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1월 31일 07시0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달러는 검지도 희지도 않소. 그건 녹색이요.“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스'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42에 나온 대사다. 브루클린 다저스 단장은 왜 흑인 선수를 기용하느냐는 사람들에게 이처럼 대답한다. 영화는 인종차별의 벽을 뚫고 대선수로 성장한 재키 로빈스의 꿈과 도전을 그리고 있지만 자본의 본질을 꿰뚫던 이 대사가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자유 무역과 자본 시장 개방으로 자본은 인종을 떠나 국적을 논하는 것조차 무의미해졌다. 세계 10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 역시 세계화 물결의 가장 큰 수혜국 중 하나가 됐다.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 삼성전자를 살펴보자. 전체 주주의 50.2%가 외국인 주주다. 2위 SK하이닉스 역시 절반 이상이 외국인 주주다. 외국인 주주가 과반이 넘지만 우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외국계 기업이라 부르지 않는다. 대신 글로벌 기업이라고 명명한다.
자본주의에 무척 밝은 한국이지만 유독 사모펀드(PEF) 업계에는 다른 잣대와 논리를 들이밀고 있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MBK파트너스 국적 논란이 대표적이다.
국내 렌터카 1위 업체 롯데렌탈 인수를 추진 중인 어피니티는 최근 국적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중국계 사모펀드, 중국계 자본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면서 각종 루머에 노출됐다. 이에 공식적으로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MBK파트너스도 고려아연 인수 과정에서 중국 자본설 루머에 시달렸다. MBK가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고려아연 기술 탈취를 시도한다는 의혹이었다. MBK 역시 이를 부인하며 여러 차례 주주와 지역사회에 입장문을 내놨다.
PEF 운영 방식을 안다면 자본 국적 논란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알 수 있다. 어피니티와 MBK는 해외 유수의 기관 투자자(LP)들로부터 돈을 받고 이를 운용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LP만 수십곳에 달한다. 물론 이 가운데 중국 자본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투자와 관련해서 LP는 운용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자금 운용에 대해 철저히 일임하는 계약을 맺기 때문이다. 이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다.
MBK와 어피니티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특정 국가의 기업이 아닌 글로벌 기업이다. 펀드 출자자의 구성이 다양하고 이들을 위해 열심히 돈을 벌어다 주는 일을 한다.
자본의 성격을 규정지으려는 세력들을 보면 항상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어피니티와 MBK 역시 그 루머의 진원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자본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얼마나 무의미한지, 얼마나 정치적인지 이미 시장은 알고 있다. 자본은 수익이 있는 곳으로 흐를 뿐이다. 이것만 기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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