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기 전선업계 톺아보기]'이튼 협력사' 제일일렉트릭, 혁신으로 북미 휩쓸었다⑫미 최대 전력사 독점 공급, 37년 관계 돈독…LA 산불 복구 핵심 기업 '주목'
유나겸 기자공개 2025-01-17 08:13:04
[편집자주]
한 줄의 전선에도 다양한 기업들의 기술이 담겨 있다. 전선 한 줄이 완성되는 과정에는 원자재부터 설비에 이르기까지 복수 기업들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전선 기업들은 최근 몇 년 새 최대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발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노후 전력망 교체 이슈 등으로 글로벌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덕분이다. 국내 전선 기업의 강점과 기회 요인을 비롯해 전선 생산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기업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4일 13: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일일렉트릭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전력설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기술 혁신과 설비 투자를 통해 글로벌 기업 이튼의 핵심 부품 공급사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복구 관련 기업으로 주목받으며 주가가 급등했다.신사업을 위한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글로벌 모빌리티 배전기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전선업 호황기에 발맞춰 대응하고 있다. 생산 능력 강화를 위해 베트남에 공장 부지를 확보하며 해외 시장 진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능형 차단기 개발…연 200억 매출 증대 '기대'
1955년 11월 부산에 설립된 제일일렉트릭은 스위치와 콘센트를 비롯해 배선기구, 차단기, 분전반 등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70년 업력을 자랑한다. 1980년 법인 전환과 함께 제일유기화학공업주식회사, 1993년 제일전기공업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지난해 다시 변경한 게 지금의 사명이다.
위기도 많았다. IMF 시절 건설경기 악화로 수년동안 적자 경영을 했다. 제일일렉트릭은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공정 개선과 원가 절감을 목표로 '직원 제안제도'를 도입했다. 현장 근로자부터 임원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하며 경영 효율화를 이뤘다. 각고의 노력 끝에 적자에서 벗어났고 2020년 코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최근 전선업계가 호황기를 맞이해 제일일렉트릭 실적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513억원, 영업이익은 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55%, 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누적 매출은 1386억원, 영업이익은 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86%, 34.25% 성장했다.
특히 PCB ASSY(인쇄회로기판 조립품)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이 부품은 전기 화재 방지를 목적으로 설치되는 AFCI(아크차단기)의 핵심 부품으로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약 47.8%를 차지했다.
눈에 띄는 점은 PCB ASSY의 수출 비중이 100%에 달한다는 점이다. 제일일렉트릭은 미국 기업 이튼(EATON)에 아크차단기용 PCB ASSY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PCB ASSY는 이튼이 생산하는 회로자동차단기에 탑재된다.
목조 건물이 많은 미국은 주택 등을 지을 때 아크(전기적 방전) 발생 시 전류를 차단해 화재를 예방하는 PCB ASSY가 필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 아크차단기는 미국 내 가정에 설치가 의무화돼 있어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튼과 거래를 튼 것은 1988년으로 37년간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전세계 2만5000여 개의 협력업체들 중 6개 업체에만 매년 시상하는 서플라이어 엑셀런스 어워드(Supplier Excellence Award)를 다수 받는 등 글로벌 수준의 기술, 품질, 원가 경쟁력 우위를 입증했다.
지난해 9월에는 이튼과의 협업을 통해 새 지능형 차단기 제품인 '스마트 브레이커 2.0'을 개발했다. 업계에서는 제일일렉트릭이 이튼의 스마트 브레이커용 PCB ASSY를 독점 공급할 것으로 보고있다. 스마트 브레이커용 PCB ASSY는 당초 2026년 상용화 예정이었으나 올 상반기로 양산이 앞당겨졌다. 이에 따라 연간 200억원 이상의 추가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목표는 모빌리티 배전기 시장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제일일렉트렉이 주목 받는 이유도 이튼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 덕이다. 이튼의 핵심 파트너로서 제일일렉트릭이 서부 지역 전력망 복구 수요 증가에 따라 복구 작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10일 종가는 전날 대비 26.93% 오른 1만1500원으로 마감했다. 상승세는 이후에도 이어져 13일 오전에는 전 거래일 대비 16% 추가 상승한 1만3340원을 기록했다. 8일 종가가 90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거래일 만에 주가는 무려 48.22%의 상승 폭을 기록한 것이다.
제일일렉트릭이 이튼과 오랜 협력을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으론 꾸준한 설비 투자가 꼽힌다. 생산라인 자동화에 공을 들이며 원가 경쟁력을 크게 높였다. 공정 및 조립 자동화를 통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면서 인당 생산량이 급증했고 이로 인해 전체 생산량도 크게 증가했다.
최근에도 설비와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생산 능력(캐파) 확대를 위해 베트남 하노이 인근 푸토성 타인투이현 황샤공단에 신규 공장 부지를 확보했다.
당초 지난해 말 착공이 예정돼 있었지만 서류 작업 지연 등의 이유로 공사가 시작되지 못했다. 착공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일렉트릭 관계자는 "서류 작업 등의 이유로 착공이 밀렸다"며 "아직 정확한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베트남 공장이 제일일렉트릭의 첫 해외 생산기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제일일렉트릭이 북미 시장을 넘어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베트남의 저렴한 인건비와 우수한 노동력, 그리고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 정책이 공장 부지 선정에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제일일렉트릭은 베트남 공장을 통해 비용 절감과 시장 확대를 동시에 실현할 가능성이 높다.
베트남 공장의 구체적인 용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는 제일일렉트릭이 자회사와 협력해 신사업을 추진하거나 기존 제품 일부를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자회사와의 협력 가능성이 언급되는 배경은 지난해 5월 제일일렉트릭이 자동차 배전 계통 부품사인 쟈베스코리아전자의 경영권을 인수한 데 있다. 쟈베스코리아전자의 1공장이 제일일렉트릭의 베트남 공장 부지 인근에 위치해 있어 양사의 협력이 용이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쟈베스코리아전자는 미국 전기차 기업을 비롯해 국내외 완성차 업체와 가전업체를 주요 거래처로 두고 있다. 제일일렉트릭이 기존 건설 현장의 배전기 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모빌리티 배전기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제일일렉트릭은 전기차 충전 콘센트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3월 스타코프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올해 OEM 방식으로 충전 콘센트를 생산·공급할 계획을 밝혔다. 이후에는 자사 브랜드 제품 출시도 준비 중이다.
업계는 제일일렉트릭이 북미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베트남을 비롯한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생산 기지 확장과 신사업 추진이 맞물리면서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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