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2월 24일 07: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 화장품 업계의 밸류 체인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생산부터 유통까지 맡길 수 있어 기획력과 마케팅 이해도만 있다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오랜만에 만난 취재원에게 담당 영역이 달라졌다며 인사를 건네자 화장품 산업을 공부해 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주식 전문가였지만 뷰티업계 이해도 역시 남다른 인사였기에 귀를 기울였다. 직접 브랜드를 창업한 뒤 투자금 회수도 해 본 지인이었기 때문이다.
문외한이었던 그가 화장품 사업을 할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첨단 분야 못지않게 분업화된 산업 구조가 원동력이었다. 팹리스-파운드리 중심으로 구성된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처럼 각자 특화된 영역을 담당하는 전문 업체들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산업에는 특허(IP)-설계(팹리스)-지원(디자인 하우스)-생산(파운더리) 기업이 각각 존재한다. 한 기업이 모든 과정을 도맡으면 개발 속도나 효율성, 비용 측면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반도체만큼 복잡하진 않지만 화장품 산업도 마찬가지다.
국내 기업인 코스맥스, 한국 콜마 모두 화장품 ODM 분야에서는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기업이다. 오프라인에선 올리브영, 온라인으로는 실리콘투, 청담글로벌 등 역직구 플랫폼이 유통을 돕는다. 제품 콘셉트만 확실하다면 초기부터 해외 시장까지 초기부터 노려볼 수 있다.
화장품 산업의 성장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그다지 멀지 않은 2010년대 중반 이미 1차 호황기가 있었다. 다만 현재 산업 흐름과는 비교하기 어렵다. 당시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중국 시장의 한류와 막대한 수요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그 수혜 역시 일부 대형 업체에 국한됐다.
2차 호황기 주인공들은 훨씬 다채롭다. 뷰티테크로 상장한 에이피알, 조선미녀 브랜드를 키워가는 구다이글로벌, '승무원 미스트'로 이름을 알린 달바글로벌 등. 이외에도 서린컴퍼니, 비나우 등 거론할만한 회사들이 이어진다. 모두 올해 수천억원대 매출을 기대하는 이름들이다.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는 것은 아니다. 단 이런 의견에도 지인은 고개를 저었다. 이미 내수 시장을 벗어난 상황인 만큼 피크아웃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왜 아마존이 한국에서 뷰티 콘퍼런스까지 개최했는지 생각해 보라”는 반문도 남겼다.
K뷰티 1차 호황기는 예상치 못했던 사드(THAAD) 변수와 함께 저물었다. 산업 밸류체인에 기반한 2차 호황은 양과 질 측면에서 더욱 풍성한 결과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 뷰티 시장 흐름을 다른 산업군에서도 공부해볼 만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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