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1월 17일 07시1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 보따리상(따이궁)은 면세업계의 딜레마다. 분명히 대량으로 제품을 쓸어가는 따이궁 덕분에 매출이 늘었는데 막상 벌어들이는 돈을 따져보니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문제는 이들의 존재감이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따이궁은 면세점의 유일한 판매 통로가 됐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빈자리를 따이궁의 대량 구매로 메웠다.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던 만큼 이들의 역할이 중요했다.
자연스럽게 출혈 경쟁이 시작됐다. 상품을 구매하면 일정 금액을 돌려주는 수수료가 높아진 것이다. 여행사가 따이궁을 면세점으로 보내면 면세점이 따이궁이 구매한 상품 금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지급하는 구조다.
송객수수료율은 한때 50%에 달했다. 벌수록 부담이 커지는 탓에 면세업계는 수수료율 줄이기에 나섰다. 한때 수수료율을 30%대까지 낮췄지만 혜택을 줄이니 따이궁으로부터 나오는 매출도 감소했다.
결국 롯데면세점은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따이궁과의 거래 중단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특히 비용 부담이 큰 기업형 따이궁에게 면세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따이궁 매출을 포기하더라도 자체 생존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업계 최초 결정인 만큼 우려가 컸다. 롯데면세점을 제외한 다른 면세점들은 쉽게 동참하기 어렵다고 했다. 업황도 어려운데 오랜 기간 유지해 온 따이궁 매출을 포기할 수 없는 탓이다.
그럼에도 따이궁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면세업계는 꾸준히 송객수수료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해왔다. 단순 대리구매만 하는 따이궁의 경쟁력이 예전같지 않은 점도 고려 대상이다.
면세업계의 타깃은 따이궁을 비롯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서 글로벌 개별 관광객으로 변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결단은 이러한 흐름과도 맥이 닿는다. 더는 단체 관광객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새로운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일본 현지인 공략을 위해 기존 사전면세(Duty Free) 매장에 사후면세(Tax Free) 매장을 추가했고 공간 재단장에 힘을 싣고 있다. 따이궁과 결별하면 수수료로 나갔던 비용도 미래를 위한 투자로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선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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