다.
내년에는 더 많은 계열사가 정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그룹 관계자는 "대체식품, 수소처럼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대규모 자금을 넣었다가 손실을 본 투자 건들이 있다"며 "SK 브랜드를 달지 않은 기업들이 우선순위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027년 AI 대전환' 대비 본격화
SK그룹은 사업구조 재편, O/I 등으로 확보한 현금을 인공지능(AI) 사업 확대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SK그룹은 2020년 전후로 그룹의 주력사업을 배터리와 바이오, 반도체 중심으로 재편해왔으나 아직 반도체 외에 수익성이 확보되지 못하자 올해 AI 분야로 눈을 돌렸다. "2027년이면 AI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최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지난 5일 정기인사에서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글로벌위원회 산하의 AI 태스크포스(TF)를 AI 추진단으로 확대 개편하고 DT추진팀을 신설한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지주사인 SK㈜는 CEO 직속으로 'AI혁신담당’ 조직을 신설했다. 그룹의 AI, DT 역량 결집과 사업 추진의 속도를 내기 위한 조직개편으로 분석된다.
SK그룹이 향후 집중적으로 투자할 분야는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AI 서비스(개인형 AI 비서 등)로 압축된다. AI 반도체는 SK하이닉스, 나머지는 SK텔레콤이 담당한다. 지난 11월 SK E&S와 합병을 완료한 SK이노베이션은 AI 시대 전력 수요 급증에 대비한 에너지솔루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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