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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기 전선업계 톺아보기]'수배전반 전문' 광명전기, 실적·재무 역주행⑭영업이익 300% 급감, 무차입 기조도 깨져…건정성 개선 과제

유나겸 기자공개 2025-01-21 08:05:52

[편집자주]

한 줄의 전선에도 다양한 기업들의 기술이 담겨 있다. 전선 한 줄이 완성되는 과정에는 원자재부터 설비에 이르기까지 복수 기업들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전선 기업들은 최근 몇 년 새 최대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발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노후 전력망 교체 이슈 등으로 글로벌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덕분이다. 국내 전선 기업의 강점과 기회 요인을 비롯해 전선 생산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기업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6일 10시4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광명전기는 다사다난한 역사를 가진 기업이다. 한때 부실기업으로 전락해 명동 사채업체에 인수되기도 했다. 그러다 구원투수 이재광 광명전기 회장의 복귀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기술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좋지 않다. 전선업계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실적 부진과 재무 건전성 악화를 겪고 있다. 수배전반 부문이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반면 다른 부문들은 모두 적자를 냈다. 공장 설비투자(CAPEX) 증가에 따라 현금 유출도 커졌다.

◇이 회장 체제, 매출 1000억원 돌파

광명전기는 1955년 서울 중림동 광명전기제작소로부터 시작됐다. 1983년 법인으로 전환하며 현재의 사명인 광명전기로 변경했다. 1986년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1990년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수배전반, 공사수익, 태양광발전시스템, 임대 부문 등 네 개의 사업 부문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핵심 사업은 수배전반과 가스절연개폐장치(GIS)를 포함한 수배전반 부문으로 전체 매출의 83.72%를 차지한다.

수배전반은 고압 전기를 받아 저압으로 나누는 기계, GIS는 가스를 이용해 전류의 흐름을 통제하는 전류 개폐 장치다. 광명전기는 한국전력 및 한국수력원자력 등 전력 관련 공기업과의 거래를 통해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해왔다.

1990년대에는 독일 지멘스사와 기술 제휴를 통해 25.8kV GIS를 개발하며 수출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2002년 법정관리를 졸업했지만 이후 사채업체에 인수되고 경영진이 횡령 사건에 연루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가운데 2003년 이 회장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그는 20여 년 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한빛일렉컴을 설립한 뒤 경영자로 성장했으며 위기에 빠진 광명전기로 복귀해 대표 자리에 올랐다.

이 회장 체제에서 광명전기는 연구개발에 과감히 투자하며 기술력을 확보해 시장을 공략했다. 부스덕트, 개폐기, 차단기 등 신제품 개발에 나서며 기술력을 강화했다.

친환경 GIS 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2016년 광명전기는 한전에 납품할 친환경 개폐기를 개발해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갔다. 이 제품은 친환경 가스를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물인터넷(IoT) 기반 자기진단형 기능을 추가해 고장 여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광명전기는 2010년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후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연속으로 매출 1000억원을 기록했다.

◇현금성 자산 반토막, 총차입금 3배 급증

그러나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전선업계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광명전기의 실적과 재무 상태는 악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광명전기의 별도기준 매출은 312억원으로 전년 동기(395억원) 대비 21.0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억8858만원으로 전년 동기 4억8742만원 영업이익에서 적자전환했다. 이 기간 누적 매출은 959억원으로 전년 동기(1045억원) 대비 8.23% 하락했다. 누적 영업손실은 -32억원으로 역시 적자전환했다.

특히 전체 매출의 83.72%를 차지하는 수배전반 부문을 제외한 공사수익, 태양광발전시스템, 임대 부문에서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한 점이 부진의 주요 원인이었다.

지난해 3분기 수배전반 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02억원과 1억9864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공사수익, 태양광발전시스템, 임대 부문에서 각각 -30억원, -3억원, -1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32억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3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90억원이다. 3분기 손실뿐 아니라 운전자본 관리의 어려움 때문이다. 매입채무 감소로 인한 현금 유출이 두드러졌는데 2023년 말 146억원이던 매입채무가 2024년 3분기 말 85억원으로 줄어들면서 현금 유출이 일어났다. 외상매입금을 상환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현금성자산도 단기간에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23년 말 471억원이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지난해 3분기 말 207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반면 총차입금은 2023년 말 75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215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 자산)은 8억원으로 전환됐다. 전선업계 기준으로 보면 재무건전성이 양호한 편에 속하지만 지난해 마이너스(-396억원)였던 순차입금 흐름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CAPEX 증가에 따른 현금 유출도 컸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광명전기는 365억원의 CAPEX 투자를 실현했다. 안산 2공장 건설자금이다. 업계에서는 2공장 건설로 생산 능력이 확대되면 실적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광명전기 관계자는 "안산 2공장 건설로 인해 CAPEX가 늘었다"며 "안산 2공장은 생산 능력 확대뿐만 아니라 재고자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보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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