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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인사코드 '퇴직연금'…치열해지는 전장 한국증권·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 조직 확대

황원지 기자공개 2025-01-02 14:03:25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6일 15: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사 인사코드에 퇴직연금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가 시작,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관련 조직을 확대 및 신설하고 있다. 전통 강자인 미래에셋증권을 시작으로 한국투자증권도 퇴직연금조직을 확대했고 키움증권 등 후발주자들도 조직을 신설해 본격적으로 뛰어들 준비중이다.

◇조직 신설·임원 승진 릴레이... 증권가, 연금조직 강화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연말 인사에서 퇴직연금조직을 대폭 개편했다. 한국투자증권의 퇴직연금 관련 조직은 그간 개인고객그룹 산하의 퇴직연금본부 하나였다. 2022년 1월 홍덕규 상무가 본부를 맡은 이후 지금까지 단일 조직으로 운영돼 왔다. 이번 인사에서 3년만에 처음으로 3개 본부(퇴직연금1본부·퇴직연금2본부·퇴직연금운영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퇴직연금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힘을 준 인사라는 평가다. 먼저 퇴직연금본부를 이끌던 홍 상무가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하며 퇴직연금1본부를 이끌게 됐다. 이어 2본부를 맡은 성일 상무보와 퇴직연금운영본부를 맡은 김순실 상무까지 모두 상무급 인사를 앉히면서 조직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다. 올해까지 PB5본부를 이끌던 김순실 상무를 운영본부에 배치하면서 영업현장과의 협응도 고려했다는 해석이다.

퇴직연금본부에 힘을 준 건 한국투자증권뿐만이 아니다. 미래에셋증권도 지난달 연말 인사에서 퇴직연금조직을 확대했다. 연금사업은 기존 연금 1·2부문이 맡고 있었으나 이를 연금혁신부문, 연금RM1부문, 연금RM2부문, 연금RM3부문으로 확대 개편했다. 핵심이 되는 연금RM1부문의 부문장으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연금 키맨으로 꼽히는 류경식 전무를 스카웃했다. 올해 시행된 퇴직연금 현물이전을 타깃으로 삼는 조직인 연금혁신부문을 신설한 점도 눈에 띈다.

삼성증권도 채널솔루션부문 내에 있던 연금본부를 디지털부문으로 이관했다. 기존 퇴직연금은 5개 부문(자산관리, 디지털, 채널솔루션, 글로벌마켓, IB) 중 자산관리부문 산하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개인이 직접 가입할 수 있는 퇴직연금(DC, IRP) 규모가 빠르게 커지면서 이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마케팅 강화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퇴직연금 조직을 디지털 부문 산하로 소속을 이동하고 디지털&연금부문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후발주자의 추격도 거세다. 키움증권은 올해 7월부터 운영하던 퇴직연금TF를 승격해 내년 1월부터 정식으로 퇴직연금팀을 만들 계획이다. 현대차증권도 최근 퇴직연금 경쟁력 제고를 위해 리테일본부 산하에 연금사업실을 신설했다.

◇11월 현물이전 제도 시행, 내년 머니무브 전쟁 본격화하나

증권사들이 조직을 대폭 확대하는 데에는 퇴직연금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가 있다. 퇴직연금 시장 적립금은 올해 3분기 400조를 돌파했다. 개인형 퇴직연금(IRP) 제도가 안착하면서 2020년 256조에서 2021년 336조, 2023년 382조로 급격하게 시장 규모를 키웠다. 국내외 증시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브로커리지 수익이 떨어진 가운데 미래 먹거리인 퇴직연금에 힘을 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올해 막을 올린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가 경쟁에 불을 붙였다. 지난 11월부터 가입한 퇴직연금 자산을 다른 금융회사로 옮길 수 있도록 하는 현물이전 제도가 시행됐다. 이전까지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계좌를 A증권사에서 B은행으로 옮기려면 보유 상품을 모두 매도해야 했지만, 제도가 시행되면서 현금화 과정 없이 바로 사업자를 이동할 수 있게 길이 열렸다.

은행권에서 증권업계로 머니무브가 예상됐다. 수익률과 상품 다양성 측면에서 증권업계의 장점이 컸기 때문이다. 수익률 측면에서도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 모두 증권사 수익률이 4대 시중은행 평균을 넘어섰다. 또한 증권사에서는 은행에서 불가능한 상장지수펀드(ETF), 리츠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제시됐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현물이전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사전예약을 한 고객에게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수수료 혜택을 주는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3개월 전인 8월부터 환승 고객을 대상으로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퇴직연금시장의 큰손인 증권사들이 대규모 마케팅을 시작했다.

퇴직연금 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반등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당분간 증권사들도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데 힘쓸 것”이라며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인 퇴직연금에 먼저 올라타는 게 중요한 만큼 대형사들이 대부분 조직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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