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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cy Radar]슈링크플레이션 원천 차단, 식품업계 원가압박 '고심'3개월간 변경 사실 적시, 위반시 시정명령→제조정지 행정처분

변세영 기자공개 2025-01-20 07:56:28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6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올해부터 식품 제조사 등을 대상으로 제품의 내용량 변경 사실을 고지하도록 정보공개 의무를 강화하고 나섰다. 이른바 내용량을 줄여 간접적인 가격 인상 효과를 누리는 ‘슈링크플레이션’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식품업계 입장에서는 원가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도 쉽지 않은 만큼 수익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내용량 감소 폭 명시, 변동비율 5% 미만은 표시 대상 제외

식품업계와 식약처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식품 정보 제공 작업이 한층 강화됐다. 내용량이 종전보다 감소한 식품은 내용량을 변경한 날부터 최소 3개월 동안은 제품의 내용량과 내용량 변경 사실을 소비자들이 알기 쉽도록 포장지에 표시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내용량이 기존 100g에서 90g으로 줄었다면 △내용량 90g(내용량 변경 제품, 100g→90g, 또는 10% 감소) △내용량 90g(이전 내용량 100g) 등으로 표기해야 한다.

식약처는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업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출고가격을 함께 조정해 단위가격이 상승하지 않는 경우는 예외를 두도록 했다. 이밖에 내용량 변동 비율이 5% 이하도 표시 대상에서 제외했다. 5% 이하인 경우는 제조·가공 원료용 식품 및 자연 상태의 농·임·축·수산물 등을 포함한다. 이를 위반하면 1차 시정명령 이후 식약처 직권으로 품목 제조정지 등 행정처분까지 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든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결합한 신조어로 기업이 제품의 양을 줄이는 방식으로 우회적으로 가격 인상 효과를 거두는 작업을 뜻한다.
출처 :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3년 이후 가격 대비 용량이 줄어든 상품은 수십 건에 달했다. 땅콩캬라멜(일광제과), 오트펍스(㈜인크레더블), 오설록 제주 얼그레이 티백(㈜오설록농장·㈜오설록), 오뚜기 컵스프(㈜오뚜기), 수제 오란다(고집쎈청년) 등이다. 제품 품목별로 보면 가공식품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슈링크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한 대비책을 만들고 있다. 일례로 프랑스에서는 유사한 규칙 위반 시 개인에게는 최대 3000유로, 법인에게는 최대 1만5000유로의 벌금이 부과된다고 알려져 있다.

◇세계식량가격지수 최대치, "기업활동 통제 부담스러워"

다만 식품업계는 이 같은 규제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알권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은 이해하지만 원가 압박이 상당하다는 게 그들의 항변이다. 실제 식품기업들은 정부나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에 대한 반발이 큰 만큼 내용량을 줄이는 대안을 택했기 때문이다. 정보 공개가 엄격해지면서 사실상 용량을 줄이는 작업이 어려워져 비용에 대한 압박이 커졌다는 반응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해 11월 127.5로 19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두고 비교해 나타낸 수치다. 수치가 100보다 높으면 높을수록 식자재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의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용량을 줄였다는 팩트를 적시하기 위해서는 포장지도 상당부분 새로 찍어야 할뿐더러 소비자들 사이에서 사실상 공개 처형하겠다는 뜻 아니냐”라면서 “용량을 시작으로 추후 원산지 변경 등 하나하나 모든 사항을 적시하도록 요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기업활동을 정부가 이렇게까지 통제할 일인가 싶다”라고 언급했다.

기업들이 제품 포장지를 바꾸면서 생길 소비자들의 혼란을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제품 생산시점과 유통시점이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가령 A라는 기업이 내용량을 줄이면서 신규 포장지를 적용해 3개월간 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대형마트나 백화점, 소형 소매점 등으로 납품한다고 가정해 보자. 대형마트와 소형 소매점의 판매 주기가 다소 다른데 그렇게 되면 시장에 2가지 타입의 제품이 유통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생산시점이랑 유통시점이랑 달라서 혼란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라면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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