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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Q 성과 답답' 삼성전자, DS부문 고군분투 영업익 6.5조, 시장 기대치 못 미쳐…'탈엔비디아' 수혜 관건

김경태 기자공개 2025-01-09 07:47:46

이 기사는 2025년 01월 08일 10: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작년 4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직전 분기와 마찬가지로 시장 기대치를 하회한 성적표를 내놨다. 사실상 '어닝 쇼크'다. 결정적인 배경으로는 반도체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성과가 부진한 점이 꼽힌다.

잠정실적 발표를 앞두고 삼성전자에 뼈아픈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5'에서 삼성전자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아직 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올해 삼성전자 DS부문은 글로벌 AI반도체를 주도하는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고 '탈 엔비디아' 물결에도 올라타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4Q 영업익 6조대, 시장 컨센서스 하회

삼성전자는 8일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작년 4분기 누적 연결 매출 75조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을 거뒀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황이 크게 악화했던 2023년 4분기보다 각각 10.7%, 130.5%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5.1%, 영업이익은 28.6% 감소했다.

특히 갈수록 낮아진 시장의 컨센서스조차 부합하지 못했다. 증권가에서는 작년 8월만 해도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14조원대로 잡았다. 메모리 업황이 회복되고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후 지속적으로 컨센서스가 낮아졌다. 이번 잠정실적 발표를 앞두고는 다수의 증권사가 7조원대를 예상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합하지 못하고 하회했다.


삼성전자가 어닝쇼크를 기록한 배경으로는 DS부문의 부진이 결정적이다. 삼성전자가 이날 실적 발표와 더불어 공시한 자료에서도 DS부문에 대한 언급이 주를 이뤘다. DS는 IT향 제품 중심의 업황 악화로 매출과 이익이 하락한 가운데 메모리·비메모리 사업 모두 부진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은 PC/모바일 중심 범용(Conventional) 제품 수요 약세 속 고용량 제품 판매 확대로 4 분기 메모리 역대 최대 매출 달성에도 불구, 미래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비 증가 및 선단공정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초기 램프업 비용 증가 영향으로 실적이 감소했다"며 "비메모리 사업은 모바일 등 주요 응용처 수요 부진 가운데 가동률 하락 및 연구개발비 증가 영향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가전과 모바일 등이 속한 디바이스경험(DX) 부문도 부진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DX 는 모바일 신제품 출시 효과 감소 및 업체 간 경쟁 심화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젠슨 황, 새해도 희망고문 예고…브로드컴 비롯 탈엔비디아 흐름 주목

삼성전자는 이날 잠정실적 발표를 앞두고 어두운 소식을 받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삼성전자의 HBM 경쟁력에 관해 부정적인 언급을 했다. 엔비디아는 현재 HBM3E를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공급받고 있다. 삼성전자도 작년부터 공급을 시도했지만 희소식이 들리지 않았고 주가 하락에도 영향을 미쳤다.

황 CEO는 CES 2025 현장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가 아직도 HBM3E를 공급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삼성은 새로운 설계를 해야 하고(they have to engineer a new design) 할 수 있다"라며 "그들은 매우 빠르게 일하고 있고 매우 헌신적"이라고 말했다.

황 CEO가 완곡한 표현을 하고 일부 긍정적인 말도 내놨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뼈아픈 대목이다. 황 CEO는 지난해 공식석상에서 삼성전자에 대해 수차례 호의적인 언사를 했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가 HBM 거래처인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가격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삼성전자에 지속적으로 희망고문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황 CEO가 새해 첫 달부터 유사한 기조를 이어간 셈이다.

삼성전자 DS부문 입장에서는 황 CEO의 행보가 달갑지 않더라도 엔비디아와 거래를 트는 게 필요하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엔비디아의 작년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80% 수준으로 추정한다. 그만큼 엔비디아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다만 새로운 기회도 열리고 있다. 최근 미국 빅테크들이 자체 AI칩 개발에 나서며 '탈 엔비디아'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서 브로드컴이 주목받고 있다. HBM 시장 1위인 SK하이닉스가 HBM 생산 캐파를 늘리고 있지만 삼성전자도 적잖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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