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뉴노멀 시대 유통가는]겹악재로 사라진 연말 특수…1500선 도달 여부 '주시'[여행업]정치·경제 이슈 겹쳐 수요 침체…환율 변동성 취약한 구조에 '발목'
안준호 기자공개 2025-01-06 07:56:39
[편집자주]
1472.3원. 2024년 12월 마지막 거래일 원·달러 환율 종가다. 외환 위기였던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트럼프 2.0 시대'와 한국의 불안한 정치적 요소가 더해지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환율 '심리적 마지노선' 이었던 1달러 1400수준을 넘어 1500원에 바짝 다가서는 등 강달러 현상이 뉴노멀(새 기준)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더벨은 고환율 영향으로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유통가의 현 상황과 대응 방안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02일 14: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 목전까지 치솟으며 여행업계 시름이 커지고 있다. 환율 변동에도 추가 요금을 청구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장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달러화로 결제되는 경우가 많은 현지 비용(지상비) 상승이 특히 뼈아프다는 평가다.호황을 점쳤던 2025년 연간 전망 역시 불투명해졌다. 여행업계에서는 추석 황금연휴 등을 고려해 예년보다 일찍 2025년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단 지난해 하반기부터 예상치 못한 악재들이 연달아 이어진 가운데 고환율 기조까직 겹쳐 모객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
◇치솟는 환율, 현지 체류비에 반영…추가 요금 청구 어려워
2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전 원·달러 환율은 1470원대 전후에서 등락을 보였다. 지난해 말 1400원을 돌파한 이후 한 달 이상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지난 27일 장중에는 1480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최고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며 국내 여행사들의 긴장감도 커졌다.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의 경우 길게는 1년 전부터 판매가 이뤄지지만, 환율 변동이 있더라도 가격 조정이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 환율 흐름에 따라 환차익도, 환차손도 가능하기 때문에 변동성을 감수하는 구조다.
여행사 상품 가격 구조는 항공권+지상비+업체 마진으로 구성된다. 대리점을 통해 판매가 이뤄지는 대형사의 경우 여기에 판매 수수료가 추가로 붙게 된다. 이 중 환율 변동에 따라 타격이 집중되는 부분은 지상비다. 숙박비, 식비, 교통비 등 현지에서 발생하는 경비를 의미한다.
국내 여행사들은 현지 업체(랜드사)와 계약을 통해 지상비를 집행한다. 중국과 일본, 유럽 등은 원·달러 환율 영향을 받지 않지만, 미국과 동남아시아에서는 달러 결제가 이뤄진다. 상품 판매 시기보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지상비도 상승하는 구조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1350원 선이던 지난 8월 상품을 판매했다면 현재 기준으론 당연히 판매사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표준약관에 환율 증감에 따른 요금 변동 규정이 있지만 대형사들의 경우 사실상 추가 요금 청구가 어렵다”고 말했다.
온라인 직판이 주요 채널인 중소 여행사들의 경우 직접 고객들에게 추가 요금 납입을 안내하기 용이한 편이다. 단 대리점을 통해 판매가 이뤄지는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의 경우 추가금 청구가 쉽지 않다. 또한 추가금 청구로 인한 취소 가능성을 고려하면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는 편이 차라리 낫다는 설명이다.
◇2024년 겹악재로 판매 부진…고환율까지 '이중고'
여행업계에서 동계 시즌은 전통적인 성수기로 꼽힌다. 연말·연초 연휴로 휴가 수요가 몰리며 상품 판매도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시기다. 주요 여행사들 역시 1분기 실적 상승을 기대했지만 예상치 못한 환율 변수로 실적 저하를 우려하게 됐다.
향후 흐름에 따라 연간 실적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2025년의 경우 설, 추석 등 ‘황금연휴’ 일정이 있어 2024년부터 일찌감치 상품 판매가 이뤄졌다. 다만 큐텐 계열사의 정산 지연 사태, 비상 계엄 등 정치 변수 등 영향으로 예상보다 판매가 원활하지 못했다. 여기에 연말 환율 급등이 겹쳤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아주 급격히 오른 상황이 아니라면 환율 자체만으론 업황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진 않은 편”이라며 “다만 지난해 경제적, 정치적 악재 등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일어난 가운데 환율까지 오르자 여행 수요가 침체된 것 같다”고 말했다.
거시 경제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특별한 해결 방안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대형사들 역시 아직까지 회사 차원의 대응 방침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서별로 실무진 판단에 따라 신규 판매 상품의 가격을 인상하는 수준으로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선을 터치할 경우 회사 차원의 대응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일부 고가 상품의 경우 특별 약관에 환율 변동에 따른 가격 변화를 고지하고 있지만 대부분 패키지 상품은 그렇지 않다”며 “현재는 환율 흐름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예측해 신규 예약 가격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대응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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