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K배터리 지각변동]SK온, 선제적 설비 구축이 '기회로'트럼프 인수팀, 자국 전기차 수출 지원 검토…현지 설비 가동률 확대 기대
정명섭 기자공개 2024-12-23 07:52:37
[편집자주]
K배터리의 2025년은 '시계 제로'다. 전기차 의무화에 반대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전기차 보조금 축소, 반친환경 기조 등이 예상된다.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계의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트럼프 2.0' 시대, K배터리에 닥친 리스크와 기업별 대응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8일 16: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통해 공개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전기차 정책의 핵심은 7500달러(약 1045만원) 규모의 전기차 소비자 세액공제 폐지와 해외에서 생산된 배터리·소재에 대한 관세 부과, 미국산 전기차 수출 강화 등이다. 무역 적자를 줄이고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취지다.이중 관세 부과와 미국산 차량 수출 확대는 현지에 생산설비를 보유한 국내 배터리 기업이 현지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에 생산라인을 가동 중인 K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정도다.
SK온은 미국 대선과 관계없이 현지 투자를 늘려왔다. 어느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탈중국 공급망 재편과 보호 무역주의 강화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매년 심화하는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신냉전을 연상케 하는 대결 구도가 판단 근거였다.
다만 SK온은 전기차 보조금 축소에 따른 전기차 수요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내년 미국 생산능력 2배 이상 확대...트럼프 2기 배터리 정책 수혜 기대
SK온은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서 배터리 1·2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1공장은 2022년 1분기부터, 2공장은 같은 해 4분기부터 가동하기 시작했다. 생산능력은 각각 연산 9.8GWh, 11.7GWh로 총 26억 달러(약 3조원)가 투입됐다. 1공장은 폭스바겐향 배터리를, 2공장은 현대차향 배터리를 양산하고 있다. 조지아주 공장 설립은 SK온이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하기 전인 2020년 초에 결정됐다. 급성장하는 미국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였다.
내년이면 현지 배터리 생산공장은 더 늘어난다. 포드와의 합작법인(JV)은 약 10조원을 들여 테네시주에 1개, 켄터키주에 2개의 공장을 건설 중인데 이 중 켄터키 1공장이 내년 상반기, 테네시 공장은 하반기 중에 가동을 시작한다. 현대차와 조지아주에 합작 설립 중인 공장도 내년 하반기 가동이 목표다.
작년 말 기준 SK온의 미국 배터리 생산능력은 연산 22GWh다. 내년 말이면 2배 이상인 55GWh까지 늘어난다.
미국 배터리 생산설비 보유 기업이 재조명받는 건 트럼프 2.0 체제에서 달라질 배터리 정책 때문이다. 배터리 소재 관세 부과, 미국산 전기차 수출 확대 등이 골자다.
로이터통신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입수한 트럼프 정권 인수팀의 내부 문건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내에서 제조된 배터리를 수출입은행의 지원을 통해 수출을 확대하고 관세를 협상 도구로 앞세워 미국산 자동차 수출을 확대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국 내 제조업 일자리를 확대하려는 의도가 깔렸다. 이는 국내 배터리 기업 입장에서 현지 설비 가동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인식된다. SK온의 경우 포드 전기차 수출 확대에 따른 수혜를 기대해볼 수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미국에서 생산한 EV와 배터리 수출이 늘어나면 한국 배터리업체들의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미국에 직접 생산설비를 보유한 기업 중심으로 긍정적 영향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미 ESS 배터리 시장서 기회 모색
다만 전기차 소비자 세액공제 폐지에 따른 수요 부진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SK온의 대응은 ESS 같은 비전기차 배터리 사업 확대다. 지난 5일 조직개편에서 ESS사업부를 대표이사 직속으로 편제한 건 같은 맥락이다. ESS 사업부가 CEO 직속으로 이동했다는 건 관련 사업 추진 속도가 이전보다 더 빨라질 것이란 얘기다. SK온은 AI 산업 발전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로 ESS 시장이 커지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분석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ESS 시장 규모는 400억 달러(약 55조원)에서 2035년 800억 달러(약 110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SK온이 ESS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시기는 SK이노베이션 시절인 2010년이다.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과 풍력, 조력 같은 신재생 에너지 발전에 대한 관심이 커진 시기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전담 사업조직을 꾸리고 ESS 배터리와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나 ESS 사업이 별다른 수익을 올리지 못하자 2014년 말에 ESS 배터리 연구·영업 조직을 해체했다. SK온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2019년에야 ESS 사업을 재추진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 대규모 ESS 배터리 수주 계약을 따내지는 못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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