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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성 전 하나카드 대표의 '큰절' [thebell note]

김보겸 기자공개 2025-01-21 12:48:24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6일 07시0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년 전 하나카드의 상황은 암울했다. 당시 이호성 대표가 하나카드 사령탑에 올랐을 때 직원들과 그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업계 하위권을 맴돌던 하나카드를 5년 안에 1등으로 만들겠다는 그의 목표는 비현실적인 선언으로 들렸을 것이다. 이 대표로서는 저조한 순이익과 시장점유율을 직원들의 역량 부족으로 봤을 가능성이 있다.

2년 뒤 하나카드의 위상은 이 대표 전후로 크게 바뀌었다. 코로나19 이후 해외결제 체크카드 시장을 개척한 트래블로그가 대성공을 거뒀다. 이 대표가 은행 시절부터 닦아 둔 전국 네트워크는 법인카드 실적을 대폭 끌어올렸다. 덕분에 2024년 하나카드는 순이익에서 하나캐피탈을 제치고 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 1위를 차지할 것이 확실시된다. 위기의 하나카드에 구원투수로 투입됐던 이 대표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하나은행장으로 영전했다.

이 대표는 퇴임식 날 직원들에게 큰절을 올렸다고 한다. 직원들을 향한 감사의 표현이다. 임원들에게 보내는 뼈 있는 메시지도 뒤따랐다. "리더가 방향만 제대로 잡아 준다면 하나카드는 후퇴할 수 없다. 직원 탓 하지 말고 임원들이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묵직한 직구였다.

이 대표의 방향 설정은 분명했다. 5년 뒤에는 1등 카드사로 거듭나는 것. 이를 위해 지주 계열사로서의 우수한 자금조달력을 바탕으로 법인카드 중심의 수익구조를 재편하고 수익성 강화에 집중했다. 이런 전략은 하나카드의 시장 경쟁력을 높였을 뿐 아니라 그룹 내 위상 강화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하나금융 계열사 조직문화 진단에서 하나카드는 참여율, 응답률, 만족도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호성 대표의 큰절은 현재 임원들에게도, 나아가 신임 성영수 대표를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성 대표 역시 이 대표와는 한 살 차이로 하나은행 영업본부장을 거쳐 왔다는 점에서 꽤 닮아 있다. 하나카드가 '더 나빠질 곳이 없는' 때에 수장으로 온 이의 후광을 물려받는 후임자로서 어찌 부담스럽지 않을까. 그럼에도 하나카드 내에서는 이 대표의 '큰절 리더십'이 성영수 대표 체제에서도 이어지길 바라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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