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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뇨스 현대차 사장이 쏘아올린 작은 공 thebell note

이돈섭 기자공개 2025-01-22 08:19:23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1일 07시00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는 우리나라 기업 거버넌스 모범 사례를 거론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기업 중 한 곳이다. 현대차는 과거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과 경영권 분쟁을 겪은 뒤 이사회에 다양한 외부 인사를 영입한 데 이어 최근 사상 처음 외국인 CEO를 선임하면서 거버넌스를 개편했다. '현대차 거버넌스는 엘리엇 분쟁 전과 후로 나뉜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말 못 할 우려들도 있는 것 같다. 지난해 11월 호세 무뇨스 COO를 CEO로 기용한 이후 현대차 안팎에서 이런저런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무뇨스 사장의 CEO 등판이 공채 출신 내부 직원 성과가 좋지 않을 경우 외부 인사가 들어올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면서 장기 근속자 중심으로 불안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외국인 리더십을 사대주의 프레임에서 비판하는 시각부터 성과 만능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까지 다양하다. 패밀리 문화 기반 선대 회장 체제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직원도 있단다. 정의선 회장 체제가 자리 잡은 지 5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얘기가 회자되고 있는 건 그만큼 변화를 안착시키기 어렵다는 방증에 틀림없다.

거버넌스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시장 안팎으로 꾸준하지만, 기대에 부응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는 점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최근에 만난 한 사외이사는 이사회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사라고 해서 거버넌스 감수성이 특별하진 않다는 뜻이다. 익숙한 것을 타파하려면 그만한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안 된다.

외국인 이사를 영입하면 이사회는 다채로워지지만 이사 간 소통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보수체계에 대한 접근 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사회 독립성과 투명성을 끌어올리는 조치를 취하면 투자자 눈에는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종래의 의사결정 과정에 잡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어딘가에서 잡음이 인다는 건 무언가 변하고 있다는 증거다.

정의선 회장의 올 초 신년사 키워드는 도전의식과 위기극복. 현대차는 무뇨스 사장이 2019년 합류한 이후 해외 권역 역량을 끌어올려 최고 실적을 달성하는 데 공헌했다고 설명한다. 무뇨스 회장은 2023년 이사회에 합류했고 올 3월 선대 회장 시절 선임된 사외이사가 모두 임기를 마친다. 직원들의 우려만큼이나 외부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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